늦은 저녁





탱크로리 안에서 용접하던 사내의 눈에 불꽃이 튄다
자명종이 걷어낸 아침 안개는
저녁에 몸을 숨겼다가 사내를 쓰러뜨린다








도시락은 두개 였고
아들의 가정통신문 학력란은 매년 달랐다
주말마다 쉬는 공무원이나 선생질 하려면
책을 봐야 한다 책은 사준다
주말마다 사내는 기름차 조수석에 아들을 태웠다
아들은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동화책을 읽었다








집에 가면 씻어도 기름 냄새가 났다
기름밥을 함께 먹은
아들은 커지고 사내는 작아졌다









탱크로리 지입계약을 하던 날
사내는 아들이 법대생이라고 차장은
삼촌이 검사라고 했다








아들이 내민 손에 불꽃이 보인다
옷장에서 뭉칫돈 들고 도망나온 날처럼
사내는 불꽃을 따라 나와 늦은 저녁

기름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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