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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왜 짠가 - 개정증보판
함민복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4년 2월
평점 :
도장과 눈물 1 (함민복의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를 읽고)
1. 7년 째 쓰고 있는 내 필통에는 도장 2개가 있다. 나와 엄마의 막도장 2개. 필통을 지키는 부적처럼 나는 항상 도장을 지니고 다닌다. 주중 아침 송내역에서 동인천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고 주안역에 내린다. 버스지만 버스정류장엔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20여미터 떨어져 버스정류장을 지긋이 바라보는 통근버스에 얼굴도장을 찍는다. 그렇게 도착한 직장 사무실에서 다시 출근도장을 찍고. 해가 저물면 아침에 온 길을 되짚으며 퇴근도장을 찍는다.
2. 도장은 그림자다. 스탬프나 인주의 색깔에 따라 붉은 또는 파란 옷을 걸치는 그림자다. 도장의 옷 매무새를 인영(印影)이라 하지 않나. 그림자에도 색깔이 있다. 처음 아내를 만나 입술도장을 찍었을 때 그림자는 발그레한 살구색이었고, 헤어지는 아쉬움에 한숨 쉬던 그림자는 다크서클이 내린 곤색이다.
도장을 찍으며 만나고 헤어진다. 첫만남의 설렘도 이혼도장의 시원섭섭함도 도장의 그림자에 베여 있다.
내가 근무하는 법원에서 나는 매일 도장을 찍는다. 민원인이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신분확인과 신청서에 '접수방'으로 불리는 당구공 크기만한 도장을 찍는 것이다. 도장을 찍는 순간마다 민원인의 이마에 얼굴도장을 찍는다.
그들은 각 부서로 들어간다.
3. 함민복의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에 눈도장을 찍었다. 2003년에 발간된 책을 2014년에 개정 증보한 책이다. 중이염 때문에 고깃국을 못드시는 어머니가 아들을 설렁탕 집에 데려가 주인몰래 아들의 투가리에 국물을 따르는 어머니의 얘기를 읽었을 때, 아니 들었을 때 눈물이 찔끔 났다. 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왜 짤까, 눈물은 왜 시릴까, 눈물은 왜 비릴까. 끊임없이 자문했다.
작년에만 5번을 다녀왔던 내가 사랑하는 강화도에 사는 시인 함민복,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왠지 느껴지는 동질감. 한 꼭지씩 읽어나가면 옆에 있는 사람을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눈물은 왜 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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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은 왜 짠가(50-51쪽)
지난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
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
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
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
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
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 둬라"
설렁탕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
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
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
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
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
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
력했습니다 나는 국물을 그만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
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
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 댔습니다 그러
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
가와 성냥갑만 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
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
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 냈습니
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왜짠가 #함민복 #강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