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2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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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글쓰기와 김훈(와우북페스티벌을 다녀오고 김훈의 자전거 여행2를 읽은 즈음)



1. 2015년 10월 2일 7:30 전날 이원 시인의 강연에 이어 이 날은 박수밀 작가(본인은 고전 인문학자라 불리길 원했다)의 차례였다. 주제는 '연암 박지원이 들려주는 글 짓는 법'

전날과 같은 서교예술센터에서 개최되어 5분전에 도착했다. 사전신청명단에 체크를 하는데 전날 자원봉사했던 학생이 알아봤다. "어, 어제도 오셨죠?" 매일 아침 가는 분식집에서 내가 들어서자마자 참치김밥을 내주는 아줌마말고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또 여기 있었다.

2. 연암 박지원, 교과서에서 배웠던 '허생전' '호질'정도만 알았지 나는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박지원 의원만큼 그를 몰랐다. 나랑 별 상관없는 사람이다. 작가는 박지원의 글쓰기를 '생태적 글쓰기'라 명명했다.

예를 들어보자. 조선시대 선비들은 '꽃'을 노래할 때 꽃의 생김새와 꽃의 향기를 노래했다. 꽃와 풀에도 등급을 나누었다. 사군자는 1,2등급으로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인 이름없는 풀은 저 밑 등급인 잡초였다. 반면 연암은 '벌레와 더듬이와 꽃술에 관심이 없는 자는 도무지 문장의 정신이 없는 것이고, 사물의 형상을 음미하지 못하는 자는 한 글자도 모른다고 말해도 상관없을 것이다(종북소선자서)'고 했다.

중요한 것은 연암은 꽃의 향기와 자태가 아니라 '꽃술'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다. 김현 선생은 문학의 쓰임은 그 쓸모없음에 있다고 하셨다. 쓸모없는 존재인 벌레, 잡초같은 일상적 사물에 교감하는 것이 생태적 글쓰기라 했다(학계에서 작가가 아무리 주장해도 도무지 알아먹지 못한다며 푸념하면서)

3. '생태적 글쓰기'라. 말이 쉽지. 통 와닿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태적 글쓰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은 소설가 '김훈'선생이다. '자전거여행2(문학동네)'를 읽으면서 하찮은 미물이라도 가만히 오랫동안 관찰하고 골똘히 생각하는 선생의 자세를 온전히 느꼈다.
그런 생태감을 특유의 밀고당기는 문체로 풀어나간다.

"배는 엔진의 힘으로 나아가지 않고, 저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아는 힘으로 간다. (중략) 선박은 자신의 위치를 아는 그 앎의 힘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한다. 내가 어디에 처해 있는지를 알아야만 나는 어디로 가는가를 알 수 있다.(28쪽)"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라며 담양의 대나무숲을 묘사한 부분,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과 친구였던 원효를 비교한 부분, 소설로 쓴 '남한산성'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4. 강연과 자전거여행을 관통하는 정신은 일상성과 관찰, 자연과의 교감이었다. 때로는 기신기신 일어나 눈을 비비며 한 곳과 하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리라. 그러면 뭐가 나올까 싶기도 하지만, 어느새 나는 풀과 꽃과 흙과 바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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