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한글판) 온스토리 세계문학 9
알베르 카뮈 지음, 이수진 옮김 / 온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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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의 대화법, 카뮈의 '이방인'(출판사 온스토리)을 읽고



1. 영화 '친구'에 선생님(김광규)이 성적표를 나눠주면서 학생들을 한 명씩 호명하면서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장의삽니다"
"그래 느그 아버지는 밤낮으로 시체닦아 니 학비 대는데 성적이 이따위가? 엎드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건달입니다"
"뭐라고 이기 장난치나? (뺨을 갈기며) 그~래~! 니는 건달 아들이라서 좋~겠다!!"

선생님은 '건달입니다'라는 대답에 학생이 자기를 무시하는 줄 알고 뚜껑이 얼렸다. 정말 아버지가 건달이었는데 말이다. 때로는 진실이 상대를 화나게 한다.



2.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주인공 뫼르소가 애인 마리, 변호사, 판사에게 말하는 방식을 보자. 영화 '친구'는 별거 아니다. 한국에서 이랬으면 난리난다.


그날 저녁에 마리가 나에게 와서 자기와 결혼하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별 차이는 없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결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마리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지난번과 똑같이, 그런 건 아무 의미 없지만 아마도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럼 왜 나랑 결혼해요?"하고 마리가 말했다. 나는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 그녀가 원한다면 결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55쪽)

변호사는 나에게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나에게 엄마의 장례식 날에 슬펐느냐고 물었다. 나는 이 질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만약 내가 이런 질문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면 나라도 난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한동안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나는 엄마를 사랑했겠지만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때도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변호사는 내 말을 잘랐는데, 굉장히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81쪽)

판사는 내 말을 가로막으며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신을 믿느냐고 물으며 설득했다. 나는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화가 나서 의자에 앉았다. 판사는 신을 믿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신으로부터 고개를 돌린 사람일지라도 신을 모두 믿는다고 말했다. 86쪽



심지어 범죄의 동기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음 그건 햇빛 때문인것 같다'는 밑도 끝도 없는 대답을 해서 판사를 화나게 한다. 어머니의 죽음, 살인, 사형선고 같은 일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한 일이다. 뫼르소는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한 것 뿐인데, 왜 홍시맛이 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이해가지 않을 것이다. 



3. '이방인'의 압권은 단연 판사와 뫼르소가 주고 받는 법정 신이다. 판사의 물음에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툭툭 내던지되 심오함이 묻어 나는 말의 힘과 뫼르소의 상념을 서술하는 부분은 흥미진진했다. 

카뮈의 작품을 부조리 문학이라고 칭하지만 읽다보면 현실이 팍팍할 수록 더 악착같이 살아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묘한 작품이다.

‪#‎이방인‬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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