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회장님의 글쓰기 -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90가지 계책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공무원시험을 합격하고 발령 대기기간 중에 어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한 과목을 들으면 프로모션으로 소속된 영어 원어민 선생님들이 번갈아가면서 공짜수업을 해주는 올데이(all-day)반이었다. 선생님들의 국적도 미국,남아공,나이지리아,영국 등 다양해서 양질의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수업에서 한 번 씩은 꼭 접하는 질문이 바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당신은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였다. 행복에 대해 우리말로 토론한 적이 있는가? 영어수업에서 첨으로 행복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게 어쩐지 씁슬하다.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정말 힘들다.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커다란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오히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행복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게 가끔씩 물어본다. 무엇이 행복한 삶일까?
내가 정의하는 행복한 삶이란, '내가 선택한 삶' '자존감을 가지고 사는 삶'이다.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누리는 삶이다.
요즘은 티비를 보고, 라디오를 듣고, 책을 읽을 때에도 자유의지와 주체성에 관한 테마나 언급이 나오면 주의를 기울인다.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믿고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그래야 타인을 이 세상을 원망하지 않게 된다.
'회장님의 글쓰기(강원국)'에서는 주관과 자기결정권을 자존감과 자존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 전자는 자신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와는 별 상관없다. 남과 자기를 비교하지도 않는다. 자존심은 다르다. 남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를 기초로 한다. 체면쪽에 가깝다. 자존심은 걸기도 하고 팔기도 한다. 내세우기도 하고 겨루기도 한다. 평가가 좋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좋은 평가에는 자만하게 된다(333쪽)'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자기 목소리로 말한다. 내 생각과 느낌과 경험을 나만의 문체로 쓴다. 결과에 대해서도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를 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긍정적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이전보다 나아지려고 애를 쓴다. 남이 아닌 나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334쪽)'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나도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정말 팍팍하다. 취업도 안되고, 취업을 해도 매일 정해진 일 하기에도 벅차다. 결혼하려면 돈을 모아야 한다. 결혼해도 자식 키울려면 다른 것 신경쓸 여유가 없다' 등등. 맞는 말이다. 내가 미혼이기에 결혼 후의 삶에 대해 이런 저런 주장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했고, 대학졸업 후 수험준비로 수 년을 무적으로 보냈었고, 직장생활을 하는 직업인으로서 내가 느낀 점은 이렇다.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기적으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연봉이 많고 적은게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내 연봉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적다. 연금개혁한다는 기사에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희망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한지 몇 년되지도 않아 모아둔 돈도 없다. 결혼 후에는 맞벌이를 해야만 하고, 적지 않은 대출을 받아야 전세집이라도 얻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내 나이 직장인의 평균이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가 나에게 '지금 행복하세요' 물으면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다. 성격이 긍정적이라 그런가? 안 그런척 하지만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결혼도 해야하고 1년을 주기로 바뀌는 업무적응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때도 있다. 그런데 행복하다. 하루에 조금이라도 나에게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고, 고향에 부모님이 계시고, 멀지 않은 곳에 동생과 친척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시간에 아무도 방해받지 않고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고, 기타를 칠 수 있고, 틈틈이 책이나 신문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틈을 내어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일과후 기타를 배우러 가야하니까, 좋아하는 책을 읽고, 공연을 보러가고 싶으니까 오히려 업무시간에 더욱 능률있게 일할 수 있다. 오래 책상위에 앉아 있다고 일 잘하고 공부잘하는 게 절대 아니다. 빨리 마무리 짓고 손을 씻고 자기에게 투자해야 한다. 추리소설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말을 빌리자면 원고는 내 손을 떠났고, 그렇지 않으면 계속 글과 씨름하며 전전긍긍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쁜 결과를 팔자나 돌려버리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잘하지는 못하지만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열정적으로 할 수 없더라도 꾸준히 하다보면 나뿐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각자 하면 되는 것이다. 넘버원이 아니라 온니 원(only one)이 되면 된다. 목표와 희망이 있는 사람은 실패할 수 있지만, 목표가 없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고 행복할 수 없다.
꾸준히 업무를 익히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써서 차츰차츰 행복의 문을 두드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