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김민희 지음, 이어령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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〇 김민희, 《이어령, 80년 생각》(‘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위즈덤하우스, 2021


1934년생, 2021년 88세를 맞이한 이어령 교수를 인터뷰한 대담집이다. 책 속에서 몇 번이나 강조되었지만 이 책은 이어령 선생의 회고록이나 비망록이 아니다. 그는 과거의 기억도 늘 지금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현재진행중인 사고를 강조했고, 아마도 죽을때까지 현역일 것이다. 1장 생각의 탄생, 2장 창조의 기록들, 3장 통찰을 넘어서라는 타이틀 아래 세부목차가 있는데, 대체로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순으로 배열된 이어령의 창조적 작업의 아카이브다. 어떻게 하면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도 싱싱한 뇌를 유지하며 과거의 추억에 매몰된 삶이 아닌 영원회귀적인 창조적 삶을 살 수 있을까, 같은 의문을 가진 나 같은 독자라면 분명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론보다는 서울올림픽, 대전엑스포,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 구체적 사례 속에서 그의 철학과 창조성이 어떻게 구현되었는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 삶에 대한 반추를 넘어 사회적으로 확장된 텍스트로 읽힌다. 물론 다 읽고 나면 다소 허탈할 수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다양한 분야의 통섭과 내 몸에 각인된 한국적인 유전자를 잘 구현하면 된다, 거칠게 이런 조언정도로 축약가능한데, 사실 다 알고 있지 않는가. 머리에서 심장으로 심장에서 발끝으로 뜨거운 피를 옮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일. 창조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 “선생님은 문단에 데뷔한 20대부터 시대의 고비마다 내세운 모토들이 있으셨죠. 그 키워드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80년 생각의 지도를 얼추 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대에는 한국문단을 놀라게 한 ‘저항’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셨어요. ‘우상의(26쪽) 파괴’라는 그 도전적 선언 말이에요. 30대에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의 키워드가 된 ‘신바람 문화’, 40대에는 일본을 놀라게 한 ‘축소지향의 문명’, 50대에는 세계에 충격을 던진 ‘벽을 넘어서’의 올림픽 슬로건, 그리고 60대에 들어서 IT 정보화시대가 되자 산업화의 키워드를 한 번 더 꺼내시면서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하셨어요. 새천년을 맞이할 무렵에는 즈문둥이의 이벤트로 생명탄생의 고귀함을 담은 메시지와 함께 ‘새천년의 꿈, 두 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라면서 미래의 비전을 주셨고요.

이렇게 시대의 고비마다 역사의 이정표 같은 생각의 기둥을 세우시더니, 70대 이후에는 후기 정보화시대의 키워드로 ‘디지로그’이론을 펼치셨어요. 그리고 리먼 브라더스 금융 파동을 겪으면서 《생명이 자본이다》라는 책으로 생명화 시대의 도래를 예언하시기도 했어요. 27쪽


- ‘갓길’이라는 새 언어의 탄생 과정을 듣다 보니 기시감이 든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조어 과정과 닮아도 너무 닮아 있어서다. ‘풍토’의 어순을 바꾸고, 한자어를 토착어로 바꿔 숨결을 불어넣기! 109쪽

- 그의 답에서 이런 핵심어들을 뽑아낼 수 있겠다. ‘번쩍’과 ‘외로움’, 그리고 ‘리스크’. 창조적 아이디어는 번쩍 떠오르는 것이고, 남들을 설득하기 힘든 외로운 것이며, 그만큼 리스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158쪽

-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아하’하고 발견한 것이 있다. 하나로 수렴되는 이어령 교수 창조력의 씨앗, 바로 ‘한국인의 밈’이다.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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