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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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여성작가 편), 청림출판, 2021

 

2020년에 출간된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에는 없었던 여성작가 편이 별도의 단행본으로 나왔다. 전체 구성은 남성작가 편과 동일하다.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작가와 그의 대표 중단편을 골라 작가의 인생과 작품의 줄거리, 그 작품이 현대문학사에서 위치하는 의의 등을 소개하는 책이다. 아무래도 2021년 판으로 새로 나온 부분이라 남성작가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특히 근대소설의 특징과 관련지어 박경리와, 오정희, 박완서에 대한 비교 대조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요약하면 작가는 박완서의 작품이 당시 중산층의 생각과 양태를 정확히 형상화 한데 반해 박경리의 세계관은 전근대적인 반물신주의에 갇혀 있어 근대 소설로 나아가지 못했고, 오정희는 시적인 이미지나 운율에 몰두하고 서사성에 약점을 보여 장편을 쓸 수 없었다는 취지로 서술한다. 근래에 와서 박경리의 작품은 거의 읽히지 않고, 오정희나 박완서의 작품이 재출간이나 리커버되는 독서시장의 경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 책에서 각 작가에 대해 내린 평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다른 책이나 자료를 참조해봐야 할 것 같다. 또한 내가 잘 몰랐던 전혜린이라는 텍스트’, 90년대의 후일담과 무너진 부성주의 분위기에서 탄생한 공지영과 은희경에 대한 작품 분석도 많은 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작가의 다음 저작은 이 책처럼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일본작가 편일 것 같은데 그 역시 기대된다. 문학이론의 부분이 많지 않아 비전공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문학 교양서라는 점에서 반갑고 귀하다.

 

 

11960년대 1 강신재 젊은 느티나무: ‘비누 냄새로부터 시작된 여성적인 것에 대한 탐색

 

21960년대 2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근대적 문제의식을 거부하고 생명사상으로 돌아서다

 

이것이 토지에까지 연결되는 박경리적 세계관이다. 근대성에 대한 완고한 부정과 거부가 있다. 돈에 대한 거부감과도 통하는데, 부의 축적 또는 부를 축적해 가는 과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이것이 박경리식 정신주의로, 나중에는 생명사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근대성을 통과하지 않은 생명사상은 좀 미심쩍다. 47

 

무엇보다도 토지 문제를 다루면서 지주와 소작인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혈연이나 재산문제로 초점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자 약점이다. 보편성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55

 

31960년대 3 전혜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국현대문학이 결여하고 있던 전혜린이라는 텍스트

 

41970년대 박완서나목: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동시에 불화하는 근대적 주체의 탄생

 

중산층은 흔히 속물로 비하된다. 속물적인 중산층 의식에 대한 해부가 박완서 문학의 특기다. 실은 작가 자신이 그렇기 때문에 그리도 속속들이 잘 아는 것이다. 다만 박완서의 특징은 그것을 관찰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념이 결여되어 있기도 하다. 박완서에게는 그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아버지의 세계, 오빠의 세계에 대한 생래(105)적이면서도 체험적인 거부감이다. 전쟁 트라우마가 가져온 것이다. 106

 

박경리의 소설은 관념적이다. 반면에 박완서는 몰도덕적이다. 윤리적 판단에 괄호를 친. 중산층을 부정적으로 보면 부도덕하고 속물적인데, 그 단면을 자세하게 묘사할 만큼이나 잘 포용하는 작가다. 다만 거기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을 뿐이다. 박경리의 경우에는 옳다거나 그르다는 사전 판단이 있다. 인물도 그렇게 재단을 한다. 그래서 묘사를 하지 않는다. 토지에서도 상인들의 세계는 아예 부정적인 것으로 제쳐 둔다. 그러니까 중산층의 감각을 다룰 수가 없다. 박경리 문학은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문학으로 들어오기가 어렵다. 이런 사회적 계층을 다루지 않는다. 박완서에 와서 실감 나게 다루어진다. 110

 

51980년대 1 오정희 유년의 뜰: 일상의 파편으로부터 드러내 보인 여성이라는 이중성 오정희체’ “서사보다는 이미지나 운율에 상당히 몰두한결과이기도 하다. 129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박완서라면, 오정희는 이야기를 쥐어 짜낸다. 그래서 작가 스스로도 힘들어한다. 130

 

61980년대 2 강석경 숲속의 방: 현실에 적응도 저항도 할 수 없는 실패한 주체의 표본

 

71990년대 1 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급진적 이념과 지체된 현실 사이의 과도기적 충돌

발문의 필자는 이 작품이 해법과 전망의 제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을지라도, 성적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제기했다는 의미에서성공한 소설이라면서, ”특히 이론에서나마 남녀평등을 학습한 첫 세대에게서 보이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에 눈을 돌렸다는 점에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다. 많은 부분에서 동의한다. 211

 

 

81990년대 2 은희경 새의 선물: 중요한 시대를 괄호 치며 책임을 회피하는 성장거부소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괄호 안에 넣자고 하는 것은 더 깊이 보기보다는 아예 덮어두려는 것이다. 공지영 문학의 선택이 현실과 1980년대를 대비하면서 계속 환기시키는 것이었다면, 은희경의 선택지는 그것을 없었던 일로 치는 것이다. 224

 

92000년대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한국문학과 사회가 반복하는 신파먹고사니즘의 문제성

 

102010년대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자폐적 세계에서 사회로 나아가려는 작가의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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