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남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2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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〇 이현우,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2 – 남성작가 편), 청림출판, 2021


2020년에 출간된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의 개정판이다. 초판의 1950년대 손창섭을 제외하고 이문구, 김원일, 김훈의 소설이 추가되었다. 초판을 읽었으므로 일단 추록부분이 궁금해 먼저 읽어나갔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내면적으로 고뇌하는 이순신과 짧게 끊어가면서 이어나가는 하드보일드 문체로 정리한 부분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저자가 생각하는 대표 작품을 선별해 분석하고 있는데 초판 서문에서 보듯이 당대 사회상과 작가의 성장환경과 집필 배경 같은, 독자로서 관심을 갖고 찾아보려면 품을 팔아야 하는 정보가 자세히 실려 있어 해당 작품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저자의 주관성이 강하게 들어간 시대구분이지만, 전근대 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반드시 출현했거나 출현했어야 하는 문학사조와 작품을 짚어주고, 해당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한 아쉬움과 바람까지 지적하고 있어서 가벼운 비평서의 역할도 하고 있는 책이다.

또한 내가 몰랐거나,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읽지 않았거나, 읽으려고 시도했지만 읽을 수 없었던 작품들을 메모해놓고 읽어가는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나는 이병주의 등단작 "소설. 알렉산드리아(2020년 개정판, 바이북스)"를읽어볼 참이다.


- 초판 서문 중에서

근대적 변화가 갖는 보편성을 각 나라의 문학이 공유하는 동시에 불균등한 발전과정에서 비롯되는 상대적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이 요체다.


전체적으로 반영론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읽고 평가하려고 했다. 작품을 시대적 맥락과 작가의 전기적 맥락에 비추어 읽고자 했다. 6쪽

1장 1960년대 1: 최인훈 《광장》 : 남한과 북한 체제 모두를 거부하는 ‘회색인간’의 의미와 한계


- 정신분석학에서 ‘아버지의 이름’은 법, 이념, 사회적 질서 등에 상응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아버지’는 단순한 생물학적 아버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버지가 인정하고 이름을 부여해줘야 온전한 주체가 될 수 있는데 이렇게 주체를 보증해주는 존재를 다른 말로 ‘대타자’라 부른다. 대타자 부재의 문학, 결손의 문학이 바로 손창섭 문학이다. 그렇다면 손창섭 이후 문학의 과제는 ‘대타자의 설립’인 동시에 ‘주체로서의 자기 정립’이어야 한다. 34-35쪽


- 1960년대 문학은 두 단계 출발점을 갖게 된다. 첫 번째는 최인훈의 《광장》에서 나타난 ‘비어 있는 주체’이고, 그다음 단계는 김승옥이 탄생시킨 ‘속물’이라는 주체다. 37쪽


2장 1960년대 2: 이병주 《관부연락선》: 전혀 다른 문학의 길을 제시한 ‘한국의 발자크’ 이병주의 세계


- 이병주가 쓰는 표현인 “나에게는 조국이 없다. 오직 산하만이 있을 뿐이다.”할 때의 ‘산하’야말로 이병주 문학의 핵심이다. 이병주가 내거는 ‘산하의 허무주의’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61쪽


3장 1960년대 3: 김승옥 《무진기행》: 순수에서 세속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포착한 현대인의 증상

- 윤희중의 결혼은 사랑에 의한 결합이 아니고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현대적인 세계다. (···) 다만 꺼림칙함은 갖게 된다. 사랑을 포기하고 돈을 선택하는 것인지라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낀다. ‘부끄러움’은 돈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입장권이다. 91쪽


- 윤희중이 무진과 함께 연상하는 것이 세 여자다. 광주역에서 만난 미친 여자, 미쳐가는 여자인 음악교사 하인숙, 자살한 술집 여자. 이 작품에서 특기할 만한 것인데 윤희중은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이 부분은 그동안 상당히 과소평가되었지만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 생각한다. 윤희중은 남자이지만 무진에서의 세 여자와 마찬가지로 ‘여성화’되어 있다.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결정의 주체는 아내고 (134쪽) 윤희중은 아무런 힘이 없다. (···) 윤희중이 철저하게 수동적인 객체로 그려지는 것이 이 작품의 중요한 문제성이다. 92-93쪽


4장 1970년대 1: 황석영 《삼포 가는 길》: 황석영은 ‘방랑자문학’을 넘어 ‘비판적 리얼리즘’에 도달했는가


5장 1970년대 2: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했던 가장 비판적인 소설로 다시 읽기


- 이 작품은 단순히 조창원 원장 개인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조백헌 뒤에 조창원 원장이 있고 그 뒤에는 박정희가 있다. 142쪽

6장 1970년대 3: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하층계급과 상층계급을 가리지 않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


7장 1970년대 4: 이문구 《관촌수필》: 근대화 과정에서 희생된 전근대 인물들의 의리와 인정

8장 1980년대 1: 김원일 《마당 깊은 집》: 해답을 찾기보다 상처를 드러내는 김원일의 분단문학

9장 1980년대 2: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중산층이 되려는 독자들의 열망을 자극한 이문열의 교양주의


10장 1980년대 2 : 이인성 《낯선 시간 속으로》: 아버지의 그늘을 넘어 ‘탈주’를 모색하는 실험적 소설의 탄생


11장 1990년대: 이승우 《생의 이면》: 아버지와 어머니 없이 ‘텅 비어 있는’ 현대인을 위로하는 문학


- 《생의 이면》도 일종의 성장소설이자 교양소설로 읽힐 수 있다. 동시에 최근의 여러 문학들에서 보이는 인물상인 ‘텅 비어 있는 인간’이 이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할 법한 주인공의 형상이다.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할로우맨’이라고도 불린다. 텅 빈 인간, 투명인간, 허수아비 인간이다. 이승우의 경우 아버지도 부재하고 어머니도 부재하는 ‘고아’다. 고아가 어떻게 자기가 될 수 있는가, 할로우맨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채울 수 있는가, 어떻게 자신을 주체로서 정립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304쪽


- 이문열과 이인성, 이승우는 한국현대문학에서 ‘주체 형성’이라는 과제의 세 가지 유형을 보여준다. 각자 당면해 있는 문제 상황이 다른데 이문열은 이념으로서의 아버지, 가족을 내버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있다. 그 애정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을 정립하려고 한다. 이인성은 너무나 막강한 아버지와 할아버지 앞에서 스스로 분열되고 해체된다. 그래서 작품이 명쾌하지 않고 난해하다. 이인성 문학은 아버지로부터 일탈, 탈주의 시도다. 자전적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살아 있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필사적인 사투를 벌인다. (···) 그런 상황에서 예술가로서 자신을 정립하는 모델로 조이스, 카프카 문학 등을 참고할 수 있다.

이승우의 경우는 이인성과 완전히 반대다. 그에게는 아버지가 없다. 존재하지만 그 자신에게는 부재한다. 동시에 어머니도 그를 고아 취급한다. (···) 이승우의 경우 동일시를 보증하는 대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데서 아버지를 데려와야 한다. 교회에 다니고 신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다. 306-307쪽

12장 2000년대 : 김훈 《칼의 노래》: 작가의 분신이자 근대적 인간으로서 ‘허무주의’를 말하는 이순신


- 결국 김훈은 두 가지 무기를 가지고 소설을 쓰는 셈이다. 하나는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내면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고 다른 하나는 문체다. 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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