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에밀리 정민 윤 지음, 한유주 옮김 / 열림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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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 정민 윤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열림원, 2020

 


이 시집의 맨 안쪽 동심원은 일본군 성노예로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의 증언을 인용한 시다(‘증언들’). 시인은 할머니들의 피해 증언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인용, 재가공해서 ‘증언들의 증언’을 한다. 이 동심원의 바깥에는 ‘일상의 불운’이라는 제목을 단 여러 편의 시가 있다. 일상적인 폭력과 불안에 대한 저항과 불안이 짙게 배인 또다른 증언들. 그리고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이라는 시구는 이 문구가 포함된 시 보다는 이 시집의 맨 마지막에 자리 잡은 ‘고래 시간’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미래의 인류에 대한 묵시론적 경고 같은 ‘오래된 증언’. 증언의 말들은 쏟아지는 비처럼 호수에 내리고, 그 파문은 무한히 확장되고 있다.

 

 

- 위안 26-27쪽

 

수요일에, 나는 플레인 요거트를 먹었다. / 공책을 펼쳤다. 빨래를 개는 동안/ 비발디.// 그의 생일이었다. 수요일에,/ 비가 내렸다. 다육식물들 위로,/ 살아남은 여자들 위로.// 속거나 납치당해서, 일본군에게 끌려갔다./ 콘돔에 적혀 있는 건, 돌격 1번./ 헹궈서 재사용. 수요일마다,// (···)// 그들이 품었던 아이들을 위해. 그들이 품을 수/ 없었던 아이들을 위해./ 그들이었던/ 아이들을 위해. 그들에게 이날을 주어라. 그들에게// (···)

 

- 종 이론

 

오래전, 1923년 일본에서는, 주고엔 고짓센이라는 말이 한국인들을/ 구별하는 데 사용되었다. 15엔 50센 발음해봐. 관동 대지진의 혼란을 틈타 식민지 사람들이 물에 독을 풀고 불을 질렀다고: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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