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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평점 :
'행복이란 무엇인가'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같은 추상적인 질문이 제목인 책을 선뜻 집어들 생각은 없다. '공부란 무엇인가' 또한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공부(工夫)'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나를 집어든 가장 큰 이유는 저자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을 상기시키는 제목이 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 칼럼에서
명절마다 시시콜콜 사생활을 캐묻고 간섭하려는 친척에게 저자는 '...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과 정체성에 관한 질문으로 되묻는 전략을 조언했고,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쾌감을 선물했다.
토요판 '중앙Sunday'에 실렸던 칼럼을 몇 편 보았던 기억이 있고, 그것들을 정리하고 보완전 책이라 반가웠다. 제1부 공부의 길(지적 성숙의 과정), 제2부 공부하는 삶(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는 공부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챕터라 생각했다. 글쓰기에 관한 책에서 글쓰기는 왜 중요하며, 누구든 당장 글쓰기를 시작하고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는 류의 용기를 북돋는 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어떻게 보면 뻔하게 보일 수도 있는 주제(여러 권의 글쓰기 책에서 나는 이 부분을 과감히 스킵하거나 훑어보기만 한다)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내 시선을 붙드는 것은 저자의 문체 때문이다.
저자는 비유를 적절히 활용해서 풍자적으로 해학적으로 현상을 풀어내고 비판한다. 그래서 뻔해 보일 수 있는 주제도 영국식 블랙유머를 읽는 것처럼 자연스레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제3부 공부의 기초(질문과 맥락 만들기), 제4부 공부의 심화(생각의 정교화)는 책을 읽고 소화해 토론이나 세미나를 하는 경우에 유용한 챕터다. 대학원생이나 독서토론 등의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텍스트를 읽고 요약하여 발제해야 하는지, 발전적인 토론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조언한다.
결론적으로 난 이 책을 공부의 방법론에 관한 책으로 이해했다. 절실함과 섬세함, 이 두가지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절실함에서 출발해 걷다가 뛰다가 쉬다가 다시 걷는 인터벌 트레이닝처럼 자신만의 섬세함을 계발하는 일이 공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