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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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으로 알려진 재북 시인 백기행의 1957년부터 1963년까지의 일곱 해를 다루는 소설이다. 

서정시를 쓰던 시인이 공산주의에 기반한 1인 수령체제로 전환기에 있는 북한에서 

사상검증을 받고, 변방인 삼수군의 관평협동조합으로 유배에 가까운 파견을 가서 생활하는 장면까지 세밀하게 다루는데 그 사이에 1930년대의 평양과 함흥 시절이 회상으로 끼어든다.


당대에 기행과 친분이 있었던 인연들을 만날 수 있는데 특히 상허 이태준에 대한 분량이 꽤 많다.

또한 '현'으로 지칭된 실존인물인 신현중이 백석이 흠모했던 통영 '천희'(처녀) 박경련과 결혼한 에피소드처럼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더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시인 안도현의 "백석 평전"을 같이 읽는 것도 좋겠다)


소설적으로 삽입된 허구는 러시아 시인 '벨라'와의 인연, 모스크바 유학파 옥심, 삼수에서 알게된 여교사 '서희' 정도인데, 첫 장면부터 등장한 '벨라'와의 관계는 기행이 삼수로 가는 원인을 제공할 뿐 기행이 함흥에서 '벨라'의 통역을 한 것과 서신을 주고 받은 설정 외에 그 관계가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 좀 아쉽다. 그랬다면 꽤 분량이 늘어났을 테지만. 


언뜻 보면 꽤 심심한 소설이지만 작가가 고증과 상상력을 통해 형상화 해낸 기행의 7년의 삶은 한겨울에 '푹푹 나리는' 눈처럼 순하고 고요하다. 특히 삼수 협동조합 시절 양을 살뜰히 돌보면서 마주하는 양의 눈빛을 바라보는 장면은 이 소설의 감동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다. 


"백석평전"외에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국가에 의해 핍박받는 과정과 예술가의 내면을 절절히 그린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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