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김사인 엮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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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엮음,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문학동네, 2019

- 2017년 초부터 그해 4월말 사이에 중앙일보에 연재된 글 모음이다. 하루 한편 시를 소개하고 간단한 평을 붙였다. 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신동엽의 ‘산문시 1’ 같은 긴 작품은 드물다. 2017년 초를 되돌아보면 2016년 후반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혼란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2017년 3월 10일)로 이어졌고,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가 네 것보다 내 것이 더 크다는 식의 협박을 일삼았고, 세월호 선체가 마침내 인양되었다(2017년 4월 11일). 역사책 한켠에서 읽은 구한말과 해방 전후의 혼란이 떠올랐다. 몇 십 년이 지나면 이 시기도 분명히 역사책 속에 자리잡을 것이리라.

“무엇보다 그날그날의 상황에 의미 있고 생생하게 부응할 법한 목소리를 찾으려 했다. 그리고 작고 시인들의 글과 시만을 대상으로 삼기로 정했다. 우리의 시 읽기가 대체로 온고지신에 소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그 좋음에 비해 독자들에게 덜 알려져 있거나 오해된 시인과 시를 우선했고, ‘참여’를 표방했던 쪽보다는 전통 서정시 쪽을, 중심부보다 주변부, 서울보다는 지역에서 활동했던 시인들을 좀더 앞세우려했다. 익히 알려진 시인일수록 가능하면 그의 또다른 면모를 소개하려 애썼다. 부족한대로 예와 오늘, 동양과 서양에 두루 눈을 주고자 했고, 외국 시들은 기존의 번역을 참고하되 내 나름의 이해에 따라 고치거나 다시 번역했다.” 12쪽

좁은 의미의 시(詩)가 대부분이지만 시조, 편지, 일기, 민요, 대한민국 헌법전문도 있다. 서정시를 주로 소개했다는 설명이 있지만 엮은이가 말하고 싶은 세계관과 비판의식이 일차적으로 작품선택으로 이차적으로 시에 대한 단평의 형태로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이 어쩌면 보수 신문의 독자를 불편케 했을 수도 있겠다.

유사한 형식으로 펴낸 저자의〈시를 어루만지다〉(도서출판 b)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 메모


- 공원, 자크 프레베르(1900-1917)
수천 년에 또 수천 년도/ 부족하리/ 우주의 한 별 지구/ 지구 위의/ 파리/ 그 파리의 몽수리 공원에서/ 겨울 햇빛 아래 어느 날 아침/ 나와 그대/ 그대와 내가 입맞춤한/ 영원의 한순간을/ 다 얘기하기엔. 66쪽

- 일본놈 일어서니, 해방기 민요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 사람 믿지 마라// 일본놈 일어서니// 조선 사람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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