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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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미첼, 야생의 위로(the wild remedy)(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심심, 2020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야외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이 책을 펼치면 의자에 앉아 혹은 가만히 서서 산책할 수 있다. 부제처럼 박물학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저자는 우울증을 오래 앓아왔는데, 그때마다 건강을 위해 산책을 나간다(물론 직업적인 목적도 있겠지만). 거주하는 오두막집 산책로부터 멀리는 웨일즈의 초원과 습지까지, 반려견 애니와 때로는 친구와 동료 연구자들과 '자연의 항우울제'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풍부한 묘사와 꼼꼼한 일러스트, 순간의 사진 들로 일년 열두달의 생태계를 펼쳐볼 수 있다. 방구석에만 있으면 없는 우울증도 생길 것 같은 이 시절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 메모 


이렇게 야생식물에 평소보다 많은 열매가 열려 가지가 묵직해지는 해를 열매의 해혹은 도토리의 해라고 한다. 40


영국 민담에 따르면 숲에 열매가 많이 열리는 것은 매서운 겨울의 예고다. 왠지 마음에 드는 이야기다. 나무들이 다가올 날씨를 감지하고 비축할 식량을 더 많이 제공해서 새들이 겨울에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여준다니. 하지만 사실 숲에 풍년이 드는 이유는 그해 봄 날씨가 따뜻하고 건조하여 꽃가루 수분이 늘어난 데다 7, 8월에 비가 내려 배아가 충분히 맺히고 익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덜 낭만적인 설명도 날씨가 추워질 때 찌르레기, 지빠귀, 산비둘기를 위해 준비되어 있을 풍성한 자연의 저장고를 생각하며 내가 흐뭇해하는 걸 막지는 못한다. 41- 10

 

검은수레국화 이삭을 들여다보는데 눈에 무언가 작고 붉은 것이 어른거린다. 처음에는 너무 빨리 몸을 굽힌 나머지 망막에 섬광이 들어온 줄 알았지만, 어른거림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서 가까이 들여다보니 로제트 여려 개의 중심부에 무당벌레가 들어가 있다. 그중 하나에는 무려 다섯 마리가 겨울잠에 취해 꼼짝 않고 웅크려 있다. 이삭 중심부의 부숭부숭한 털은 공기를 가두어 단열층을 형성하며, 기온이 급락하는 맑은 겨울밤에 서리가 침투하는 것을 막아 무당벌레들을 보호해준다.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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