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 거칢에 대하여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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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결: 거침에 대하여(홍세화 사회비평에세이), 한겨레출판, 2020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나에서 출발해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사회(국가)로 나아가는 방식의 전개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성(생각)에 앞서 '하베아스 코르푸스(habeas corpus). 라틴어로 “당신은 몸을 소유한다”는 인신보호령(1679년, 영국)'을 가장 중요한 권리로 제시하고, '생각하다'와 '생각하지 않은 생각'을 구분해 인간은 이미 완성 단계의 존재가 아닌 부족하고 보충되어야 할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강조점이다.


다음으로 '20:80'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양분화 된 한국 사회에서 개개인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개선하고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사회적 연대, 공감과 연민, 위와 앞이 아닌 옆과 뒤에 있는 약자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머릿속에 든 생각만으로 사회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명확한 인식이 중요하다. 특히 상징폭력과 자발적 복종 등 사회학적 개념을 빌려 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관한 논란을 고찰한 부분은 내가 지금까지 가진 일방적인 피해자 프레임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부분에 동의할 수 없지만 프랑스 대입시험 바칼로레아처럼 나에게 몇 가지 무거운 숙제를 안긴 책이다.




- 나는 생각하는 존재라기보다 ‘생각하지 않은 생각’으로 충반하고 그것을 고집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이것이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듯 살아가는 사람들의 양태다. 85쪽


- 상징폭력은 피지배자들로 하여금 사회적 위계를 정당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지배자들에게 복종하도록 이끄는 지배기제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개념화) 134쪽


- 정확히 자각하지 못한 채 은밀한 방식으로 복종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에티엔 드 라 보에시의 ‘자발적 복종’과 흡사하지만, 피지배자들이 지배자의 의식과 욕망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다르다. 135쪽


- 우선 계급배반의 문제가 심각하다. 중산층보다 서민층이나 빈곤층이 더 배반한다. 처지(존재)는 ‘80’에 속하지만 ‘20’편을 열심히 들어준다. 또 ‘80’에 속하는 사람들의 분열이 작용한다. 영남패권주의가 작동하고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분열되어 있다. 여혐/남혐으로도 분열되어 있다. 또 ‘20’의 적극성에 비하여 ‘80’의 소극성도 문제다. ‘20’은 이미 좋은 자신의 처지를 더 좋게 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지만, ‘80’은 정치에 소극적이거나 탈정치화되어 무관심하다. 또 ‘80’은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미래의 기대치로 오늘의 나를 배반한다. 지금은 ‘80’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 ‘20’에 속하게 되리라는 욕망을 갖고 있어서 미리부터 ‘20’편을 드는 것이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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