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전쟁 이후 십년을 단위로 그 시대를 대변할 만한 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내용을 문학사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부제가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이지만 이론서처럼 세계문학의 전반적 흐름을 나열식으로 서술하지는 않고, 개별 작품 안에서 문학사조와 작가들을 언급하는 정도다. 본격적으로 자세하게 세계문학의 흐름을 소개했다면 오히려 지루해졌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적절한 분량이다. 장점은 시대별로 작품을 골라 부랑자 문학, 노동문학, 계급문학, 교양문학, 리얼리즘 소설, 모더니즘 소설 등으로 나아가는 문학의 흐름 안에서 각 작가와 작품들을 대입해서 내용과 한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는 점이다. 단점은 평자의 주관이 강하게 개입되다 보니 단정적으로 씌어진 부분도 발견된다는 것. 나처럼 소설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충분히 길라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1장 1950년대: 손창섭《비 오는 날》: 한국전쟁의 폐허가 낳은 ‘너절한 인간’들의 한계와 가능성


- 손창섭 문학은 인간 사회를 동물원 수준으로 본다. 여성의 인격이나 성격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뱃가죽이 좀 달라’ 이런 식이다. (···) 전쟁의 사후 효과이기도 한데 모든 이념이나 고상한 정신적 가치가 다 무너지고 파괴된다. 25쪽


2장 1960년대 1: 최인훈 《광장》 : 남한과 북한 체제 모두를 거부하는 ‘회색인간’의 의미와 한계


- 정신분석학에서 ‘아버지의 이름’은 법, 이념, 사회적 질서 등에 상응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아버지’는 단순한 생물학적 아버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버지가 인정하고 이름을 부여해줘야 온전한 주체가 될 수 있는데 이렇게 주체를 보증해주는 존재를 다른 말로 ‘대타자’라 부른다. 대타자 부재의 문학, 결손의 문학이 바로 손창섭 문학이다. 그렇다면 손창섭 이후 문학의 과제는 ‘대타자의 설립’인 동시에 ‘주체로서의 자기 정립’이어야 한다. 70쪽


- 1960년대 문학은 두 단계 출발점을 갖게 된다. 첫 번째는 최인훈의 《광장》에서 나타난 ‘비어 있는 주체’이고, 그다음 단계는 김승옥이 탄생시킨 ‘속물’이라는 주체다. 72쪽


3장 1960년대 2: 이병주 《관부연락선》: 전혀 다른 문학의 길을 제시한 ‘한국의 발자크’ 이병주의 세계


- 이병주가 쓰는 표현인 “나에게는 조국이 없다. 오직 산하만이 있을 뿐이다.”할 때의 ‘산하’야말로 이병주 문학의 핵심이다. 이병주가 내거는 ‘산하의 허무주의’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100쪽


4장 1960년대 3: 김승옥 《무진기행》: 순수에서 세속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포착한 현대인의 증상


- 윤희중이 무진과 함께 연상하는 것이 세 여자다. 광주역에서 만난 미친 여자, 미쳐가는 여자인 음악교사 하인숙, 자살한 술집 여자. 이 작품에서 특기할 만한 것인데 윤희중은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이 부분은 그동안 상당히 과소평가되었지만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 생각한다. 윤희중은 남자이지만 무진에서의 세 여자와 마찬가지로 ‘여성화’되어 있다.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결정의 주체는 아내고 (134쪽) 윤희중은 아무런 힘이 없다. (···) 윤희중이 철저하게 수동적인 객체로 그려지는 것이 이 작품의 중요한 문제성이다. 134쪽


5장 1970년대 1: 황석영 《삼포 가는 길》: 황석영은 ‘방랑자문학’을 넘어 ‘비판적 리얼리즘’에 도달했는가


6장 1970년대 2: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했던 가장 비판적인 소설로 다시 읽기


7장 1970년대 3: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하층계급과 상층계급을 가리지 않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


8장 1980년대 1: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중산층이 되려는 독자들의 열망을 자극한 이문열의 교양주의


9장 1980년대 2 : 이인성 《낯선 시간 속으로》: 아버지의 그늘을 넘어 ‘탈주’를 모색하는 실험적 소설의 탄생


- 이인성의 문학이 탄생하기까지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이인성으로부터 내려오는 한국의 베케트파 중에는 번역자들이 많다. 정영문, 배수아, 한유주 등 이 계보에 선 작가들이 있다. 이들의 작품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일단 전혀 대중적이지 않다. 대중(298쪽)적인 작품을 쓰면 그들의 리그에서 쫓겨난다.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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