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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논어 에세이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1월
평점 :
*‘논어의 문고리’(김영민 논어 에세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사회평론, 2019)
'논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수 있다. 책장에 '논어'에 관한 책 한 권 꽂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원전을 끝까지 완독한 사람은 드물 거라 생각한다. 저자의 에세이"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필력을 믿고, 아마도 이 책 안에는 논어의 텍스트와 더불어 영화, 문학, 유머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잘 씹고 소화할 수 있도록 정제된 문장으로 기존 논어에 대한 해석에 그에 대한 비판을 적절히 서술하고 있었고, 저자 특유의 유머와 비유가 있어 논어에 대한 입문 에세이로 추천할 만하다.
- 고전 텍스트를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이다. 17쪽
- 『논어』텍스트 전체는 발화한 것, 침묵한 것, 침묵하겠다고 발화한 것, 이 세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분류를 염두에 두고, 독해자는 의도된 참묵마저 읽어낼 자세를 가지고 『논어』를 탐사해 나가야 한다. 29쪽
- 『논어』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어떻게 모든 이를 사랑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미워할 것인가, 라는 정교한 미움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2쪽
- 누군가를 정확히 좋아하고 미워하려면, 공정성에 대한 명철한 인식과 더불어 높은 수준의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95쪽
- 일견 과한 행동처럼 보여도, 그것이 상황에 적절하기만 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중용일 수 있다. 123쪽 중용이란 예상하기 어려운 역동적인 상황 속에서도 적절성을 찾아내는, 그러기 위해서 기존 규범이나 예상으로부터 적절히 이탈할 수 있는 차원을 포함한다. 124쪽
-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려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려면, 무능을 넘어 배우는 일 자체에 대해 배우려면, 메타meta 시선이 필요하다. 공자가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했을 때, 거기에는 극복 대상이 된 3인칭의 자아뿐 아니라, 대상화된 자신을 바라보는 1인칭의 자아가 동시에 있다. 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