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하다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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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를 타지 않고 뉴욕에 가다'(조승연, 리얼:하다, 와이즈베리, 2019)


조승연 작가가 진행하는 방송 '굿모닝팝스'를 팟캐스트로 즐겨 듣는다. 이전 진행자들이 영어관련 학과를 전공한 영어교육전문가들이었는데, 조승연 작가가 진행하는 방송은 영어에 관한 지식 뿐 아니라 단어나 표현이 나오게 된 문화적, 역사적 배경과 어원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라 색다르다. 아마도 그가 뉴욕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언어와 음악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가진 방송인 겸 강연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중고등학교를 미국 중서부의 미시간에서, 대학을 뉴욕에서 나왔다. 뉴욕을 경험했고, 뉴욕을 지금도 방문하는 여행객이므로 내재적이고 외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눈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특별하다. 인터넷이나 책에서 검색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식 자체가 내가 겪지 못한 부분에서는 새로웠지만, 내 눈길을 더 끌고 붙잡았던 것은

그의 뉴욕생활의 경험이 묻어난 글이었다. 뉴욕에 가지 않고도 뉴욕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수많은 작가들이 그곳에 가지 않고도 그곳에 관한 책을 썼듯 우리는 그곳에 가지 않고 그곳을 방문할 수 있다.









- 뉴요커는 이민 이후의 생존 경험을 통해, 주변 사람의 부러운 시선이나 허울 좋은 체면치레 같은 것은 생존에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진정한 자유와 존재감은 경제적 자립에사만 온다. 이것이 뉴요커의 행복 공식이다. 21쪽


- 일단 뉴욕에서 공공 시설물 이름으로 기리는 사람의 특징은, 첫째, 주로 이민자 출신 즉 원래 아웃사이더였던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기리는 위인은 전통적인 엘리트 집단인 양반 계급의 일원이다.

두 번째, 뉴욕에서 기리는 위인은 대부분 도덕적 오점이 많은 거부들이다. 록펠러나 프릭처럼 오늘날까지 어느 한편의 엄청나게 지탄을 받는 인물의 이름이 주요 문화시설에 붙어 있다는 것은 한국인의 상식이나 보편적인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43-44쪽


- ‘공부를 시킨다’가 아니라 ‘알아서 공부할 줄 알고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영리한 아이를 만든다’를 목표로 영유아기에 집중적인 교육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미국인이 ‘discipline'이라고 부르는 자기 통제력은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뉴요커 교육 철학의 두 번째 축이다. 128쪽


- 뉴요커가 가르쳐주는 외롭지 않게 사는 법


하나는 취미 집단을 유사 가족으로 만들되, 서로의 사회 계급이나 경제력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중략) 두 번째는 모르는 사람에 대해 거리낌 없이 밍글링을 하거나, 인터넷으로 집세 협의만 되면 누구하고든 한집에 살며 유사 가족이 되고, 우정의 순간은 즐기지만 헤어질 때는 인간관계가 영원할 수 없다는 점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다.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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