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19 소설 보다
김수온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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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온의 '한폭의 빛'은 공간에 관한 감각이 돋보인다.

분명하게 잡히지는 않지만 창가에 놓인 소파와 몽환적인 숲과 호수

딸과 엄마와 비존재로서 방 안에 존재하는 갓난아기까지

소설 속에 설치된 세트를 넘나들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작가가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백수린의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를 읽으면서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떠올랐다. 두 어린 아이를 기르는 여자 엄마

주인공이 언젠가 살고 싶다는 붉은 지붕의 집이 무너져가는 장면에서

마주친 젊은 중국인 인부의 탄탄한 몸을 보며 순간적인 욕망을 느낀다.

또 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젊은 남자 무용수에게 호감을

느끼는 장면은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타치오를 바라보는 늙은 작가

구스타프 아센바흐가 추구한 아름다움에의 욕망과 겹쳐졌다.


- 주인공이 나이도 더 많고 외국인 인부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 위치 역시

우위에 있도록 설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시선의 주체가 된 여성과 객체가 된 남성이

폐허가 된 집에서 마주 볼 때 어떤 공포나 서스펜스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소설을 쓰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87쪽, 작가와의 인터뷰)


장희원의 '우리의 환대'는 요즘 주목받는 퀴어 코드에 관한 소설인데, 특이점은

동성애자인 아들이 가진 부모, 특히 아버지의 입장에 독자가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또한 묘사가 세밀하지는 않지만 언급할 것은 언급하고 넘어가는

군더더기 없는 문체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리하게 독자를 주제의식으로 이끌 줄

아는 작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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