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누스 푸디카 창비시선 410
박연준 지음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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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를 젓는다. 시간의 강물 위를, 젓다가 잔잔한 물결에 몸을 맡기고
뗏목 위에 누워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을 들여다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몸이 뗏목이고 강물이다
몸 속에서도 출렁이는 것들이 있다.


"정숙한 자세". '정숙' (靜肅)


조용하고 엄숙함이라는 뜻의 저 낱말에는 어쩐지 누군가가
단상에서 굳게 입술을 다무는 자세가 서려 있다.


단상 아래에서 그 입술을 쳐다보았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흐른다. 생각이 흐르는데 시간은 정지된다. 시간은 어디론가 앞질러 가는데 생각은 역류한다. 그래서 물결이 인다. 정숙한 반항의 흰 포말이 일어난다.



"Venus Pudica. 비너스상이 취하고 있는 정숙한 자세를 뜻하는 미술용어. 한 손으로는 가슴을, 다른 손으로는 음부를 가리는 자세를 뜻함." 12쪽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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