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7
김행숙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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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꿈에서 깼음을 자각한 뒤 바로 시각을 확인했다.

2019년 1월 29일 오전 6시 32분,


28일 오후 11시 경에 잠자리에 들어

29일 오전 3시 경에 한 번 깬 뒤 두 번째 잠을 깬 것.


첫 번째는 꿈 없는 잠이었고,

이번 잠은 꿈의 스케치가 비교적 선명했다.



나는 노비였다.



주인 집에 함께 거주하지 않고 별도 가구를 이루고 사는 외거노비였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인 혹은 주인의 아들을 죽였다.

물론 기억에는 없지만,



관우가 들었던 청룡언월도 만한 칼을 든 칼잡이가 머리를 풀어 헤치고

머리칼로 나를 베어버리겠다는 눈빛으로 파도처럼 찰랑이며 다가온다.



나는 어느 가게로 도망쳤다.

주인은 나를 다락으로 숨겨주었다. 다락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할머니 몇 분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단번에 눈치로 나의 다급함을 눈치 채고

나를 창문 밖 난간 사이에 있는 좁은 틈으로 안내했다.



거기까지가 꿈이 내게 들려준 얘기였다.

잠의 외줄타기로 내 귓속에 부려 놓고 간 보이지 않는 알갱이, 씨앗이었다.



그것들이 흩뿌려져 산과 들, 하늘과 바다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을 잉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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