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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7
김행숙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평점 :
꿈에서 깼음을 자각한 뒤 바로 시각을 확인했다.
29일 오전 3시 경에 한 번 깬 뒤 두 번째 잠을 깬 것.
주인 집에 함께 거주하지 않고 별도 가구를 이루고 사는 외거노비였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인 혹은 주인의 아들을 죽였다.
관우가 들었던 청룡언월도 만한 칼을 든 칼잡이가 머리를 풀어 헤치고
머리칼로 나를 베어버리겠다는 눈빛으로 파도처럼 찰랑이며 다가온다.
주인은 나를 다락으로 숨겨주었다. 다락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를 창문 밖 난간 사이에 있는 좁은 틈으로 안내했다.
잠의 외줄타기로 내 귓속에 부려 놓고 간 보이지 않는 알갱이, 씨앗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