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하는 토끼 머리에게 ㅣ 테이크아웃 9
오한기 지음, 소냐리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평점 :
토끼와 인간, 토끼 머리와 인간의 몸통, 토끼 몸통과 인간의 머리
이를 공간적으로 확대해보면 이곳과 저곳을 가르는 경계에 너는 있다.
이를 시간적으로 적용해보면 너는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의 갈림길에 서서 운다.
내가 지금-여기에서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이지만
내가 과거 혹은 미래-저기에서는 그들이 되는 지점
내가 토끼 머리가 되고, 토끼 몸통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여성, 어린 아이들, 노인들
기본적인 생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을 정도로 가난의 구석에 웅크린 존재들
젖고 얼고 사라져 간 존재들을 위해 이 소설은 씌여진 것 같다.
"토끼 머리라는 별명을 지닌 사람이 진짜 토끼가 되는 과정.(오한기, 67쪽)
- 토끼 머리. 어쩌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게 내 별명이다.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외삼촌은 나를 토끼 머리라고 불렀다. 그렇게 나는 토끼 머리가 됐다. 10쪽
- 그 뒤 묘하게도 나는 외삼촌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외삼촌이 토끼이고, 외삼촌이 잘라 놓은 머리가 바로 나라는 생각이었다. 22쪽
- 그 점괘대로 나는 귀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시마로를 만나서 완벽한 존재, 아니, 완벽한 토끼가 됐다. 46쪽
- 마시마로, 고집 그만 피우고 밖으로 나오렴. 죄를 인정하기만 하면 돼.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만 인정하면 된다고. 안타깝게도 내가 아무리 말해 봤자 마시마로는 듣지 않았다. 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