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나이로 막 세 살이 된 딸이 엄지손가락을 자주 빤다. 다섯 손가락 중에
왜 하필 엄지손가락만 빨고 있을까.
thumb이라는 단어에서 'b'는 묵음이다. 형태는 있으나, 소리가 없는 '눈'이다.
내 주먹을 바라보다가 나도 아이처럼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본다.
나는 아이의 행동을 승인한다(thumbs-up). 그리고 나도 돌아간다.
엄지가 있어 사피엔스는 물건을 집을 수 있고, 도구를 만들 수 있었다.
엄지는 왕이 아니라 하인이다.
엄지는 '덤'이라 발음한다. 소리는 있으나 형태가 없는, 줄기 없는 가지다.
엄지는 엄지다. 덤은 덤이다.
"천천히 생겼다 천천히 사라지는/ 믿음 때문에"
나의 엄지는 항상 하늘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