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11
강성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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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나이로 막 세 살이 된 딸이 엄지손가락을 자주 빤다. 다섯 손가락 중에 

왜 하필 엄지손가락만 빨고 있을까.


thumb이라는 단어에서 'b'는 묵음이다. 형태는 있으나, 소리가 없는 '눈'이다.

내 주먹을 바라보다가 나도 아이처럼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본다.

나는 아이의 행동을 승인한다(thumbs-up). 그리고 나도 돌아간다.


엄지가 있어 사피엔스는 물건을 집을 수 있고, 도구를 만들 수 있었다.

엄지는 왕이 아니라 하인이다. 

엄지는 '덤'이라 발음한다. 소리는 있으나 형태가 없는, 줄기 없는 가지다.

엄지는 엄지다. 덤은 덤이다. 


"천천히 생겼다 천천히 사라지는/ 믿음 때문에" 

나의 엄지는 항상 하늘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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