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밤이, 밤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1
박상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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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미세먼지 때문에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폭격을 피해 동굴로 숨어든 피난민처럼 우리 세 식구는 거실에서 살을 맞댄다. 초미세먼지, 보이지 않아서 두려운 것들.


몇 권의 책을 쌓아두고 본다. 그 중에 박상순 시집이 있다. 


꽤 오랫동안 시를 쓰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쓴 시와, 쓸 시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내가 인식할 수 있고, 남들이 예상가능한 시에서 제임스 설터의 단편 '어젯밤'처럼 일어나버린

사태를 어찌할 수 없이 바라만 보아야 하는 허망함을 지닌 그런 글을 갈망한다. 그러므로 내가 아닌 

내가 쓸 시를 생각한다. 기다린다. 찾고 있다.


연미가 물었다. 왜 읽냐고.



이 시집을 읽은 느낌은 시간의 그물 속을 드나드는 오브제와 사건들.

빛, 어둠, 목소리, 바람, 향기 등


물체나 감정이 시 속에 던져져 그것들이 저절로 스스로 영역을 확보하고 확장하도록

내버려두는 방식으로 시가 씌여졌다는 생각.


앞에 펼쳐 놓은 시선이나 사건을 작품의 후반부에서 수습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씌여졌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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