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4년부터 2017년 사이에 발표된 단편을 모아놓았는데, 나는 순서대로 읽지 않고

대체로 발표지면의 선후에 따라 읽었다.

('입동'-'풍경의 쓸모'-'침묵의 미래'-'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건너편'-'노찬성과에반'-'가리는 손')



2014년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사건이라는 사회적 비극이 있었고, 그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작품('입동'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이 책의 첫머리와 끝머리에 놓였다. 그리고 이 소설집에 실린 거의 모든 소설에서 죽음이 제재로 등장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숨진 영우'('입동', 카버의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후두암에 걸린 화자'('침묵의 미래') '학생을 구하려다 사고사 한 선생님이 직업이었던 남편'('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암에 걸린 노견'('노찬성과 에반'), 중학생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숨진 노인('가리는 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병들고 죽어가는 한 개인의 자연적 죽음 외에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말의 책임과 부채의식을 가질 만한 사회적 죽음이 혼재되어 있다. 그 죽음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인물들은 발버둥치고 순응하고 절망하고 사랑하고 아파한다.



저자는 군더더기 없이 적확한 묘사로 장면을 생생히 떠올리게 했고, 상황을 장악했다.

'노찬성과 에반'이나 '가리는 손' 같은 작품에서는 어린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독자를 머뭇거리게 한다. 내가 소설 속 인물에 이입하게 되었을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서늘함. '바깥은 여름'이지만 '안은 한 없이 쌀쌀하고' 고독했을 것이다. 작가도 소설 속 인물들도 독자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