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갓 대학생이 된 열아홉 남자와 중년의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고 이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사람의 일생을 태어나 먹고, 자고, 일하고, 사랑하다가 병들어 죽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이 말이 전적으로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남녀가(만남의 주체가 동성이라고 해도 상관없이) 만나 사랑했다,라는 문장은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불성실한 문장이다. 


이들이 세워나가는 사랑이라는 구조물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과 말들, 피하기도 전에 이들을 향해 맹렬히 굴러오는 맹수 같은 눈덩이를, 이들은 피하지 않는다. 서로를 끌어안고 돌덩이 같은 눈덩이를 돌파하려고 했다.


총3부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 화자의 인칭은 바뀐다. 1부에서는 '나' 2부에서는 주로 '너' 3부에서는 '그'라고 지칭되는 주인공 '폴 케이시'의 시선에서 수전과의 연애와 사랑, 결별, 후회 등 그들이 '사랑'이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는 결말까지 '사랑'의 일생을 기록한 평전이다.


그리고 원제처럼 '단 하나의 이야기'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유일한 이야기'가 기억이라는 구멍이 많은 종이 위에 빼곡하다. 동일한 무늬가 무한히 반복되는 '프랙탈'구조를 보는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가 곧 나와 너의, 우리의 이야기 같다.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 (중략) 첫사랑은 그 뒤에 오는 사랑들보다 윗자리에 있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존재로 늘 뒤의 사랑들에 영향을 미친다."(136쪽)



"첫사랑은 늘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진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압도적 현재형으로. 다른 사람들, 다른 시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137쪽)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오는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성에 근접한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심장이 식었을 때 오는 것이다."(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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