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창비시선 421
임경섭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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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죄책감"이 내 안의 길을 찾는 여정이었다면, 두 번째 시집은 내면의 길을 돌아나와 외부에서 다른 길을 찾는 과정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시집의, 각 부의 표제 문장을 나침반으로 이 시집을 읽는다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아내는 나에게 얘기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아내는 얘기하고 있었다"(1부), "어머니가 죽으니 양복이 생겨서 그는 좋았다"(2부) 같은 문장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런데 이상한 것은 수많은 외국 지명과 인명이 난무하는 이 시집이 전혀 이국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국적인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자의 춤사위가 우리나라의 탈춤을 닮았다면 우리는 그 춤을 이국적이라 부르지 않는다. 가명과 필명, 예명으로도 가릴 수 없는 '나'의 필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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