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편의점 북멘토 가치동화 28
박현숙 지음, 장서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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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두고 나온다니까."

"그리고 또 있어. 편의점 아저씨가 그랬잖아. 들어가지 말라고. 꼭 빵이 필요한 사람만 들어가라고. 네가 들어갔다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 들어가도 되는구나, 이러겠지. 그럼 규칙이 깨지는 거야. 사람들은 갖가지 핑계를 대며 저 안에 들어갈 거야. 솔직히 대합실 보다 저 안이 훨씬 아늑하고 따뜻하잖아. 모두들 들어가고 싶어 할 거야. 그럼 빵도 꼭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라는 규칙마저도 깨질 거야. 열 개의 규칙도 하나가 깨지면 덩달아 모두 깨지는 거거든."

"아, 짜증 나. 뭐가 그렇게 복잡해? 나는 충전만 하면 되는데."

43%

고모는 배고픈 중에도 한 번씩 내 스마트폰으로 인터뷰를 하려고 했던 사람과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사람도 너무하다. 이기적이다. 뉴스를 보면 여기 상황이 어떤지 뻔히 알 텐데 말이다.

"그런 사람은 앞으로도 절대 인터뷰하지 마세요."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면 뭐해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돌아볼 줄 모르는 밥맛없는 사람인 걸요 그런 사람과는 알고 지내지도 말아야 하고 친구로 지내면 더더욱 안 돼요."

43%

"아, 진짜 너는 왜 자꾸 죽는다는 말을 해? 끔찍하게."

"죽음이라는 것은 예고 없이 내리는 비와 같아. 생각 없이 나갔다가 비를 맞는 것과 같다고. 너, 갑자기 내린 비를 맞아 본 적 없어?"

"비를 맞기 전에 누군가 우산을 씌워 주면 좋잖아. 우리가 이러는 게 경진이에게 우산을 씌워 주는 거야."

60%

"참 이상하지요. 이렇게 작은 거라도 나눠 먹고 그러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 친근하게 느껴져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런 기분이 들어요. 이런 상황이 되면 서로 더 먹겠다고 야단이 날 거 같은데 그렇지 않고 말이에요."

"그러게요. 저도 막 그 생각을 했어요.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할 거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내가 배고프니 다른 사람들도 배가 고플 거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그래서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옛말이 있는 거예요. 없으면 더 나눠 먹게 되고 서로를 위하게 되지요."

62%

박현숙, <수상한 편의점> 中

+) 이 동화는 3월에 갑자기 내린 폭설로 항공기가 결항되며 사람들이 공항에 갇혀 며칠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항 내에서 처음에는 몇 시간이었던 대기 시간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여러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다. 몇 배로 치솟은 택시비는 물론 심지어 폭설로 오가는 길목마저 끊기고 음식점과 편의점 먹거리들이 떨어진다.

배가 고픈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찾아 여러 방법을 강구하지만 폭설로 인해 외부로부터 그 어떤 공급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잠자리는 불편하고, 전자기기 충전도 쉽지 않고, 더구나 먹을거리가 부족해서 사람들은 예민해진다. 그때 편의점 사장님이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남겨둔 빵 한 개'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다.

할머니 대신 고모와 여행을 온 '여진'은 감기로 아픈 '경진'이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본인이 감기가 심해서 폐렴으로 번져 죽을 만큼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먹을 게 없어서 약만 먹던 경진은 속이 아파서 더 이상 약을 먹지 못해 기침이 심해진다. 여진은 스마트폰 중독인 '성찬'을 설득해 편의점에 남은 한 개의 빵을 경진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이렇듯 이 책은 생존이 걸린 순간에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담고 있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사람들이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지만 결국 이들의 마음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챙기는 쪽으로 이동한다.

겉으로는 투닥거리는 어른들도 알게 모르게 더 보호해 줘야 할 사람들을 찾아 마음을 쓴다. 소설을 읽으면서 서로를 챙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흐뭇했는데,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이라는 점에 좀 놀랐고 감사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며 배려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이 책은 마냥 희망적이거나 긍정적인 동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은 현실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어린 독자들이 읽으면서 인물 한 명 한 명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고 본다.

다음 상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동화였다. 어떤 장면에서는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어떤 장면에서는 미소 짓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함께 걱정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지,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게 무엇인지, 사람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등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좋은 동화라고 느낀다.

오래된 작품임에도 요즘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치 있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생하게 담고 있는 동화라고 생각하기에 어린 독자들은 물론 어른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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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읽는 소설 읽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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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열매도 태풍으로 집 벽이 날아가 버린 동화 속 돼지 삼 형제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한동안 요양 병원에서 지내느라 자주 만날 수 없었는데도 '어딘가에' 할아버지가 있는 것과 '어디를 가도' 없는 것은 너무 달랐다. 항상 허전했다.

26%

자신은 지금 저 아래까지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어디가 끝인지 알지도 못한 채로 중력에 이끌려 하강 중이라고. 컴컴한 어둠 속에는 손잡이가 없어서 아무리 버둥거려도 뭔가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어디에 도움을 바라야 할지 알 수 없고 부를 수 있는 이름도 없는. 수미 언니조차 모습을 감췄으니까 이제 정말 아무도 없네, 하고 떠올리자 슬픔이 몰려왔고 몸이 아주 무거워졌다. 이래서 옆집 아이가 슬픔을 싫어하는구나. 무거운 몸으로는 춤은커녕 몸풀기도 할 수가 없으니까.

30%

"열매 니 심 좀 내야지, 안 되겄다. 근데 여기서 뭐하는 겨."

"암것도 안 혀."

열매가 카운터의 먼지를 닦으며 딴청을 피웠다. 꿈에서 이상하게 그것은 합동 장의사 카운터랑 모양이 같았다.

"이게 암것도 안 하는 거면 송장 돼서 누워 있는 나는 우찌 되는 겨? 눈코 뜰 새가 없어 보이는디."

"그라게 내가 지금 빚 받으러 와서 이 집 일을 봐주고 앉았네."

손열매가 자조 섞인 웃음을 내뱉자 할아버지가 "부처여" 하고 받았다. 그 농담은 무겁지 않고 꽃가루처럼 가볍게 들렸다.

35%

"이 언니 서울 살았다며 순진하네. 나 전학 가면 학생 수 미달로 폐교되니까 그러죠. 어른들 참 웃겨, 부모가 버려둔 애 인생은 자기들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봐. 그런 말을 와서 막 제안이랍시고 한다?"

"나는 그렇게 불러도 되는데 다른 사람이 그러는 건 용인 안 됨. 언니는 어른이잖아요. 어른이 그러면 돼요?"

"야, 자꾸 어른 어른 하지 마. 어른이면 뭐, 어른들도 실수하고 멍청한 짓도 하고 막막하고 그런 거야."

"어른이 어른이 싫으면 어떡해? 어른인데?"

"그러면 너는 학생이 학생이 싫으면 어떡해? 학생인데?"

"난 학교에서도 포기한 문제아고."

"나도 낙제점 받은 사회 부적응자야."

남들은 인생 이모작 삼모작 하겠다며 열을 올리는 판국에 나는 왜 중학교 일 학년하고 싸우고 있나. 열매는 자괴감이 들었다.

39%

온장고는 다리가 휘청일 정도로 무거웠다. 마치 인생의 무게처럼. 열매는 팔에 힘을 주고 눈을 부릅뜬 채로 그 '인생'이라는 것을 들고 뚜벅뚜벅 걸었다. 이제 한동안 전철이 오가지 않을 자정 무렵의 철로 곁을. 완주 마을은커녕 역 밖으로 나갈 수나 있을까 싶었지만 뒤에서 매점 주인이 지켜볼 것 같아 어금니를 꽉 깨물고 걸었다. 턱이 아플 때까지.

"술 먹고 우는 인간만 있는 줄 알았더니 웃는 인간도 있네."

47%

"나는 여기가 좋아. 우리 같은 애들이 대부분이고. 나 너무 맞다가 이 시골까지 온 거야."

그런 사정까지는 모르고 있던 양미는 파드마 말에 화부터 냈다.

"어떤 새끼들이 그런 짓을 해?"

파드마는 수가 많아지면 애들은 이유 없이 변하더라며 무리 짓는 인간들의 마음을 짚어 냈다.

"근데 우리 이런 얘기는 하지 말자."

파드마의 제안에 "그래, 하지 말자" 하고 율리아가 답했고 양미도 결심을 보탰다.

"그래, 그런 슬픈 얘기는 이제 하지 말자."

금세 밝아진 아이들이 걷는 길에는 이제 막 시작된 아침의 무구함이 깃들어 있었다. 모든 것이 새것이었다. 시간이라는 것이 형체를 지닌다면 그 역시 지금의 풍경처럼 투명하고 깨끗할 것 같았다.

49%

"얼래, 새파랗게 젊은 아가씨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

"그냥 속이 좀 답답해서."

"하기는 나도 그 나이에 완주산 날아갈 듯이 한숨을 쉬었어. 완주산 나무들은 내 한숨으로 저렇게 키가 큰 거여. 근데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 심으로 가는 거야. 닭알도 있잖아? 지가 깨서 나오면 병아리, 남이 깨서 나오면 후라이라고 했어."

85%

김금희, <첫 여름, 완주> 中

+) 이 소설은 수년을 같이 살아온 대학 선배 '수미'가 '열매'에게 돈을 빌려 자취를 감춘 지점부터 시작된다. 열매는 친한 언니 수미를 가족보다 가까운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무던한 척했지만 상처가 크다.

이 일이 계기가 된 것인지, 그간의 상처가 쌓여서 그런 건인지, 열매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무력감에 목소리가 흔들린다. 성우로서는 치명적인 병이기에 정신과 상담을 다니며 흔들리는 생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수미의 고향을 방문하게 되고 거기서 열매는 자신도 모르게 사람 사이 관계의 의미와 감정의 솔직함을 알아가게 된다.

전철과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가야 하는 곳. 궁벽한 시골은 아니나 시골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그곳에서 열매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매점과 장의사를 같이 하는 수미 엄마, 춤을 좋아하지만 학교는 가기 싫은 양미, 그런 양미와 꼭 학교에 같이 가려고 슬픈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친구들 파드마와 율리아,

무엇이든 잘 해내서 진짜 외계인이라 의심되는 청년 어저귀, 똥 먹는 개 시고르자브르종 '샤넬'을 키우는 배우 정애라, 닭과 닭알로 인심을 베푸는 할머니, 수미 엄마 눈에는 빚다 만 만두처럼 보이는 구 회장 등등

이들과의 만남에서 열매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보듬어간다. 무엇보다 열매의 곁에 항상 함께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와의 꿈속 대화가 그녀를 살아가게 한다.

너무 재미있지만 아련한 순간이 많은 이 소설을 손에 쥐고 쉼 없이 읽었다. 그리고 이 작가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한층 더 두터워졌다. 어쩜 이렇게 아슴푸레하고 먹먹한데 진실한 문장들이 많을까.

열매가 처한 도시에서의 난처한 상황이 현실적이라 씁쓸한 만큼, 완주에서의 몽환적인 상황이 절망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만들어 희망적이다.

슬픈 순간이 깊어 진짜로 슬퍼지려고 할 때마다 열매와 완주 사람들의 대화가 구수하고 맛있게 드러나서 다시 미소 짓게 만든다.

할아버지의 맛깔스러운 사투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 할아버지도 이럴 거라는 상상을 하게 한다. 어색함 없이 다가오는 건 작가의 노련미가 아닐까 싶다.

어린아이들의 상처와 어른들의 상처, 삶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사람과 사랑의 가치를 아름답게 묘사한 소설이었다.

한여름 밤, 쉴 틈 없이, 아름답고 가슴 저리며 재미있는 소설이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마음 한편을 오래도록 울릴, 조금은 슬프지만 따뜻하고 애틋하지만 진실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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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딩 중 - 제1회 소원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소원어린이책 32
김온서 지음, 임나운 그림 / 소원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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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빠는 사기꾼 때문에 불행하다고 아우성치고 엄마는 그런 아빠 때문에 불행하다고 맞섰다. 서로를 탓하며 누가 더 불행한지 대결이라도 벌이는 것 같았다.

그런 두 사람 때문에 슬픈 나는 보이지도 않는 걸까? 집을 잃은 날부터 나는 투명 인간이 되었다. 엄마도 아빠도 불행만 바라볼 뿐 나를 보지 않았다.

p.27

불행만 바라보던 엄마 아빠는 이제 게임 속 돈만 보았다. 집을 잃은 후, 투명 인간이 되었던 나는 많은 돈 앞에서 또다시 투명 인간이 되었다.

p.40 [로딩중]

아빠는 나에게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생각해 보고 그다음부터 공부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걸 찾는 중인데 정후 엄마는 마치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무책임한 아이인 것처럼 나를 무시했다.

속상해하는 나에게 아빠가 말했다.

"네 지도는 네가 그리는 거야. 그러니 너를 믿으면 돼."

pp.69~70 [뒷모습의 아이]

"네가 나쁜 말을 먹어 줘서 그런지 기분이 좀 나아졌어. 너를 내 마스코트로 삼을 거야."

휴, 다시 말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지나가 나를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지나를 선택한 거니까. 지금 지나 옆에 먹을 게 많으니 함께 있는 거라는 말이다.

pp.100~101 [나를 녹여줘]

글 김온서, 그림 임나운, <로딩중> 中

+) 이 책에는 판타지 동화 세 편이 실려 있다. 가정 내 갈등으로 상처받는 아이, 아이들이 겪는 교우 관계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걱정, 모진 말로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아이의 진심 등을 담아낸 창작동화집이다.

[로딩중]은 가정불화를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회사 운영의 실패로 가정이 기울자 아빠, 엄마는 진우를 옆에 두고도 자주 다툰다.

그럴수록 진우는 게임에 집착했고, 그러다가 정말 영화처럼 게임 속 세상과 현실이 연결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난다.

거기서 아빠, 엄마의 행복을 위해 돈을 챙기려는 진우와, 돈이 생겼음에도 진우에게 관심을 두지 못하는 아빠, 엄마, 그런 부모에게 또 한 번 상처받는 진우의 모습이 등장한다.

부모에게 관심받고 싶은 아이들의 여린 마음과 그걸 외면하는 어른들의 이기심을 잘 그린 작품이다. 파격적인 결말로 인해 읽는 이의 마음을 더 안타깝고 씁쓸하게 만들지만 생각할 거리를 건네는 동화이다.

[뒷모습의 아이]에는 공부만 강요하는 엄마 때문에 하나뿐인 친구를 잃는 정후, 정후 엄마에게 받은 상처로 정후를 멀리하는 강산,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은 강산과 강산의 아빠가 존재한다.

엄마와 친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얼굴이 희미해져가는 정후는 이내 뒷모습의 얼굴로 일상을 살게 된다. 아이들은 공포감에 더욱 정후를 멀리하지만 강산은 정후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관계의 물꼬를 튼다.

그러면서 언뜻언뜻 정후의 얼굴이 보이는 듯하다. 가족과 친구끼리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시간,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잠깐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르쳐 주는 동화이다.

[나를 녹여줘]에는 나쁜 말을 먹고 자라는 생명체가 있다. 사람들의 나쁜 말을 먹어치우며 명을 이어가는 존재에게 지나는 '야'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친구처럼 지낸다.

친구를 사귀면서 나쁜 말을 줄이게 된 지나는 좋았지만, 나날이 배가 고픈 생명체는 지나 곁을 떠나야 하나 고민한다.

이 동화는 나쁜 말을 하게 된 상황과 원인을 살펴보며 아이들에게 진심을 표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진심 어린 말을 더 자주 하도록 관심을 갖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 준다.

세 권의 동화는 어른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파격적인 결말과 판타지적 소재를 사용했기에 좀 놀랄 수 있다.

그러나 낯설고 두려운 상황에 처한 어린이들의 선택을 제시하며, 어린 독자에게 상상하는 힘과 생각할 힘을 동시에 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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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에게 물어보세요
이창훈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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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긍정은 반복할수록 더 쉬워집니다.

긍정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찾아보는 힘입니다.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생각을 자동으로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은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p.20 - 긍정도 연습이다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나를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아닌 것 같고, 어떤 틀에 갇혀 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은 핑계입니다. 단지 내가 선택을 미루고 있는 것이죠. 내 시간의 결정권을 다시 찾아오세요. 내 시간을 내가 컨트롤해야 합니다.

오늘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어 보세요. 평소와 다른 메뉴를 선택해 보세요. 늘 가던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걸어 보세요. 하고 싶었던 취미를 하나 찾아보세요. 이렇게 조금씩, 작게 나에게 변화를 주세요.

p.37 - 변화는 선택

흔들리는 이유는, 사실이 아니라 순간의 감정에 붙잡혔기 때문입니다.

좋은 기분도 나쁜 기분도 잠시 머물렀다 지나가죠. 지금 느끼는 감정은 나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이런 감정에 휘둘려 오늘 하루를, 인생의 방향이 바뀌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감정과 나를 분리하세요.

나는 감정보다 큰 사람입니다.

p.49 - 기분은 지나간다

세상의 모든 일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저 우연히 말이죠.

통제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나는 그것들을 인정해야 합니다.

살면서 확실한 것들만 할 수는 없습니다.

우연을 받아들여 보세요. 불확실함을 견디는 힘이 키워집니다.

p. 53 - 모든 걸 통제할 수 없다

누군가와 잘 맞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저 맞지 않았다는 뜻일 뿐, 내가 덜 괜찮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한 순간보다 그 일을 계기로 스스로를 덜 사랑하게 되는 순간에 더 크게 다친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나를 더 깎아내리는 분석이 아니라, 결과와 자존감을 분리해 내는 연습 일지도 모른다.

잘 안된 만남이, 나의 가치까지 말해 주지는 않는다.

p.74

괴로움은 멈춤이 아니라 지나가는 시간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견디고 있는 '나'입니다.

지금 힘들다면 나는 이미 견디는 중이며, 지나가는 중입니다.

결국 지나갈 것입니다.

p.92 - 지나가는 중이다

돈을 벌기 위한 과정에서 나의 감정을 너무 소모하지 마세요. 내가 필요해서 하는 일에 지나친 스트레스를 더하지 마세요. 일할 때는 일만 하세요. 그리고 일이 끝났다면 수고한 나를 위해 온전히 나의 시간을 보내세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나 앞으로 해야 할 걱정들은 다시 일하는 시간에 생각하면 됩니다.

p.114 - 일은 일로 끝내라

진짜인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압니다.

진심과 진정성은 말보다 태도와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우리는 그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죠.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 책임감과 배려의 깊이 이런 것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보입니다. 그래서 진짜는 증명하려 하지 애쓰지 않습니다. 과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까요.

p.167 - 말보다 태도

불안이 큰 사람일수록 틀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고, 더 신중해지고, 결국은 멈추게 된다. 하지만 멈춰 있는 상태는 불안을 더 키운다.

당장 확신이 없어도 괜찮다. 지금은 선택이 아니라 경험을 쌓는 시기일 수 있다.

확실한 길을 찾으려 하기보다, 지금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먼저다.

pp.201~202

이창훈, <오늘, 나에게 물어보세요> 中

+) 이 책은 심리상담사인 저자가 많은 내담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고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다.

저자는 상담을 진행하며 현대인들이 열심히 살고 또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 각자가 지닌 내면의 힘, 즉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 책은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우리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한 가지 주제 하에 엮은 몇 개의 질문으로 우리에게 잠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준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수용하며 생각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한 꼭지씩 화제를 표현하기에 매일 하루 한 장씩 읽으면 자기 삶을 성찰하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짧은 메시지이지만 저자의 경어체 문장과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가, 마치 실제 상담사를 만나 대화를 나누듯 편안한 상황과 신뢰감이 생기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책을 며칠에 나눠 읽으니 과거의 일들이 자연스레 떠올랐고 현재 자신의 모습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 그때마다 저자의 말들이 위로가 되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따뜻하지만 분명하게 조언하는 문장들에서 심리상담사가 건네는 말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이들,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은 이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짧고 명확한 문장들이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 위로와 응원의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혹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조금씩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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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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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는 순간 마음을 꽉 잡고 있던 한 가지만 기억해. 죽음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진짜 원하는 바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그 사장님의 경우엔 고양이가 마음 쓰여서 작은 문을 열고 다른 주인을 찾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죽은 이후에는 '문을 열어야 한다'만 생각났던 거야. 아마 그거 외엔 물어도 몰랐을걸?"

"죽는 건 그냥 죽는 거야. 뭐가 있긴 있겠지만 직접 겪기 전엔 모르지."

19%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나희도 좋은 일 해야 해.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건 항상 좋은 일이란다."

"그럼 그 사람들은 힘든 거예요?"

"응. 그 사람들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거거든. 그걸 해결해 주면 가벼운 걸음으로 가야 할 곳에 간단다."

20%

"나는 이제 지는 해야. 내게 남은 이 세상은 저 끄트머리만 한 크기만 남았어. 하지만 해가 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냐. 다음 세상으로 넘어갈 차례지."

33%

아주 오래전부터 희진의 어머니는 딸의 마지막을 각오하고 살았다. 희진이 죽은 것은 슬펐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했다.

"쭈그리고 있는다고 잊히겠니? 살다 보면 잊는 거지."

66%

"아이, 죽은 사람들은 기억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죽었다 살아났는데 어떻게 절 기억하겠어요."

"하긴 그건 또 그렇네."

"그냥 어디서든 잘 살기나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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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선, <나의 완벽한 장례식> 中

+) 이 소설에는 장례식장을 겸비한 종합병원 매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나희'가 등장한다. 그녀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병원 매점의 야간 근무를 자처하는데 언젠가부터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낯선 이들을 만나게 된다.

반려묘를 미용실에 두고 문을 닫고 나온 미용실 주인아주머니, 회생 불가한 회사를 운영하며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사장님, 부모를 잃고 친구들과의 오해가 쌓인 고등학생,

의료 기구를 몸에 달고 종이쪽지를 건네는 할머니, 병원에서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강아지, 매점에서 팔지 않는 붕대를 사러 같은 시간에 계속 오는 젊은 남자 등이 그들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묘하게도 나희에게는 보인다. 나희도 처음에는 두려웠으나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하나씩 그들의 원을 해결해 준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한을 풀지 못해 떠도는 영혼들을 나희는 침착하게, 최선을 다해 돕는다. 두렵지만 용기를 내서 누군가를 돕는 일에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중요치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저자는 이승에 미련이 있어서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까지 마음에 담아둔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독자에게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준다.

누군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또 누군가가 우리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도록 도와주었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소설은 꾸준히 그 점을 부각한다. 그리고 이승에서 마지막 걸음을 떠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들며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삶, 인생의 미련이나 풀지 못한 관계는 없었으면 하는 삶, 스스로에게도 가족과 주변인에게도 마음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삶.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베풀고 돕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판타지 소설로, 흥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떠올리고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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