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죽는 순간 마음을 꽉 잡고 있던 한 가지만 기억해. 죽음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진짜 원하는 바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그 사장님의 경우엔 고양이가 마음 쓰여서 작은 문을 열고 다른 주인을 찾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죽은 이후에는 '문을 열어야 한다'만 생각났던 거야. 아마 그거 외엔 물어도 몰랐을걸?"

​

"죽는 건 그냥 죽는 거야. 뭐가 있긴 있겠지만 직접 겪기 전엔 모르지."

19%

​

​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나희도 좋은 일 해야 해.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건 항상 좋은 일이란다."

"그럼 그 사람들은 힘든 거예요?"

"응. 그 사람들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거거든. 그걸 해결해 주면 가벼운 걸음으로 가야 할 곳에 간단다."

20%

​

​

"나는 이제 지는 해야. 내게 남은 이 세상은 저 끄트머리만 한 크기만 남았어. 하지만 해가 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냐. 다음 세상으로 넘어갈 차례지."

33%

​

​

아주 오래전부터 희진의 어머니는 딸의 마지막을 각오하고 살았다. 희진이 죽은 것은 슬펐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했다.

​

"쭈그리고 있는다고 잊히겠니? 살다 보면 잊는 거지."

66%

​

"아이, 죽은 사람들은 기억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죽었다 살아났는데 어떻게 절 기억하겠어요."

"하긴 그건 또 그렇네."

"그냥 어디서든 잘 살기나 했으면 좋겠네요."

98%

​

​

조현선, <나의 완벽한 장례식> 中

​

​

+) 이 소설에는 장례식장을 겸비한 종합병원 매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나희'가 등장한다. 그녀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병원 매점의 야간 근무를 자처하는데 언젠가부터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낯선 이들을 만나게 된다.

​

반려묘를 미용실에 두고 문을 닫고 나온 미용실 주인아주머니, 회생 불가한 회사를 운영하며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사장님, 부모를 잃고 친구들과의 오해가 쌓인 고등학생,

​

의료 기구를 몸에 달고 종이쪽지를 건네는 할머니, 병원에서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강아지, 매점에서 팔지 않는 붕대를 사러 같은 시간에 계속 오는 젊은 남자 등이 그들이다.

​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묘하게도 나희에게는 보인다. 나희도 처음에는 두려웠으나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하나씩 그들의 원을 해결해 준다.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한을 풀지 못해 떠도는 영혼들을 나희는 침착하게, 최선을 다해 돕는다. 두렵지만 용기를 내서 누군가를 돕는 일에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중요치 않다는 걸 보여준다.

​

저자는 이승에 미련이 있어서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까지 마음에 담아둔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독자에게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준다.

​

누군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또 누군가가 우리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도록 도와주었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

소설은 꾸준히 그 점을 부각한다. 그리고 이승에서 마지막 걸음을 떠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들며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삶, 인생의 미련이나 풀지 못한 관계는 없었으면 하는 삶, 스스로에게도 가족과 주변인에게도 마음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삶.

​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베풀고 돕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판타지 소설로, 흥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떠올리고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