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편의점 북멘토 가치동화 28
박현숙 지음, 장서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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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두고 나온다니까."

"그리고 또 있어. 편의점 아저씨가 그랬잖아. 들어가지 말라고. 꼭 빵이 필요한 사람만 들어가라고. 네가 들어갔다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 들어가도 되는구나, 이러겠지. 그럼 규칙이 깨지는 거야. 사람들은 갖가지 핑계를 대며 저 안에 들어갈 거야. 솔직히 대합실 보다 저 안이 훨씬 아늑하고 따뜻하잖아. 모두들 들어가고 싶어 할 거야. 그럼 빵도 꼭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라는 규칙마저도 깨질 거야. 열 개의 규칙도 하나가 깨지면 덩달아 모두 깨지는 거거든."

"아, 짜증 나. 뭐가 그렇게 복잡해? 나는 충전만 하면 되는데."

43%

고모는 배고픈 중에도 한 번씩 내 스마트폰으로 인터뷰를 하려고 했던 사람과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사람도 너무하다. 이기적이다. 뉴스를 보면 여기 상황이 어떤지 뻔히 알 텐데 말이다.

"그런 사람은 앞으로도 절대 인터뷰하지 마세요."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면 뭐해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돌아볼 줄 모르는 밥맛없는 사람인 걸요 그런 사람과는 알고 지내지도 말아야 하고 친구로 지내면 더더욱 안 돼요."

43%

"아, 진짜 너는 왜 자꾸 죽는다는 말을 해? 끔찍하게."

"죽음이라는 것은 예고 없이 내리는 비와 같아. 생각 없이 나갔다가 비를 맞는 것과 같다고. 너, 갑자기 내린 비를 맞아 본 적 없어?"

"비를 맞기 전에 누군가 우산을 씌워 주면 좋잖아. 우리가 이러는 게 경진이에게 우산을 씌워 주는 거야."

60%

"참 이상하지요. 이렇게 작은 거라도 나눠 먹고 그러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 친근하게 느껴져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런 기분이 들어요. 이런 상황이 되면 서로 더 먹겠다고 야단이 날 거 같은데 그렇지 않고 말이에요."

"그러게요. 저도 막 그 생각을 했어요.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할 거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내가 배고프니 다른 사람들도 배가 고플 거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그래서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옛말이 있는 거예요. 없으면 더 나눠 먹게 되고 서로를 위하게 되지요."

62%

박현숙, <수상한 편의점> 中

+) 이 동화는 3월에 갑자기 내린 폭설로 항공기가 결항되며 사람들이 공항에 갇혀 며칠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항 내에서 처음에는 몇 시간이었던 대기 시간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여러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다. 몇 배로 치솟은 택시비는 물론 심지어 폭설로 오가는 길목마저 끊기고 음식점과 편의점 먹거리들이 떨어진다.

배가 고픈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찾아 여러 방법을 강구하지만 폭설로 인해 외부로부터 그 어떤 공급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잠자리는 불편하고, 전자기기 충전도 쉽지 않고, 더구나 먹을거리가 부족해서 사람들은 예민해진다. 그때 편의점 사장님이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남겨둔 빵 한 개'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다.

할머니 대신 고모와 여행을 온 '여진'은 감기로 아픈 '경진'이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본인이 감기가 심해서 폐렴으로 번져 죽을 만큼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먹을 게 없어서 약만 먹던 경진은 속이 아파서 더 이상 약을 먹지 못해 기침이 심해진다. 여진은 스마트폰 중독인 '성찬'을 설득해 편의점에 남은 한 개의 빵을 경진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이렇듯 이 책은 생존이 걸린 순간에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담고 있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사람들이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지만 결국 이들의 마음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챙기는 쪽으로 이동한다.

겉으로는 투닥거리는 어른들도 알게 모르게 더 보호해 줘야 할 사람들을 찾아 마음을 쓴다. 소설을 읽으면서 서로를 챙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흐뭇했는데,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이라는 점에 좀 놀랐고 감사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며 배려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이 책은 마냥 희망적이거나 긍정적인 동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은 현실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어린 독자들이 읽으면서 인물 한 명 한 명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고 본다.

다음 상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동화였다. 어떤 장면에서는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어떤 장면에서는 미소 짓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함께 걱정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지,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게 무엇인지, 사람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등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좋은 동화라고 느낀다.

오래된 작품임에도 요즘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치 있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생하게 담고 있는 동화라고 생각하기에 어린 독자들은 물론 어른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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