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빛나는 삶
마일스 프랭클린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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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시인으로 태어나느니 차라리 노예로 태어나는 게 낫습니다. 시인은 항상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어도 무서울 정도로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조차 혼자입니다. 왜냐하면 시인의 영혼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어서, 마치 우리 인간이 원숭이와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시인 역시 세상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p.10

게다가 나는 생각이라는 무거운 저주를 안고 태어나 송아지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온갖 생각을 하곤 했다. 세상을 살아가며 '왜'라는 의문을 품지 않고 그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자가 더 행복하게 산다. 특히 여자에게는 그 말이 두세 배는 더 절실한 게 사실이다.

p.36

삶의 고단함이여, 삶의 고단함이여...

이것이 내 삶, 내 인생, 내 찬란한 경력이란 말인가? 나는 겨우 열다섯이었다. 나도 곧 이들처럼 나이가 들 게 불을 보듯 뻔했다. 지금 내 앞에 선 이들처럼 말이다. 그들 역시 젊을 땐 꿈도 꾸고 희망도 품었을지 모르는데. 아니, 아마도 한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보이는 모습이 곧 그들의 삶이었다.

pp.44~45

가난과 곤궁에 빠지면 잘살 땐 절대 알 수 없는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오직 우정과 사랑만으로 다가올 때,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런 의미에서 살면서 한 번쯤은 가난을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p.49

"네 마음 잘 알아, 시빌라." 이모는 천천히,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마. 세상에는 사랑과 선의가 얼마든지 있어. 단지 네가 그걸 찾으려 나서야 할 뿐이야. 오해받는 건 우리 모두가 감수해야 할 시련 중 하나야.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지니고 있어. 근데 그걸 남이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해. 사람은 섬세하고 고결할수록 더 고독할 수밖에 없는 거야."

pp.92~93

"너도 여자니까 그렇지 뭐. 여자애들은 죄다 해럴드의 매력에 단번에 무너진다니까. 운명에 순순히 굴복하고 싶지 않으면, '불씨를 경계하라, 아니면 불길을 두려워하게 되리니.' 이 말 외엔 해줄 조언이 없구나.'

그의 침묵은 결코 멍청하거나 무뚝뚝한 사람의 그것과는 달랐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우울하고 공허한 침묵도 아니었고, 어딘가 삐딱하거나 멍하니 꿈꾸는 사람의 침잠도 아니었다. 그의 침묵에는 묘한 지성이 깃들어 있었다.

p.150

"시빌라, 절대로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거라.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건 우리 여자들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비열한 행동이야.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이지."

"그 말은 남자들한테 진짜 마음이란 게 있다는 얘기처럼 들리네요. 이모.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짓이라 해봐야 며칠간 그들의 자존심을 좀 상하게 하는 게 전부예요."

"시빌라, 너 지금 너 말을 막 하는구나. 남자들의 부족함이 네가 여자로서 해야 할 도리를 무시해도 된다는 핑계는 될 수 없어."

pp.206~207

"절대 가난한 놈이랑은 결혼하지 마라. 우리 딸 같아서 하는 말이야. 내 말 명심해. 가난한 놈이랑 결혼하면 마귀가 깃든다고.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말이야. 서두르지 마."

p.350

시간은 자기 일을 철저히 해내고, 가장 교묘한 사기꾼인 희망이 서서히 과거의 허깨비로 변해갈수록 목구멍은 제 멍에에 익숙해져간다.

p.411

마일스 프랭클린, <나의 빛나는 삶> 中

+) 이 책은 어린 소녀 '시빌라'가 사랑이나 남성과의 인연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선택하는 과정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생각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시빌라는 집안의 가세가 점차 기울자 생전 처음 고된 노동을 경험한다. 겪어보지 못한 농장의 현실에 지친 시빌라는 스스로를 비관주의자로 선언하며 인생을 암흑으로 본다.

그러다가 집을 떠나 외할머니의 댁에서 지내며 본인의 매력과 예술적 가치에 관심을 갖는 남자들을 알게 된다. 외할머니의 양아들인 '에러버드'는 시빌라가 무대 위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한다.

또 ' 해럴드 비첨'은 그녀와 매혹적인 관계를 맺으며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연애를 한다. 이를 통해 시빌라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남자들이 어떤 존재인지, 만남에 앞서 남자에게 여자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기억해야 할 점은 소설의 배경이 1890년대 호주라는 점이다. 1890년대의 보수적인 시대에서, 여성이 주체적인 삶을 꿈꾸며 꿋꿋하게 자기의 주관을 지켜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잘 담아낸 소설이다.

시빌라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걸 즐기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작가를 꿈꾼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그녀는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이기 이전에 자기 자신으로 먼저 서야 하는 것이 인생임을 깨닫게 된다.

시빌라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그녀가 겪고 있는 인생의 고뇌와 갈등이 자기 길을 찾는 과정임을 잘 보여준다. 흐릿했던 정체성이 또렷해지는 과정을 담아낸 소설이라고 느낀다.

결국에는 비첨과의 인연이 소중하고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시빌라는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먼저 선택한다. 그게 스스로를 존재하게 만든다고 느끼는 것이다.

물론 이모의 말처럼 그의 마음을 떠보거나 그를 시험하는 듯한 시빌라의 언행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18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소설에는 독립적인 시빌라와 다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자식의 도움을 당연시하는 엄마, 여자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한다는 건 천박하다고 여기는 외할머니, 여자로서 해야 할 도리가 있다고 믿는 이모 등이 그들이다.

소설은 이들이 틀렸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시빌라가 이들과 다름을 보여줄 뿐이다. 작가가 드러내고 싶었던 건 시빌라가 가정에 귀속된 삶보다 스스로의 삶을 우선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 몇몇 고전 작품이 떠오른다.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당당하게 주도적 삶을 꿈꾸던 수많은 여성들이 생각난다.

주체적인 여성을 묘사하기 어려운 시대임에도, 어린 소녀가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 자기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 여성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꿈꾸는 과정 등을 섬세하고 흥미롭게 그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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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콩알 사또 사계절 중학년문고 43
차율이 지음, 송효정 그림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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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말 위에 작은 남자아이가 늠름하게 앉아 있었다. 고유는 산기슭 아래 어슴푸레 비치는 고을을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작은 불꽃이 어둠을 밝히듯, 나는 이 고을의 빛이 될 거야."

p.4

자신이 창녕에 온 이상 더는 소중한 백성의 머리털 하나 건들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방의 말은 도움이 됐다. 한 사람씩 따로따로 말을 들어 보는 것, 진실의 조각은 고요할 때 맞춰지는 법이다.

p.25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 이 사람 저 사람 자꾸 콩알, 콩알 놀리는데, 다들 맨발로 콩알을 밟으면 얼마나 아픈지 모르는 듯했다. 고유는 아전들에게 따끔하게 본때를 보여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이야.'

비록 고유의 키는 작아도, 꿈과 지혜는 태산보다 크고 높았다.

pp.37~38

수많은 사건이 담긴 책을 다 봤지만,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책으로 배운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역시 경험이 진짜 공부구나.'

앞날이 깜깜하군. 범인을 못 잡으면 망신만 당하겠지. 하지만 지고 싶지 않았다. 이방에게도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문제가 어려울수록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 옳거니, 처음으로!

pp.50~51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진심으로 좋은 사또가 되고 싶었다. 나라 전체를 바꿀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다스리는 고을은 배초같이 억울한 백성이 없는 곳으로 가꾸고 싶었다.

"모두들 나더러 키가 작다고 놀리지만 나는 내가 작아서 좋아. 키가 작으니 나는 누구를 만나도 내려다볼 일이 없지. 내 꿈은 낮은 자세로 백성을 우러러보는 사또야."

pp.74~75

"그래, 티 난다. 그동안은 죽은 동태눈이더니, 다모가 된 뒤부터는 물 만난 명태처럼 생기가 넘친다!"

"아무렴. 천하의 명태는 바로 나지!"

여울이의 눈동자에 빛이 내려앉아 반짝거렸다. 저마다 잘하는 일은 반드시 있다. 자신이 원한 꿈을 이룬 여울이는 이제 누가 뭐래도 더 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다.

p.157

차율이 창작동화, 송효정 그림, <전설의 콩알 사또> 中

+) 이 동화는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아 약하게만 보이는 '고유'가 경상남도 창녕의 사또로 부임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같이 공부하는 또래 양반들에 비해 유달리 키가 작아 왜소하게 보이는 고유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

그때마다 노비이지만 친구였던 '배초'가 고유를 대신해 매를 맞고 감싸주었다. 하지만 배초는 고유를 보호하다가 양반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일로 고유는 큰 충격을 받아 백성들을 지켜주는 사또가 되기로 결심한다.

물론 고유 혼자서는 창녕을 지킬 수 없다. 그가 현명한 사람이라는 걸 느낀 백성들 중에서, 그를 돕는 이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고유는 그들의 모습에 힘을 얻어 더욱 열심히 백성들을 위해 지낸다.

그렇게 이 책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백성을 사랑하는 꼬마 사또 고유, 전형적인 탐관오리 이방, 말을 잃었지만 그림에는 능한 노비 사우, 여자이지만 힘이 세고 용감한 노비 여울,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백성에게 돌려주는 불뫼 도적단 등이 그들이다.

고유의 모습에서 지혜와 올곧음을 배울 수 있다면, 여울이의 모습에서는 용기와 정의로움을 만날 수 있다. 또 사우에게는 의리와 열정을, 불뫼 도적단에게는 약한 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총 다섯 편의 동화가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추리물로 훌륭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명탐정 코난이 떠오를 정도로 추리 서사물의 논리적 완성도가 높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힌다.

백성을 생각하는 고유의 마음만큼 사건을 객관적으로 해결하는 고유의 지혜가 잘 묻어나, 어린 독자들에게 지혜와 흥미, 모두 선사할 수 있다고 느낀다.

한국 역사와 설화 속 실존 인물인 고유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우리의 선대 중에 이렇게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지배층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동화집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를 함께 지켜볼 어른들에게도 정의로움과 지혜를 생각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며 지혜와 정의로움을 함께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초등학생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의미 있는 동화책을 선물하고 싶다면 역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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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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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이젠 멈추고 싶다

사람들 하기 좋은 말로

마음을 비우라 그러지만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빠르게 가는 길이라면

천천히 가고 싶고

자라고 변하는 날들이라면

자람도 변화도 이제는 그만

멈추고 싶다

참으로 이것은 이전엔 없었던 마음

그래서 나는 아프리카에 간다

잃어버린 나를 찾으러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간다

아니다, 나를 버리는 것 배우러

한 번도 가본 일 없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나라

탄자니아를 찾아간다.

[탄자니아에 간다]

p.33

누군가는 자기가 자기한테 지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인도에 오래 머물다 왔노라 고백했지만

나는 나를 버리는 법을 배우기 위해 아프리카

먼 나라 땅 탄자니아에 왔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이제 꽉 찬 나이 80

더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비탈진 언덕

찌꺼기를 너무 많이 남기지 말고 떠나야지

그러려면 더 많이 버려야지

버리는 것만이 진정 내가 갖는 것이지

내가 쓴 돈만이 내 돈이고

내가 산 인생만이 내 풍경이고

내가 사랑한 사람만이 내 사람이라는 것!

이것은 내 평소의 지론

탄자니아 먼 땅에 와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마음에 새긴다]

p.100

사람이기를 잘했다

내가 오늘도 숨쉬는

사람이기를 잘했다

내가 여기 오기를 잘했다

내가 너를 다시

만나기를 참 잘했다

다 잘했다.

[잘했다]

p.181

오늘 보니 다 예쁘네

어제는 별로였는데.

[여행 둘째 날]

p.239

나태주 시, 그림,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中

+) 이 책에는 나태주 시인이 탄자니아를 방문하며 느낀 감정을 풀어낸 시와, 여행의 순간들을 포착해 그린 그림이 실려 있다.

탄자니아 여행기에 대한 진솔한 내용은 산문으로 몇 편 담고 있고 대부분이 여행시와 직접 그린 그림이다. 생생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곳에서 느꼈을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시집은 저자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어준 탄자니아 경험담, 사람과 자연이 간직한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시인이 만난 이들과 머물렀던 장소와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소한 것들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한 편 한 편 시로 형상화되어 따뜻한 마음도 들고, 탄자니아의 고된 현실과 그럼에도 순박하고 맑은 이들을 묘사한 시에서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노년의 저자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묻어나는 시편에서는 여유로움만큼 생의 소중함도 묻어난다. 사람과 인생을 더 사랑하고 아끼며 살고 싶어지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은 이 시집의 숨은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에게 이런 아름다운 능력이 있음을 발견하며, 시와 시화가 맞닿아 풍기는 분위기가 이번 여행시집을 잘 묘사했다고 느낀다.

솔직하게 써내려간 문장들을 접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다가, 쓸쓸해지다가, 다시 미소 짓게 되는 시화집이다. 탄자니아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때 특히 그러했다. 아이들의 웃음만큼 진실한 게 없는 듯하다.

저자의 시를 모아 필사할 수 있는 필사노트 책 또한 마음을 정리하고 맑게 만든다. 필사노트 책은 왼쪽에 시가 쓰여 있고, 오른쪽에 필사할 공간이 실려 있어 여유롭게 따라 적을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사서 두 권의 선물을 받은 셈이니 나태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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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4.0이 온다 - AI와 블록체인이 만드는 디지털경제
송민택 외 지음 / 이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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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구분

특징

시기

기술 키워드

웹 1.0

읽기

수동적 고객, 공급자 마인드

~2000년대

HTML, 게시판

웹 2.0

읽기+쓰기

사용자의 참여, 공유, 개방

~2010년대

SNS, 유튜브, 플랫폼

웹 3.0

읽기+쓰기+소유

블록체인 개념의 활용

데이터에 대한 권리와 보상

2018년~현재

NFT, DAQ, 탄소배출권

웹 4.0

읽기+쓰기+소유+이해

초개인화(맥락 상황 이해)

자동화된 프로세스

인간과 AI 협업의 일상화

2025년~

AI 에이전트, 초개인화, 디지털 트윈, 자율웹 등

p.15

이전 웹이 기술적 진화를 의미했다면, 웹 4.0은 이전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며 사회적 전환을 요구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융합이 자리한다.

AI와 블록체인이라는 두 흐름이 맞닿는 순간, 데이터는 화폐처럼 움직이고 사회는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전환은 언제나 양면성을 갖고 있다. 효율성과 혁신의 약속 뒤에는 불평등의 우려가 숨어 있다.

규제와 제도의 균형, 사회적 합의와 문화적 준비 없이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웹 4.0은 어쩌면 저절로 오는 미래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할 과제일지 모른다.

pp.33~34

AI의 발전 동력

구분

내용

설명

데이터

무한한 학습 재료

과거엔 부족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센서, loT가 방대한 데이터 스트림을 공급하며 AI 학습의 원천이 됨

연산

GPU, TPU 기반 병렬 연산

병렬 구조 덕분에 수조 회 연산 수준의 성능 발휘

대규모 모델의 학습 속도와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장

모델

딥러닝, 트랜스포머

언어, 이미지, 음성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다루며 맥락을 이해하는 구조를 통해 정교한 추론 가능

응용

산업, 사회 확산

챗봇, 의료 진단, 생성형 AI 등 실질 서비스로 확산

산업 혁신과 사회적 영향력 확대

p.56

웹 3.0과 웹 4.0을 가르는 경계는 기술 자체보다 제도와 산업의 흡수 여부에 있다. 웹 3.0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 무대에 가까웠다. 반면 웹 4.0의 문턱에서는 이미 각국 정부가 디지털 화폐와 디지털 자산 규제 체계를 설계하고, 글로벌 기업은 공급망과 지급결제, 공공 및 행정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기술은 점차 국가 전략과 산업 운영의 원리 속으로 편입되는 모양새다.

기회요인은 분명하다. 속도와 효율성을 높인 새로운 합의 메커니즘,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는 분산 신원 증명, 글로벌 네트워크와 맞닿은 스테이블코인까지. 산업적 응용은 이미 소매 유통, 의료, 물류, 공공 행정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여기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흐름에 발맞춘 친환경 합의 메커니즘의 부상은 '지속 가능한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그러나 위험 요인도 여전히 공존한다. 불법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급격한 투기 과열, 취약한 내부 통제로 인한 거래소 붕괴 같은 사건은 시장의 신뢰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pp.72~73

국가의 통화 전략이 재배치되는 동안, 시장의 권력도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 다음 무대는 플랫폼이다. 결제가 달라지면 시장의 권력 구조도 흔들린다.

이것이 곧 빅테크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어, 균열과 강화가 동시에 전개되는 복합적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pp.139~140

웹 4.0 기술이 이끄는 디지털경제의 완성은 새로운 경제적 등식 위에서 이루어진다. 데이터는 곧 가치가 되고, 네트워크는 시장이 되며, 프로그래머블 구조는 제도처럼 작동해야 한다. 보조 도구로 여겨지던 디지털이 이제는 경제 질서를 직접 규정하는 본체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기술 혁신, 사회적 합의, 금융 인프라의 진화가 서로 맞물릴 때만 우리는 완성된 디지털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목격할 수 있다.

pp.180~181

지금 필요한 것은 관망이 아니라 결단이다. 부정적 우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제도 속에 구현하는 것, 이것이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이다.

p.210

송민택, 길재식, <웹 4.0이 온다> 中

+) 이 책은 인터넷의 진화 과정에서 보편화된 웹의 양상을 '웹 1.0, 웹 2.0, 웹 3.0, 웹 4.0'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웹 4.0 시대의 사회 전반적인 변화 과정을 추측하고 있다.

저자는 웹 4.0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주목해야 하는지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이야기한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융합이 산업 경제 구조에 가져올 변화를 예측한다.

이 책에는 AI의 기능, 블록체인의 신뢰도 검증과 오라클의 역할, 데이터 분산화의 효과 등을 중심으로 미래 사회의 청사진이 담겨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들의 접점, 즉 초개인화의 유기적 균형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AI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경제의 구조와 대표적 사례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언급한다. 스테이블코인의 개념, 세계적 흐름과 현황, 활용 시 기대 효과,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을 제시하고 있다.

웹 4.0 시대에 각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한다. 장단점을 지닌 스테이블코인을 국가(정부), 기업 그리고 국민 개개인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웹 3.0 시대인 현재에서 웹 4.0 시대를 관망하는 이 책은 기술의 전환을 설명하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세계 경제와 역사의 흐름을 해석하고 있어서 미래 사회 경제를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인공지능 기술과 디지털 자산을 연결해 어렵지 않게 분석하고 있기에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스테이블코인의 세계적 현황과 우리나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전 가능성을 함께 분석하고 있어서, 디지털 금융 분야의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국제 정세와 경제 체제의 움직임을 포착해 해석하고, 다양한 전략과 방법을 제시하는 부분들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다.

최근 경제 기사에서 언급하는 다양한 키워드를 아울러 웹 4.0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핵심 개념을 정리하며 읽을 수 있어서 효율적이었다.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경제 상식을 키우고 싶은 이들, 디지털 자본과 디지털경제에 관심 있는 이들, 미래 경제의 흐름을 살펴보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유익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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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 - 어차피 지나고 나면 먼지 같은 일이야
김묘정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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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현실적인 조언이나 훈계도 없었다. 그저 "우리 강아지, 잘하고 있어."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 말을 들으면, 아무리 흔들리고 불안해도 다시금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힘든 순간마다 할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괜찮아. 우리 묘정이는 잘할 거야."

삶이란,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믿음과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강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p.48~50

복지관에 미용 봉사를 다니면서부터 나는 미용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로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위를 잡는 매 순간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오래, 더 진심으로 일했다. 가위질 하나에도, 손끝의 드라이 바람에도 마음을 담았다.

p.56

인생을 바꾸는 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날들의 꾸준한 반복 속에 숨어 있다. 꾸준함은 잘 드러나지도 않고 기적보다 조용하지만, 결국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가장 멀리 데려다준 건 거창한 도전이 아니었다. 그저 매일의 기록이었다. 꿈 노트를 쓰면서 나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매일 체크하며 확인했고, 포기하고 싶었던 날에도 '이 꿈을 적던 나'를 떠올리며 다시 일어섰다. 꿈 노트는 단순한 다짐을 담은 기록이 아니라, 내 인생의 지도를 그려주었다.

pp.106~107

내가 보여 준 인간적인 면을 리더의 약함으로 오해한 사람도 있었다. 진심은 모두에게 닿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비로소 '어른의 관계'라는 걸 이해했다.

이제는 억지로 사람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내 편일 수 없고,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각자의 길을 존중하면서, 함께 걷는 인연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pp.133~134

진심은 돌아오고, 진정성은 남으며, 믿음은 관계를 지탱한다. 이 세 가지가 내가 가진 인간 관계의 중심이자,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법이다. 나는 여전히 관계 속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때론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조금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결국 관계란, 얼마나 오래 함께했는가보다 얼마나 진심이었는가로 남는다고 믿는다.

p.152

버티는 데에도 분명한 의도와 목표가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만 길고 긴 버팀의 과정과 아픔이 이후 단단한 근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이후부터는 쌓아온 근육이 삶을 지탱해 주기 때문이다. 아픔과 시련, 실패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그럼에도 앞서 쌓아온 단단한 근육이 있다면 제로 베이스가 아닌,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다.

p.169

서른 중반이 되면서, 나는 종종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하고는 했다.

그런데 미용 봉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복지관에서 80대, 90대 할머님들을 자주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분들을 만나면 나는 꼭 같은 질문을 한다.

"할머니. 몇 살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세요?"

그러면 할머니들은 망설임 없이 말씀하신다.

"나는 딱 10년 전, 80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

왜 하필 10년 전이냐고 여쭤보면, 그때는 무릎도 아직 괜찮았고, 잘 걸을 수 있던 때라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꽃구경도 더 많이 다니고 여행도 더 자주 다녔을 거라고 말씀하신다.

마흔은 끝이 아니고 쉰은 늦음이 아니다. 그 나이는 비로소 나 자신을 알고 나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가장 현실적인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pp.181~186

김묘정, <생각보다 너는 더 강한 사람> 中

+) 이 책은 지나고 나면 먼지 같은 기억들, 매일 자신을 성장하게 하는 힘, 진심이 통하는 인간 관계 등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가난한 유년 시절을 조부모님의 사랑으로 견딘 추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추억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조심스러울 정도로 힘든 시기였지만, 저자가 그분들께 얼마나 사랑을 받은 존재였는지 느낄 수 있기에 살짝 적어본다.

저자를 아껴주던 이들의 죽음 이후로 저자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준 이들도 많았다. 그런 인간 관계의 아픔이 가난하고 힘든 현실만큼 저자를 더 괴롭게 한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어린 나이에도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실을 감당하고 견뎠다. 물론 좌절하고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무너져도 어떻게든 일어섰다.

그런 순간에 저자와 늘 함께한 건 '꿈 노트'였다. 하루하루, 한 문장 한 문장, 구체적인 꿈에 대해 적었다. 그렇게 십 대부터 꾸준히 해온 글이 지금의 저자를 만들었다는 걸 알려준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저자는 단발머리 전문 헤어 디자이너로 입지를 굳히고 현재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운영하는 리더이다.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 책에는 그런 순간들이 솔직하게 쓰여 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또 몇 번이나 좌절과 실패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진심, 그리고 실패와 상처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 그리고 배신과 아픔의 기억도 차분하게 기록한다.

저자는 넘어져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섰고 힘들어도 애쓰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이 책에는 그런 순간들의 단단한 마음가짐과 용기, 그리고 끈기가 느껴지는 문장들이 담겨있다.

그러한 감정과 깨달음이 현재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으로 잘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은 크게 느껴져도 다 지나갈 일이며 우리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아픔에 공감할수록 그 이후의 단단한 시간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인데도 우리가 한 번쯤 느끼고 고민했을 순간들이 중첩되는 것 같아 우리의 이야기처럼 보편적으로 와닿는다.

열정적으로 사는 저자에게 쉼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고 느꼈다. 그녀가 살아온 삶을 토닥이며 그녀가 걸어갈 길도 응원하고 싶다.

희망과 위로를 주는 에세이집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저자의 말처럼 진심이 통하는, 그러면서 결이 맞는 사람과 함께 걷는 길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상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에세이 글이 아니라 감정 이입과 몰입도가 높은 에세이집이었다고 생각한다. 80대의 어르신들이 1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에 견준다면 우리는 여전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책이다.

일에 대한 열정을, 실패를 견디는 힘을,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관계를 수용하는 지혜를 나누는 따뜻한 에세이집이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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