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멈추고 싶다
사람들 하기 좋은 말로
마음을 비우라 그러지만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빠르게 가는 길이라면
천천히 가고 싶고
자라고 변하는 날들이라면
자람도 변화도 이제는 그만
멈추고 싶다
참으로 이것은 이전엔 없었던 마음
그래서 나는 아프리카에 간다
잃어버린 나를 찾으러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간다
아니다, 나를 버리는 것 배우러
한 번도 가본 일 없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나라
탄자니아를 찾아간다.
[탄자니아에 간다]
p.33
누군가는 자기가 자기한테 지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인도에 오래 머물다 왔노라 고백했지만
나는 나를 버리는 법을 배우기 위해 아프리카
먼 나라 땅 탄자니아에 왔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이제 꽉 찬 나이 80
더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비탈진 언덕
찌꺼기를 너무 많이 남기지 말고 떠나야지
그러려면 더 많이 버려야지
버리는 것만이 진정 내가 갖는 것이지
내가 쓴 돈만이 내 돈이고
내가 산 인생만이 내 풍경이고
내가 사랑한 사람만이 내 사람이라는 것!
이것은 내 평소의 지론
탄자니아 먼 땅에 와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마음에 새긴다]
p.100
사람이기를 잘했다
내가 오늘도 숨쉬는
사람이기를 잘했다
내가 여기 오기를 잘했다
내가 너를 다시
만나기를 참 잘했다
다 잘했다.
[잘했다]
p.181
오늘 보니 다 예쁘네
어제는 별로였는데.
[여행 둘째 날]
p.239
나태주 시, 그림,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中
+) 이 책에는 나태주 시인이 탄자니아를 방문하며 느낀 감정을 풀어낸 시와, 여행의 순간들을 포착해 그린 그림이 실려 있다.
탄자니아 여행기에 대한 진솔한 내용은 산문으로 몇 편 담고 있고 대부분이 여행시와 직접 그린 그림이다. 생생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곳에서 느꼈을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시집은 저자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어준 탄자니아 경험담, 사람과 자연이 간직한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시인이 만난 이들과 머물렀던 장소와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소한 것들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한 편 한 편 시로 형상화되어 따뜻한 마음도 들고, 탄자니아의 고된 현실과 그럼에도 순박하고 맑은 이들을 묘사한 시에서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노년의 저자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묻어나는 시편에서는 여유로움만큼 생의 소중함도 묻어난다. 사람과 인생을 더 사랑하고 아끼며 살고 싶어지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은 이 시집의 숨은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에게 이런 아름다운 능력이 있음을 발견하며, 시와 시화가 맞닿아 풍기는 분위기가 이번 여행시집을 잘 묘사했다고 느낀다.
솔직하게 써내려간 문장들을 접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다가, 쓸쓸해지다가, 다시 미소 짓게 되는 시화집이다. 탄자니아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때 특히 그러했다. 아이들의 웃음만큼 진실한 게 없는 듯하다.
저자의 시를 모아 필사할 수 있는 필사노트 책 또한 마음을 정리하고 맑게 만든다. 필사노트 책은 왼쪽에 시가 쓰여 있고, 오른쪽에 필사할 공간이 실려 있어 여유롭게 따라 적을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사서 두 권의 선물을 받은 셈이니 나태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