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위에 작은 남자아이가 늠름하게 앉아 있었다. 고유는 산기슭 아래 어슴푸레 비치는 고을을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작은 불꽃이 어둠을 밝히듯, 나는 이 고을의 빛이 될 거야."
p.4
자신이 창녕에 온 이상 더는 소중한 백성의 머리털 하나 건들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방의 말은 도움이 됐다. 한 사람씩 따로따로 말을 들어 보는 것, 진실의 조각은 고요할 때 맞춰지는 법이다.
p.25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 이 사람 저 사람 자꾸 콩알, 콩알 놀리는데, 다들 맨발로 콩알을 밟으면 얼마나 아픈지 모르는 듯했다. 고유는 아전들에게 따끔하게 본때를 보여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이야.'
비록 고유의 키는 작아도, 꿈과 지혜는 태산보다 크고 높았다.
pp.37~38
수많은 사건이 담긴 책을 다 봤지만,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책으로 배운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역시 경험이 진짜 공부구나.'
앞날이 깜깜하군. 범인을 못 잡으면 망신만 당하겠지. 하지만 지고 싶지 않았다. 이방에게도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문제가 어려울수록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 옳거니, 처음으로!
pp.50~51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진심으로 좋은 사또가 되고 싶었다. 나라 전체를 바꿀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다스리는 고을은 배초같이 억울한 백성이 없는 곳으로 가꾸고 싶었다.
"모두들 나더러 키가 작다고 놀리지만 나는 내가 작아서 좋아. 키가 작으니 나는 누구를 만나도 내려다볼 일이 없지. 내 꿈은 낮은 자세로 백성을 우러러보는 사또야."
pp.74~75
"그래, 티 난다. 그동안은 죽은 동태눈이더니, 다모가 된 뒤부터는 물 만난 명태처럼 생기가 넘친다!"
"아무렴. 천하의 명태는 바로 나지!"
여울이의 눈동자에 빛이 내려앉아 반짝거렸다. 저마다 잘하는 일은 반드시 있다. 자신이 원한 꿈을 이룬 여울이는 이제 누가 뭐래도 더 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다.
p.157
차율이 창작동화, 송효정 그림, <전설의 콩알 사또> 中
+) 이 동화는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아 약하게만 보이는 '고유'가 경상남도 창녕의 사또로 부임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같이 공부하는 또래 양반들에 비해 유달리 키가 작아 왜소하게 보이는 고유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
그때마다 노비이지만 친구였던 '배초'가 고유를 대신해 매를 맞고 감싸주었다. 하지만 배초는 고유를 보호하다가 양반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일로 고유는 큰 충격을 받아 백성들을 지켜주는 사또가 되기로 결심한다.
물론 고유 혼자서는 창녕을 지킬 수 없다. 그가 현명한 사람이라는 걸 느낀 백성들 중에서, 그를 돕는 이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고유는 그들의 모습에 힘을 얻어 더욱 열심히 백성들을 위해 지낸다.
그렇게 이 책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백성을 사랑하는 꼬마 사또 고유, 전형적인 탐관오리 이방, 말을 잃었지만 그림에는 능한 노비 사우, 여자이지만 힘이 세고 용감한 노비 여울,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백성에게 돌려주는 불뫼 도적단 등이 그들이다.
고유의 모습에서 지혜와 올곧음을 배울 수 있다면, 여울이의 모습에서는 용기와 정의로움을 만날 수 있다. 또 사우에게는 의리와 열정을, 불뫼 도적단에게는 약한 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총 다섯 편의 동화가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추리물로 훌륭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명탐정 코난이 떠오를 정도로 추리 서사물의 논리적 완성도가 높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힌다.
백성을 생각하는 고유의 마음만큼 사건을 객관적으로 해결하는 고유의 지혜가 잘 묻어나, 어린 독자들에게 지혜와 흥미, 모두 선사할 수 있다고 느낀다.
한국 역사와 설화 속 실존 인물인 고유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우리의 선대 중에 이렇게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지배층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동화집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를 함께 지켜볼 어른들에게도 정의로움과 지혜를 생각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며 지혜와 정의로움을 함께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초등학생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의미 있는 동화책을 선물하고 싶다면 역시,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