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신 신은 아이 초록달팽이 동화 3
유영선 지음, 시농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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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구름도 목이 메나 봅니다.

"널 보고 싶으면 학교로 갈 게. 더울 때면 비가 되어서 네게 가고, 추울 때면 흰 눈이 되어서 네게 날아갈게. 신우야, 나는 언제나 네가 볼 수 있는 하늘에 있을 거야."

p.20 [내 친구, 구름]

아기 까치는 서둘러 집으로 날아갔습니다.

"아빠, 까치밥이라고 했어요. 마을 아이들이 예쁜 감을 그대로 가지 끝에 남겨두었어요."

"그래, 고마운 일이지. 해마다 아이들은 우리 몫으로 감을 남겨 둔단다. 물론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감이 다 익을 때까지 그 감들을 하나도 손대지 않고 있지."

p.36 [까치와 까치밥]

준아.

네 편지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단다.

너의 솔직한 마음이 나의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게 했어.

생각해 보면 어른인 나도 부끄러운 일이 많았는데...

반성해 보지 못한 채 이 나이게 되었구나.

이제 퇴원하면 미국으로 돌아갈까 한다.

수연이 할머니가

p.59 [상장보다 무거운 것]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발들이 각각 다른데 왜 두 발에 똑같은 신발을 신기려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 발들은 다른 신발을 신고 싶어 한단 말이에요. 왼발은 왼발이 좋아하는 신발이 있고, 오른발은 오른발이 좋아하는 신발이 있어요."

p.72

누가 보거나 말거나 남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 애가 부러웠어요.

나는 부끄러워서 남들 앞에선 절대로 그렇게 못 하거든요.

p.80 [짝신 신은 아이]

"여기 있으면......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아."

"누구랑?"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랑."

"정말?"

"그럼, 엄마가 얼굴을 만져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깨를 안아주는 것 같기도 하지."

"엄마 냄새도 나?"

"가끔. 바람이 불 때면......"

pp.88~89 [오빠와 나무]

유영선 동화집, <짝신 신은 아이> 中

+) 이 책에는 총 5편의 동화가 귀여운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친구 구름이를 몰래 돌보다가 하늘로 보내며 그리워하는 신우, 추운 겨울을 대비해 다른 곳으로 떠나려다 까치밥을 챙기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남는 까치 가족,

착한 마음을 다하지 않은 것 같은데 착한 어린이 상을 받아 괴로운 마음을 고백하는 준, 짝신을 신고 당당하게 걷는 친구를 부러워하며 그 아이와 친구가 되고 싶은 은지, 나무 위에서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오빠를 걱정하는 민애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쓴 이 동화집은 친구를 배려하는 태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관점, 거짓 없이 착하게 사는 마음, 잘못을 고백하는 용기, 다름을 틀림이 아닌 개성으로 인정하는 자세,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등이 잘 드러난다.

구름이에게 몰래 물을 가져다주며 살뜰하게 챙기는 신우를 보면서 누군가를 지키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감나무의 감 몇 개를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마음과, 그 마음을 따뜻하게 수용하는 까치들의 행동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는 자세도 배울 수 있다.

준의 고백 장면에서는 양심에 걸리는 행동은 반성하며 용서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도 보여준다. 더불어 그 용감한 고백을 '꾸짖음'이 아닌 '너그러움'으로 받아들이는 어른들의 모습도 의미 있다.

본인의 발이 짝짝이 신발을 원한다며, 왜 어른들은 어린이라고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의아해하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고정관념과 편견이 개성을 막고 있는 건 아닌가. 치우친 시선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또 개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름다운 관계를 만든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하늘로 떠난 엄마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나무의 맨 위에 앉은 민규를 보며 그리움의 크기를 가늠해 보았다. 그리움에도 크기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아이의 모습에서 느낀다.

엄마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은 오빠의 마음, 그리고 오빠와 함께하고 싶지만 나무의 높이가 너무 무서운 민애의 미안함 등을 순수하게 표현했다.

다섯 편의 동화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잘 녹여냈다. "동화를 쓴다는 건, 결국 세상을 다시 배우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 동화집이었다.

중간중간 실린 만화 같은 그림과 함께 읽으면서, 세상을 올바르고 따뜻하게 보는 시선을 배운 책이었다. 더불어 동화를 쓰는 일이 세상을 다시 배우는 일이라는 아름다운 지혜를 가르쳐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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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김선수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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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02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를 받아요. 어떻게 하죠?

이 질문에 조금은 과감하게 답을 하자면, 그런 사소한 말들은 그냥 신경을 꺼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은 여러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뱉은 '진실이 아닌' 말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받아도 금방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믿고 더욱 당당해져야 합니다.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한 번씩 상대방의 말을 곱씹어 생각했던 적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다시 생각하다 보면 원래 의도를 벗어나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무슨 말을 했든 그 자리에서 "그렇구나" 하며, 그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지나가는 연습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p.20~22

07 대안학교 교사로서, 다시 학생 시절로 돌아가면 대안학교에 다닐 것인가요?

대안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학교를 고르고 하루 24시간을 자신의 호흡에 맞춰 배열합니다. 교실과 마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배움을 끌어당깁니다. 때로는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스스로 일정을 재조정하고 의미 없는 과목은 과감히 비워두기도 합니다. 선택과 책임이 맞물려 돌아가는 그 생생한 루틴은 교과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저는 그 주체성이 몹시 부럽습니다.

pp.42~43

16 대안학교에 다니며 진로와 관련해서 느낀 가장 현실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정식으로 교육청의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도 있지만, 제가 다니는 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입니다. 비인가 대안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한계는 '학력 미인정'이에요.

이런 점은 분명 부담이 되지만, 대안학교 생활이 주는 장점도 큽니다. 저는 이 학교에서 정말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어요.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갈등을 조율하는 법, 의견을 설득하는 방법,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직접 실행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이런 경험은 시험공부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대안학교 진학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장점과 현실적인 문제를 모두 고려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유로운 환경에서 하고 싶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건 정말 매력적이지만, 그 자유만큼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검정고시, 입시 전략, 자기관리까지 전부 직접 계획해야 하고요.

pp.74~76

25 대안 교육은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뛰어내리기 좋은 때는 날아오를 준비가 모두 끝났을 때"

대안 교육은 적극적이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아는 학생들에게 잘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공교육의 틀에 갇혀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에게 대안 교육을 추천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대안 교육을 희망한다면 자신이 그곳에서 충분히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며,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pp.109~110

35 공교육 안에 있을 때와 학교 밖을 나온 후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나요?

학교 밖을 나와 가장 많이 달라진 삶의 관점은, '이 세상은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고, 저만 노력한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세상 속에서 내가 더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pp.150~151

45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내니 삶에서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유를 찾으려 하지 말고, 조건을 따지지도 말고, 상황을 기다리지도 마세요. 그냥 작은 일이라도 당장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핵심은 '조건 없이 당장 시작한다'는 태도예요.

p.184

"꽃은 저마다 피는 계절이 다르다"

p.191

김선수, 박서현, 윤상엽, 이봉근, 이은빈, <학교 밖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中

+) 이 책은 공교육의 터전인 학교를 벗어나 대안 교육을 선택한 세 명의 청소년과 대안학교 교사 두 명이 작성한 것이다.

학교 안팎의 대인관계, 선생님과 학부모의 마음, 진로와 학업, 진학 관련 정보, 대안학교 생활과 경험담, 학교 밖으로 나온 계기, 단단한 가치관과 흔들리는 불안감 사이의 성장, 외부 시선에 대처하는 자세 등의 주제를 담아냈다.

각 주제에 맞게 50개의 질문을 먼저 제시하고 그에 대한 진심 어린 답변을 적는 형식으로 작성한 책이다. 대안교육을 선택한 청소년과 선생님의 마음이 공존하고 있어서 교육받는 이와 교육하는 이의 관점 모두를 볼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대안학교 선생님은 먼저 지나온 길 위의 인생 선배 즉, 청소년과 길을 함께 걸어주는 코치 같은 존재이다.

학교 밖을 선택한 청소년들이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하고, 그들이 정한 과제의 해결책을 찾아갈 때 옆에서 코치해주는 이들이 선생님들이다.

대안교육은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활동하며 자기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과정, 이것이 대안교육의 핵심이다.

학교 밖을 선택한 청소년들은 학교생활의 장단점과 대안학교 생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미래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높은 친구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대안교육을 선택했다. 하지만 외부의 편견이나 대학 진학에 대한 정보 부족과 검정고시에 대한 부담 등으로 흔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안교육의 장점을 잘 이해하며 꿋꿋하게 이 길을 가고 있다.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사는 법, 자기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는 자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힘, 다양한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넓은 세상을 발견하는 설렘 등.

학교가 좋은지 대안학교가 좋은지 그런 단순한 질문은 사양한다. 스스로가 적극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대안학교를 추천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왜 대안교육을 받고 싶은지, 대안교육과 대안학교의 일상과 시스템, 방향성 등은 무엇인지, 그리고 자기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좋아하는지 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용기 있는 선생님과 청소년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하고 간혹 실패도 하며 또 거기서 다시 일어서는 자세를 배우기도 하는 사람들.

이들의 미래만큼 이들이 걷고 있는 현재가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건 그런 모습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경험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멋진 이들의 씩씩한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한다.

대안교육에 관심 있는 어른들, 대안학교를 가보고 싶은 청소년들, 대안학교 생활이 궁금한 사람들, 일반 학교생활이 어려운 학생들 등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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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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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해답은 언제나 과거의 내 안에.'

p.41

살아도 돼.

살아도 되고말고.

내게 보낸 편지에 '이런 나라도 계속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라고 썼던데, 그런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마.

세상에는 뇌물을 받아먹는 정치인도 있고 자기 부모를 죽이는 자식도 있어. 그런 사람들도 사는 마당에.

올바르게 살아가는 네가 살아도 될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

p.46

- '해답은 언제나 과거의 내 안에'

과거와 미래의 경계선에서 서성일 때면 네가 지나온 과거를 믿으면 돼.

현재는 과거를 이겨냈다는 증표잖아.

괴롭다는 건 과거에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pp.79~80 [첫 번째 편지 - 최애에게]

비굴해지지 말게.

비굴해지면 안 돼.

지갑을 훔쳤다고 솔직하게 고백할 줄 아는 사람이 어째서 쓰레기라는 건가?

생각해 보게.

아침 일찍 시작되는 건설 현장에 자네가 한 번이라도 지각한 적 있나?

내가 지쳐서 일어설 기력이 없을 때 손을 내밀어준 게 누구였나?

전에도 말했다시피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은

자기가 변변찮다는 사실을 모를뿐더러 설사 알더라도 인정하지 않아.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사람을 이 사회는 반드시 받아들여 줄 걸세.

pp.150~151 [두 번째 편지 - 친구에게]

"나는 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그렇지만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결정할 수는 없단다. 중요한 건 네가 어떻게 하고 싶으냐, 더 정확히 말하면 네가 무엇을 믿느냐에 달렸단다."

"네 신념을 타인에게 반드시 인정받을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그걸 옳다고 믿는 네 마음이지. 네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단다. 너는 네가 아요이에게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일 네가 소신을 지켜 나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현혹될 거 없단다. 좀 외로울 수는 있지만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줄 거야.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건 없다고 나는 믿어."

pp.196~199 [세 번째 편지 - 할머니에게]

혹시 몰라서 헤드라이트도 하나 챙겼어.

네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두울 수도 있거든.

그래도 겁낼 거 없어.

착한 사람이 길을 안내해 줄 거라 믿지만,

혹시 아무도 없으면 그걸 머리에 쓰면 돼.

밝은 빛이 사방을 비추면 헤매지 않고

앞으로 걸어갈 수 있을 거야.

pp.267~268 [네 번째 편지 - 반려견에게]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지 당신을 보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등대는 눈에 띄지 않지만,

누군가는 그 불빛을 의지하고 있잖아.

당신 얼굴까지는 안 보이지만, 당신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여기에도 한 명 있다는 것만은 기억해 줘. 이상.

p.323 [다섯 번째 편지 - 연인에게]

무라세 다케시,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中

+) 이 소설집에는 다섯 편의 소설이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실려있다.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편지를 보낸다는 설정 하에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판타지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각 소설마다 다른 주인공으로 인물을 설정했으나 이들이 다른 작품에도 주변 인물로 등장해, 작품 간의 관련성을 유지하고 있기에 연작 소설의 분위기를 풍긴다.

광고 회사 영업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미키'를 버티게 해준 음악가에게 보내는 편지, 알바로 전전하던 '오키'를 헌신적으로 도와준 친구를 속여 괴로울 때 그에게 보내는 사과의 편지,

진심을 왜곡하는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괴로운 '메구미'가 지혜로운 할머니께 보내는 편지, 남편을 잃고 유일한 가족이었던 반려견도 자신의 부주의로 잃었다고 자책하는 엄마가 반려견에게 보내는 편지, 부정한 방법으로 대기업을 이끌다가 실패의 길에 들어선 '사와무라'가 죽은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이들은 모두 천국에 편지를 보낸다는 '아오조라 우체국' 광고를 보고 우체국을 방문한다. 그리고 본인의 재산에 비례해 상당히 큰 금액을 지불하며 천국으로 편지를 쓴다.

죽은 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 49일이 되기 전까지만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기에, 이들은 두 배의 우푯값을 지불해서라도 답장을 받고 싶어 한다.

처음부터 편지에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적지는 못하지만, 그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이들은 지난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또 희망적인 미래도 꿈꾸며 적극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한 사람의 생을 버티게 하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에서도 사람들은 반성하며 배우고 성장한다는 걸 가르쳐준다.

'굿 럭' 인형이 여러 사람에게 계속 선물로 전해지며 받는 이의 행복과 행운을 빌어준다는 설정이 다섯 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는 데 도움이 된다.

죽은 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사과를, 누군가는 고백을,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감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살아있을 때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판타지 힐링 소설이었다. 천국으로 편지를 보내도록 돕는 우체국이 정말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있었으면 좋겠는,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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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널 먹을 거야 온그림책 28
데이비드 더프 지음, 마리안나 코프 그림, 김지은 옮김 / 봄볕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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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오늘은 살아 있기 참 좋은 날이다.

그렇지, 프랭크? "

" 맞아, 최고야! "

뿌지직!

" 이봐! 너 왜 그랬어? "

" 미안, 네 친구를 못 봤어. "

" 어...... 앞을 잘 보고 다녀야지. "

" 미안해. 내가 잘못했으니 책임질게. "

" 마음 쓸 필요 없어.

할 일이 하나 생겼네.

꿈틀꿈틀

나중에 친구들과 얘를 먹을 거야. "

" 이 애는 몇 주만 지나면 썩어서 흐물흐물해질 거야. 그러면 우리가 먹겠지.

지렁이들이 어떤 일을 하면서 사는지 모르니? "

" 내가 널 먹는다면, 그건 생명이 돌고 도는 과정일 뿐이야. "

" 너희 지렁이들이 참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구나.

그런데 나는 네 친구를 밟았잖아. 마음이 점점 더 안 좋아. "

" 이봐. 네가 정말 실수를 바로잡고 싶다면

저 위에 있는 새를 한번 봐 줄래? "

" 날 위해서 저 새를 계속 감시해 줄 수 있니? "

쿨쿨쿨...

"프랭크?

프래애앵크? "

" 만약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너는 나를 먹겠지. 그럼 그때 날 좋은 무언가로 바꿔 줄 수 있겠니? "

" 그렇게 할게. 덩치 큰 내 친구야."

데이비드 더프 지음, 마리안나 코포 그림, <난 널 먹을 거야> 中

+)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 그림책은 '지렁이 프랭크'와 '커다란 초식 공룡'이 친구가 되면서 서로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인데 첫 장면부터 파격적으로 시작해서 조금 놀랐다. 프랭크가 지렁이 친구와 '살아있기 참 좋은, 최고의 날'을 만끽하고 있을 때, 갑자기 등장한 공룡이 본의 아니게 지렁이 친구를 밟는다.

그렇게 읽는 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려는데 더 충격적인 말을 지렁이가 한다. 당황하며 무척 미안해하는 공룡에게 프랭크는 이렇게 말한다. "나중에 친구들과 얘를 먹을 거야."

놀람의 연속으로 계속 그다음 장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이라니. 평온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 사이에서 지렁이 프랭크의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말은 독자로 하여금 관심을 집중하게 만든다. 왜? 왜지?

이 그림책은 살아있는 존재들의 끝과 시작을 알려주며, 서로가 먹고 먹히는 관계의 틀을 보여주고 있다. 즉, 모든 존재들마다 존재하는 가치가 있음을 가르쳐 준다.

무언가를 먹어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선물하는 지렁이 프랭크의 삶, 지렁이를 지켜보는 '새'로부터 프랭크를 지켜주는 커다란 초식 동물 공룡의 삶, 프랭크가 아니더라도 다른 지렁이를 먹이로 잡아가는 새의 삶 등등.

저자는 생명 순환의 가치와 자연에서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존재 가치를 따뜻한 그림책으로 설명하고 있다.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주면서 그들 하나하나 의미 있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표현한다.

더불어 어떻게 친구가 되는지 지렁이와 공룡의 모습을 통해 천천히 드러낸다. 또 친구에게 용기 있게 사과하는 모습과 그 사과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배우며 느낄 점이 많다.

그림책이기에 그림 한 컷 한 컷 살펴보며 등장 캐릭터의 표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또 자연 순환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기에 아이들이 인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자연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 탄생과 죽음이 시작과 끝의 반복이라는 점, 생명이 이어지며 순환할 때 서로의 마음도 나눈다는 걸 가르쳐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 용서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 약속한 걸 지키는 것 등의 자세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라고도 느꼈다.

어린 독자들에게 죽음의 의미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를 새롭게 환기할 수 있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알려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모든 존재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태어난다는 것, 그렇게 자연에서 돌고 돌며 살아간다는 것, 모두가 가치 있는 생명이라는 것 등을 상징적으로 잘 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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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정신과 - 별난 정신과 의사의 유쾌한 진료일지
윤우상 지음 / 포르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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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all patients! 우리는 모두 환자야."는 내가 정신과 전공의 1년 차로 들어갔을 때 3년 차 선배가 해 준 말이다.

"우리 머릿속에는 나만의 색안경이 있어. 살아오면서 저절로 생긴 거지. 내 머릿속 안경이 빨간색이면 하얀 세상을 빨갛게 보고 세상은 빨갛다고 믿고 살아가지. 이런 게 투사야. 내 꼴대로 세상을 보는 거야. 바깥세상의 진실은 상관없고 내가 보는 게 진실이 되는 거지. 투사는 한마디로 망상이지."

세상이 동그란데 나는 세모라 하고 누구는 네모라 하고 누구는 별 모양이라 한다. 각자 자기가 본 세상이 맞다며 우기고 싸운다. 진실은 어디 가고 망상의 싸움만 한다.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착각 속에 살고 있을 수 있다. 내가 보는 세상은 모두 내가 만든 투사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pp.26~27

30대 남자 환자다. 연애를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모태 솔로다. 여자 목소리 환청이 들리는데 두 가지 버전으로 나타난다.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애인 목소리와 바보, 멍청이라고 욕하는 엄마 목소리다. 환청이 애인 목소리일 때는 기분 좋게 웃다가 엄마 목소리로 바뀌면 시무룩해진다. 그 환자가 시무룩하게 있어서 물었다.

"왜요? 오늘은 엄마 목소리가 들려요?"

"아니요. 오늘은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소리가 안 들리니 편하겠네요."

"아니에요. 소리가 안 들리면 이상해요. 둘 다 나를 버린 것 같아요. 애인도 엄마도요..."

pp.51~52

공간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내 삶을 바꾸고 싶다면 공간을 바꾸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다.

다만 공간 바꾸는 게 쉽지는 않다. 걸리는 게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걸릴까? 내적인 이유와 외적인 이유가 있다.

내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불안, 의심, 귀찮음이다.

외적인 이유도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시간, 돈, 가족이다.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갈 때는 그냥 방해물을 주렁주렁 매달고 들어가야 한다. 불안과 의심을 품에 안고, 돈과 시간과 가족의 문제를 등에 업고 뚜벅뚜벅 움직여야 한다. 신기한 점은 해결 안 날 것 같은 문제도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면 어떻게든 정리된다는 것이다.

pp.63~65

나는 지금도 이렇게 생각한다.

'나의 혀는 메스다. 나의 혀 놀림이 집도의의 칼과 같다. 내 혀 놀림으로 상처를 봉합하고, 내 혀 놀림으로 암을 제거하고, 내 혀 놀림으로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잘 못하면 내 혀 놀림으로 상처를 주고, 멀쩡한 혈관을 자르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내 혀는 칼이다.'

지금도 몸 컨디션이 안 좋으면 나태해지고 흔들린다. 그때 다시 생각하고 정신 차린다. 나는 수술하는 사람이다. 오늘 수술하는 날이다. 나의 혀, 나의 말 한마디가 그의 삶을 좌우할 수 있다!

p.179

몸의 고통은 혼자서 겪을 수밖에 없지만 마음의 고통은 나눌 수 있다. 누군가 그의 고통을 알아주고 받아 주면 그 고통이 덜어진다. 몸의 고통은 의사가 치료해 주지만 마음의 고통은 같이 아파해 주는 사람이 치료해 줄 수 있다.

p.233

그녀는 머릿속에 가혹한 재판관을 모시고 산다. 자기 행동 하나하나를 판단해서 죄를 묻고 벌을 내린다. 그러니 늘 불안하고 두렵다. 가혹한 재판관은 '병적인 초자아' 때문이다. 초자아는 '착하게 살아라', '좋은 사람이 돼라'와 같이 도덕과 윤리를 추구하고 이상적인 자신을 추구하는 정신 기능이다.

그러나 초자아도 너무 강하면 병이 된다. 내 안의 초자아가 너무 가혹하면 가벼운 실수에도 하루 종일 바보라고 구박하고, 남에게 살짝 민폐 끼쳐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남보다 조금만 부족해도 심한 열등감에 허덕인다. 매일 자책과 자학이 번갈아 온다.

pp.269~270

윤우상, <명랑한 정신과> 中

+)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30년이 넘게 환자와 함께 해온 일상을 담고 있다. 마음이 아픈 이들을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의 삶, 그리고 자기만의 철학과 생각이 확고한 환자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

'명랑한 정신과'라는 책의 제목만큼 화사하고 귀여운 그림들로 가득 찬 명랑한 책 표지를 보며 책의 분위기를 상상했다.

그리고 책을 펼치면서 환자들의 짠하고 아픈 이야기, 그러면서 되게 유쾌하고 신기한 이야기, 또 그들 나름의 우직하고 흔들림 없는 이야기 등을 접하며 웃다가 울고, 울다가 다시 웃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환자라고. 세상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그게 진실인지의 여부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본 세상이 정상이라고 믿고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다. 우리는 대부분 자기가 경험한 것 위주로, 자기가 보고 들은 것 위주로 세상을 판단한다. 사람들을 분석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파악한다.

그리고 그 틀에서 자기만의 철학을 쌓고 자기만의 잣대를 만든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과연 누가 정상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좀 줄어들었다.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왜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환영과 들리지 않는 환청이 들리는지, 또 그 순간 그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등을 우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유쾌하고 발랄하며 제목 그대로 명랑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물론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갖지만 시원하게 웃으면서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스토리에서는 마음이 아파 훌쩍이다가,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 그리고 환자들 곁에서 응원해 주는 이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사이코드라마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타인이 하는 연기일 뿐인데 감정 몰입이 될까, 그게 당사자들에게 와닿을까 싶었다.

그런데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자기의 솔직한 심리를 토로하는 이들의 사연을 보기만 했는데도 감정 이입이 되어 훌쩍이다가 엉엉 울고 말았다.

마음이 아픈 이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던 저자의 말이 기억난다. 사람 사이에서 받은 상처도, 어쩌면 사람 사이에서 나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었다.

정신 병원의 일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들, 그리고 마음이 아픈 이들이 왜 그렇게까지 되었는지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의 삶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더불어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 마음이 아파 힘든 사람들, 따뜻하고 유쾌한 이들의 대화로 한바탕 웃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기만 했는데도 위로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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