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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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전 여덟 시부터 오후 세 시까지 오솔길은 평온하다. 제이컵은 평온을 누리고 싶었다. 평온이 어렵다면 최소한 고독이라도 말이다.

고등학교라는 세계에서 똑같은 외톨이 신세인 제이컵과 트리나가 이대로 가만히 서 있으면, 아이들의 흐름 역시 강물이 커다란 바위를 지나치듯 그대로 그들을 통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컵은 길 한가운데 그대로 서서 누군가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릴지, 아니면 자신에게는 움직여 피해 갈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는 듯 그대로 부딪쳐 넘어뜨려버릴지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이 내심 들었다. 요즘 그의 마음속은 깜깜했고 그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았다.

pp.88~90

"카트리나. 물어보려고 했었다. 최근 엄마한테 소식 들은 거 없니? 아무것도 없어?"

그러자 아이는 가느다란 담배를 쭉 빨아들이더니 자갈 위에 밟아 껐다. "없어요. 피트 삼촌. 삼촌은요? 하느님한테서 소식 들은 거 없어요?"

"들었다고 믿는다. 길가에 서 있던 널 본 그 순간 말이지."

pp.126~127

"넌 저 기계를 어떻게 생각하니? 벌써 해봤니?"

"아뇨, 선생님. 전 제가 뭐가 될지 이미 알거든요."

"지혜의 말 같구나. 인상적이다."

"또, 저런 물건에 2달러를 쓰기도 싫어요. 저축하는 중이거든요."

"그것도 현명한 말 같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구나."

"감사해요. 선생님 수업이 그립네요. 그러니까 학창 시절 말이에요. 이젠 일이니 뭐니 바빠져서 그때처럼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요."

"다행히도 책 읽기는 자전거 타는 거랑 비슷하단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지."

p.192

그러나 그가 무엇보다 경탄을 금치 못하는 건 이 특정한 일화가 펼쳐진 방식 자체였다.

문제가 무엇인지 (베풀어야 하는가, 베풀지 말아야 하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가로이 다가오신 예수님이 모든 것을 찢어 열어버린다는 (어째서 아직까지 베풀지 않았느냐?)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런 베풂을 아주 많이 실천하신 예수님 역시 꽤나 근사한 분이라고 피트는 생각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이야기가 피트 개인이 품은 신앙에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안심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식의 독단이 아니라, 당신보다 먼저 그리고 때가 오기 전 먼저라는 물질적 의미와 언제나 네가 그리고 언제나 지금이라는 형이상학적 의미가 공존한다는 전인적인 이해를 담은 사고였다.

pp.206~207

왜 기분이 좋은 거냐? 트리나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게 분명한데 말이다, 하느님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저 제 몫을 하고 싶어요. 돕고 싶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조심하려무나 피트, 너는 그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모든 걸 다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거라. 그런 건 자만처럼 느껴지는구나.

pp.387~388

M. O. 월시, <빅 도어 프라이즈> 中

+) 이 소설은 미국의 한 작은 마을 식료품점에 '디엔에이믹스'라는 기계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디엔에이믹스는 사람들의 DNA 분석을 통해 진짜 자신의 운명과 미래, 이를테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될 지, 자기가 어떤 운명으로 태어났는지 등을 알려주는 기계이다. 2달러만 있으면 자신의 운명을 가르쳐주는 셈이다.

작은 마을은 이 기계로 인해 발칵 뒤집힌다. 많은 사람들이 디엔에이믹스가 보여준 자신의 진짜 운명을 믿고 현재의 안정적인 직업을 떠나 주어진 운명대로 살려고 한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자신의 운명을 굳건히 믿고 현재의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학교 교사인 더글러스는 이 기계를 만나기 전에 계속 자신이 꿈꿔온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안정적인 교사를 그만두고 트럼본을 배우며 남은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말을 아내에게 하기 직전에, 디엔에이믹스로 인해 일상이 꼬여버린다. 게다가 그의 DNA 검사 결과 그는 휘파람 부는 사람이자 교사라는 글자를 보게 된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이는 없지만 부부 둘이 행복하게 지내온 더글러스와 셰릴린, 쌍둥이 형 토비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방황하는 제이콥, 토비의 죽음에 비밀이 있다며 제이콥을 뒤흔드는 형의 여자친구 트리나,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지만 조카 트리나의 방황으로 고민이 많은 신부님 피트 등등이 그들이다.

자신의 운명은 자기가 개척하는 것으로 알며 살아온 이들이 주어진 운명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디엔에이믹스의 결과지를 그대로 믿고 현재의 일상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운명을 수용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기계에 2달러를 쓰는 것조차 아깝다며 자기 운명은 자기가 알고 있다고 믿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결과지를 보며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인간에게 운명이란 무엇인지, 인간에게 미래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디엔에이믹스가 우리 동네에 생긴다면 어떨까. 나는 호기심에 한번 해보겠지만 현재의 상황을 완전히 버리고 그것만을 믿고 따르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의 성향이 다르듯 선택도 다르지 않을까 싶다.

사람의 운명이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의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엔에이믹스의 결과지를 믿는 것도 믿지 않는 것도 사람들의 선택이며,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것도 사람들의 선택이다. 결국 운명을 만드는 것도 이끌어가는 것도 개인의 선택인 셈이다.

형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제이콥의 모습을 보며 무척 마음이 아팠다.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못하는 이들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 철저하게 외면받은 트리나의 아픔도 깊이 이해되어 무척 마음아팠다.

이 소설은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 청소년들의 방황하는 성장담이 녹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신앙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읽으면서 한 편의 영화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결코 가볍게 다룰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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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ESG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 - HOW TO COOK DIGITAL ESG
장혁수 지음 / 드림위드에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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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ESG란, ESG 경영 성과 향상이라는 1차적 목적성을 가지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AR, VR, IoT, 5G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시스템 및 플랫폼을 의미한다. 많은 기업들은 이미 Digital ESG를 적용하고 활용하고 있다.

ESG 경영 성과는 결국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해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되어야 한다. 즉, 냉난방 효율화 시스템을 통하여 몇 톤의 온실가스가 저감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기업의 경영 성과에 어떠한 의미인지 설명되어야 한다.

p.7

E는 환경(Environmental) 기후변화 및 탄소 배출, 환경 오염 및 환경 규제, 생태계 및 생물 다양성, 자원고갈, 공해, 물, 산림파괴, 청정기술개발 등을 다룬다.

S는 사회(Social)로 데이터 보호 및 프라이버시, 인권 및 성별 평등 및 다양성, 지역사회 관계, 노동환경개선, 아동 문제를 포괄한다.

G는 지배구조(Governance)이다. 투명한 기업운영을 지향하며,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구성, 뇌물 및 반부패, 기업윤리, 경영진 보상, 정치적 로비 및 기부, 조세전략까지 포괄한다.

p.16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업의 책임은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경영' 두 가지로 요약된다.

즉 기업이 단순한 법규 준수, 자원재활용, 에너지 절약의 차원을 벗어나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보다 포괄적인 접근방법으로 제품, 생산과정 및 서비스를 평가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p.35

MSCI ESG 평가항목 중 노동과 관련된 Key Issuess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Labor Management : 노동자 권리확보를 위한 기업의 체계와 노력 및 그에 따른 영향을 평가한다.

  • Health & Safety : 회사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어떠 조직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 Human Capital Development : 고용된 노동자의 업무 숙련도 및 경험 향상을 위한 기업의 정책, 프로세스 등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기업의 인력개발과 고용안정을 평가한다.

  • Supply Chain Labor Standard : 협력업체 등 공급망 전반에 걸친 노동자 인권, 권리, 급여체계 등을 살펴보고 기업이 공급망 근로자에 대한 책임 여부를 평가한다.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서는 투자기업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 건강 및 안전에 대한 고려이다.

  • 직원 건강 및 웰빙을 위한 지원이다.

  • 노동자 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이다.

pp.48~50

ESG 경영의 주된 목적은 착한 기업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시대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복합적 리스크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지속적 경영으로 이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업은 환경과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 앞장서며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고 , 기업활동이 사회적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이다.

투자자들은 환경과 재무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여 매출액이 증가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은 감소하는 기업에 주목하고, 다양한 ESG 활동을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기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ESG 성과를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ICT 기술 도입이 필수이며, 특히,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로 친환경 에너지와 사회공헌 역량을 관리하거나, 이사회의 전자투표 시스템과 CMS 자산관리 서비스 등으로 지배구조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pp.66~67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ESG 디지털 전환을 위한 모든 요소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현실 세계에 실재하고 있는 사물을 디지털 공간에서 리얼하게 표현한 것)으로 구현할 수 있다. 즉, 기업의 사업 모델, 경영 프로세스, 자원, 이해 관계자, 전문가 등에 대응하는 디지털 트윈들을 가상공간 내에 개발하는 것이다.

p.109

장혁수, <Digital ESG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 中

+) 이 책은 ESG 경영이 왜 필요한지 언급하며 미래에 그것이 갖는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ESG 경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말해하며 ESG 평가 체계와 ISO와의 연관성도 살펴본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DJS(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ESG 평가 등 ESG 평가체계와 한국형 ESG 지표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ESG 경영 사례를 들어 세계의 동향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ESG와 디지털의 융합, 즉 Digital ESG의 가치와 의의를 강조한다.

저자는 코로나 이후로 Digital Transformation을 활용한 ESG 경영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언급하며, 각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경영 자세가 요구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의 결합, 트윈 트랜스포메이션(twin transformation)이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 요소라는 것을 배웠다. 또 각 기업들의 데이터를 구체화하고 재구성해 사업 전략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경영이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이익 창출은 물론 기업의 경영 성과 향상까지 고려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시대인 지금 기업들은 Digital ESG 경영을 선택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저자의 말처럼 Digital ESG는 단편적이거나 일시적인 시스템과 플랫폼에 그쳐서는 안된다. 트윈 트랜스포메이션(twin transformation)으로 나아가 저탄소 경제, 그린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했다.

이러한 변화가 조금씩이라도 시도된다면 사회전체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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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조선을 만든 예술쟁이들 위인들의 직업은 뭘까? 2
스토리몽키 지음, 유시연 그림 / 주니어단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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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가운데는 문장 몇 줄을 겨우 해석해서 쉽게 판단을 내리는 이도 있었어요. 하지만 김정희는 달랐습니다.



"역사는 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후대에 정확한 역사를 알려 주기 위해선 정확한 자료를 보고, 답을 찾아야 한다."



'실사구시'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정확한 해답을 얻고자 하는 태도를 말해요.

p.21 [글씨를 그리는 서예가, 김정희]



"닭이 그림을 쪼아 먹을 정도로 벌레를 실감나게 그렸구나. 정말 대단하다."



"그림은 살아 숨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벌레를 보고, 또 보고, 또 보았지요. 그랬더니 그제야 벌레의 진짜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p.50 [뛰어난 여류 예술가, 신사임당]



"스승님, 먹을 쥘 때는 병자처럼, 붓을 쥘 때는 장사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먹을 갈 때는 손목에 충분히 힘을 빼고 팔 전체로 천천히 힘을 주어야 하고, 붓을 쥐고 글을 쓸 때는 힘깨나 쓰는 장사처럼 기운을 가득 줘야 한다는 뜻이다."

p.105 [타고난 천재 화가, 김홍도]



'세상 어느 곳에나 사연이 있다. 그것을 꽉 움켜쥐어 그림 속에 담아야 한다'

p.115 [타고난 천재 화가, 김홍도]



유지경성이란 뜻을 올바르게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음을 뜻하지요. 궁을 만드는 기술자에서 거문고 연주자라는 꿈을 이룬 김성기에게 꼭 맞는 비유였습니다.

p.137 [올곧은 음악 장인, 김성기]



"내가 죽으면 내가 지은 시들은 모두 불태워 없애 주십시오. 나처럼 불행한 여인이 다시는 이 땅에 태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누님의 글 솜씨는 모두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었거늘. 그처럼 모든 단어가 맑고 깨끗한 시를 난 본 적이 없다."

p.165 [조선 최고의 문인 남매, 허난설헌과 허균]





스토리몽키 글, 유시연 그림, <아름다운 조선을 만든 예술쟁이들> 中





+) 이 책은 조선 시대 문화와 예술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일화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각 분야별 대표 예술가들과 얽힌 흥미로운 일화를 사례로 들어 그림과 사진 자료를 첨부하여 풀어냈다. 그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진심이 여러 편의 고전 전래 동화처럼 다가오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초등학생 고학년을 대상으로 제작된 책이나 중학생이 읽어도 좋을 만큼 역사, 문화, 예술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어려운 역사학적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주석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부담이 적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예술가에 대한 정보에서 더 나아가 좀 더 숨겨진 이야기들을 담아낸 책이다.



각 장의 마지막에서는 7명의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관련 분야에서 이들 외에 언급할 수 있는 뛰어난 인물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예술학적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술가들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되었고,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일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예술가는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배웠다.



역사를 멀리하는 학생들이나, 어렵게 느끼는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초등학생들을 예상 독자로 설정한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부족하지 않고 또 과하지도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의 가치와 그 중심 의미, 그리고 현재에 활용되는 분야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대중적인 표현과 발상이 순간순간 느껴지지만, 예상 독자가 초등학생인 것을 고려한다면 이해가 더 잘 되는 책이었다.

예술쟁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예술가들의 진심을 잘 녹여낸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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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스러운 고독의 맛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박선형 옮김 / 샘터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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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진자운동과도 같아서 이번에 믿기 힘들 정도의 손해를 봤더라도 앞으로 다가올 일에도 곱절의 에너지를 줘서 진자가 더 크게 증폭될 게 틀림없어요. 그러니까 모리사와 씨의 다음 작품은 영화화되어 베스트셀러가 될 거란 말이죠. 그래서 내일은 미리 축배를 들자고요."

미리 축하한다는 의미의 '예축'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풍습이라고 한다. 지금 내가 겪는 불행이 결국 운과 성공을 불러올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으로, 미래의 성공을 미리 축하하는 것이다.

pp.13~14

독서는 인생의 경험치를 높여 현실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40

지금까지 편집자, 프리랜서 작가, 소설가로 조금씩 직업을 바꿔온 동안 멋진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멋지게 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우선 그들은 기본적으로 설레는 마음과 솔직한 마음을 무척 소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상황이 닥쳐도 발아래 깔린 어두움을 쳐다보기보다 멀리 있는 한 줄기 빛을 찾으려고 한다. 그들처럼 살아가기 위한 팁은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고민하지 않고 생각하기.

둘째, 후회하지 않고 반성하기.

pp.52~53

'없어도 행복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좋은 의미로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행복의 허들이 매우 낮아서 불행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없어도 행복하다는 것은 곧 '조금만 있어도 훨씬 행복하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시작 지점에서부터 이미 행복하니 앞으로 다가올 행복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행복이 된다. 계속 행복만이 다가오는 것이다.

pp.85~86

데뷔 소설로 상을 받고 화려한 등단을 하든지 편집자에게 우선 눈에 띄어 인정받고 출간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다음 세 가지의 습관을 갖는 게 좋다.

첫째, 많이 읽을 것.

둘째, 많이 쓸 것.

셋째, 마치 시인이 된 것처럼 일상을 주의 깊게 그리고 온전히 느낄 것.

pp.118~119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의 차이는 한마디로 뭘까요?"

"그것은 솔직함이겠죠."

p.292

모리사와 아키오, <사치스러운 고독의 맛> 中

+) 이 책은 소설가인 저자가 일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긍정적이고 편안하게 삶을 살아가는 자세 등에 대한 에세이를 엮은 것이다. 짤막한 단상을 모아 엮은 에세이집으로 읽는 순서 상관없이 편히 읽고 싶은 부분을 먼저 보아도 괜찮은 작품이다.

저자는 자신의 소설이 더 널리 알려질 좋은 기회가 무산되어 울적해할 때, 불행한 일이 있으면 행복한 일이 찾아올 테니 미리 축하한다는 지인의 말에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얼마 뒤에 정말 신기하게 그의 소설은 영화화되었고 그는 좀 더 유명해졌다.

이런 일례를 통해 저자는 인생이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거라는 걸 깨달으면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즐거운 삶을 살고자 다짐한다. 또 즐겁게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모든 소소한 것들을 지지한다.

휴대 전화를 비롯하여 문물의 상징이 되는 것들을 두고, 자연의 품에서 야숙을 하던 때를 언급하며 작고 소소한 것들까지 감사해하던 그 마음을 떠올린다.

또 저자는 음식이나 커피, 차 등을 맛있게 먹던 순간을 생각하기도 하고, 세상의 기준인 상식이 아니라 자기만의 잣대로 세상을 살아도 괜찮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글쓰기의 가치와 그 이면에 있는 어려움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며, 다량의 독서와 다작의 글쓰기가 지닌 끈질긴 힘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관찰하는 힘, 디지털 문물을 멀리할 때의 가벼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 고독과 여유로움의 가치 등에 대해서도 풀어낸다.

짤막한 에세이들이기에 조금씩 여러 번 읽는 것도 괜찮다. 울적하거나 속상한 날들 앞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소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이웃과의 수다라고 생각하며 가뿐한 마음으로 읽고 공감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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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절대공식 - 양육, 학습, 입시를 꿰뚫는
방종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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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우리 아이보다는 같이 있는 또래 아이가 더 크게 보이지 않나요? 또래 아이의 외모를 비롯해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지 아닌지가 크게 부각됩니다. 그리고 또래 아이와 비교해 우리 아이의 단점이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죠. 저 단점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고치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문제는 이런 걱정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 아이의 타고난 성향이나 장점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기준이 내 아이가 아니라 다른 아이가 되는 순간, 우리 아이는 수정할 점투성이로 변해버리기 때문이죠.

걱정과 불안은 분명 부모가 경계해야 할 감정입니다. 걱정과 불안으로 인해 부모가 해야 할 사명이자 가장 큰 책임인 자녀의 독립과 자립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모 스스로 자녀를 키우는 기쁨을 오롯이 누리지 못하게 되니까요.

pp.24~26

김규민 학생은 '꿈, 주체성, 간절함, 그리고 올바른 방법'이라는 네 단계를 밟아가며 공부를 했고, 그 덕분에 원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달리 말하면 이 네 가지만 있으면 누구나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입시는 한정된 시간 내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습관과 공부에 대한 부정적이지 않은 마음이 전제 조건으로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을 부모가 도와야 합니다.

pp.38~39

아이의 기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지만, 아이가 특정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부모의 역할입니다. 지레짐작으로 걱정해서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정확히 식별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이렇게 부모가 바른 방향으로 노력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장점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p.50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의 잠재력과 기질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을 꽃피워주려고 생각하면 됩니다. 부모가 일일이 해주거나 신경 써줄 필요가 없어요. 아이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것을 꺼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아이가 가진 것을 무시하고 더 많이 넣어줄 생각만 해요."

pp.58~59 [존스홉킨스대학 소아정신과 지나영 교수]

자녀에게 분노를 표현할 때는 '이러한 점은 좋은데, 이러한 점은 고쳐줄 수 있겠니'라는 식의 화법이 효과적이다. '너는 도대체 왜 그래'라는 식의 표현은 좋지 않다.

부모의 자존감과 직결되는 아이의 자존감, 질문과 경청으로 키울 수 있다.

pp.70~71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

부모는 대화를 통해 서로 양육관과 교육관을 통일해야 합니다. 일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서로의 생각을 인정해야 합니다.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논의해서 아이에게는 혼동 없이 전달해야 합니다.

누군가 제게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양육 원칙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단연 '일관성'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p.97

우리는 아이와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첫 번째, 믿는 것에 조건을 달지 않아야 합니다.

두 번째, 아이가 힘들어하는 순간일수록 더욱더 아이를 믿어줘야 합니다.

세 번째, 부모가 아이 편이라는 것을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믿는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때 아이가 더욱더 잘 자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pp.118~123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지금보다 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예전 방식을 고집하며 '다름'을 '틀림'으로 이해할 경우, 아이들은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죠. 부모가 자신이 살았던 방식을 강요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p.178

지금 당장 아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쭉 한번 나열해보세요. 부정적인 단어들이 생각난다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없는지, 긍정적이라면 더 긍정적인 표현은 없는지 고민하고 바꿔서 사용하는 연습을 해보기를 권합니다.

p.216

요즘에는 자녀의 진로를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가 정말 많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고용노동부 고용 정보 시스템인 '워크넷'과 교육부가 제공하는 진로 정보망인 '커리어넷'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자료가 굉장히 유용해서 진로컨설팅 전문가들도 이 사이트를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아 및 초등 저학년이라면 '주니어용 커리어넷'도 있습니다.

p.229

방종임, <자녀교육 절대공식> 中

+) 이 책의 저자는 교육 관련 프로그램의 유튜브 진행자이며 교육 분야 전문 기자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교육 관련 전문가들을 많이 만나서 여러 정보와 방법들을 쌓아온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부모가 자기만의 원칙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부모라면 버려야 할 태도 및 습관과, 부모라면 갖춰야 할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우선 전반부에서 저자는 부모라면 걱정, 동일화, 완벽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걱정에 휩싸여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단점으로 보면서 고치려고만 든다면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아이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문제를 아이와 연결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모습과 내가 겪었던 상황을 아이의 상황에 이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와 부모의 관계를 아이와 나의 관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나친 동일화를 주의하라고 말한다. 또 부모도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도 할 수 있으며,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가르쳐준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부모라면 믿음, 관찰, 변화를 갖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대화를 통해 자애로운 믿음과 객관적인 신뢰를 쌓고, 아이를 꾸준히 관찰하며 세상의 변화에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미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주체성이다. 아이 스스로 시대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지 선택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를 꾸준히 관찰하며 아이와 대화해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부모 스스로 자신의 태도를 성찰하며 변화해야 할 부분들을 언급한다.

이 책의 맨 끝에는 공부의 본질에 관한 전문가 인터뷰가 실려있다. 공부에 관한 몇 가지 주제로 효과적인 공부 방법과 마음가짐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는 사교육에 대한 저자의 진솔한 생각과,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여러 정보 창구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입시, 학습에 대한 정보도 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을 양육할 때 있어서 부모가 버려야 할 태도와 갖춰야 할 태도를 명확히 한다는 점이다.

아이를 양육하는데 고민이 있는 부모, 아이의 올바른 학습 태도를 형성하게 도와주고 싶은 부모, 유아 및 초등 그리고 중 고등부 자녀를 두어 입시와 학습에 대한 정보가 궁금한 부모, 그리고 자신의 양육 방식에 의문이 들고 흔들리는 부모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다.

꼭 부모가 아니라도 아이들을 접하는 교육자들이 읽어도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대할 때 신뢰와 일관성, 그리고 긍정적인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준 책이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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