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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싯다르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평점 :  
     
 
        
            
            
            
            
            
            
            
'진실로,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나의 자아만큼, 내가 살아 있다는 이 수수께끼, 내가 다른 모든 사람들과 구별이 되는 별다른 존재라는 이 수수께끼, 내가 싯다르타라고 하는 이 수수께끼만큼 나를 그토록 많은 생각에 몰두하게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에 대하여, 싯다르타에 대하여 가장 적게 알고 있지 않은가!'
20%
 그가 본 비밀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이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새롭다! 오, 과연 그 누가 이 사실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 사실을 이해할 수 있으리!
55%
 싯다르타의 내면에서는, 도대체 지혜란 것이 무엇이며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추구해온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과 깨달음이 서서히 꽃피어 났으며 서서히 무르익어 갔다. 
그 무엇이라는 것은 바로 매 순간마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그 단일성의 사상을 생각할 수 있는, 그 단일성을 느끼고 빨아들일 수 있는 영혼의 준비 상태,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하나의 능력, 하나의 비밀스러운 기술에 다름 아니었다. 
조화, 세계의 영원한 완전성에 대한 깨달음, 미소, 단일성이 그의 내면에서 서서히 꽃피어 났으며, 바주데바의 늙은 동안으로부터 그에게 반사되어 비추었다. 
72%
 "'진리란 오직 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는 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생각으로써 생각될 수 있고 말로써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다 일면적이지. 모두 다 일면적이며, 모두 다 반쪽에 불과하며, 모두 다 전체성이나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지. 
 고빈다, 이 세계는 불완전한 것도 아니며, 완성을 향하여 서서히 나아가는 도중에 있는 것도 아니네. 그럼, 아니고말고. 이 세계는 매 순간순간 완성된 상태에 있으며, 온갖 죄업은 이미 그 자체 내에 자비를 지니고 있으며, 작은 어린애들은 모두 자기 내면에 이미 백발의 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죽어가는 사람도 모두 자기 내면에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지." 
79%
 그렇지만 하나의 얼굴과 다른 얼굴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가로놓여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이 모든 형상들과 얼굴들은 멈추어 서기도 하고, 흘러가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떠내려가기도 하다가 마침내 서로 뒤섞여 하나가 되어 도도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자 고빈다는, 가면의 이러한 미소, 흘러가는 그 온갖 형상들을 내려다보며 던지는 이 단일성의 미소, 수천의 태어남과 죽음을 내려다보며 던지는 이 동시성의 미소, 싯다르타의 이 미소야말로 자신이 수백 번이나 외경심을 품고 우러러보았던 바로 그 부처 고타마의 미소와 하나도 다르지 않고 영락없이 똑같은 미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84%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中
+) 이 소설은 동양 사상, 특히 불교 사상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깊이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인생의 수많은 모습들을 인간의 다양한 욕망으로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인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의 자식으로 성장한 '싯다르타'가 친구 '고빈다'와 함께 깨달음을 얻고자 출가해 길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싯다르타는 지혜가 무엇인지, 사상이 무엇인지,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생활하며 직접 체험해 하나씩 틀을 깨고 새롭게 깨달으며 정신적으로 성장해간다. 
그 과정에서 '고타마'를 만나 깨달음에 대해 반문하고, 고빈다와 헤어진 뒤 한 여인을 만나 사랑을 배우고 뱃사공을 만나 강에서 큰 지혜를 얻는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마다 인간의 고통과 욕망 등 희로애락을 체험한다.    
이 소설은 불교에서 말하는 옴, 공, 연기 사상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싯다르타의 모습에서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등 <반야심경>의 구절들을 떠올릴만한 장면이 많았다.
서양인인 저자가 동양의 불교 사상을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인간 내면의 욕망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인생의 여러 면모를 종교적으로 승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불교의 공 사상과 연기 등의 개념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소설 속 상황과 인물들의 언행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적 인물들로 구성된 소설이기에 여러 곳에서 감동적인 문장과 깨달음을 전하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