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머리보다 중요한 눈치 사용 설명서 - 마음의 벽을 넘어, 배려로 완성하는 직장생활
가와하라 레이코 지음, 송해영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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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이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판단 기준'을 설명하겠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때마다, '내가 겪었을 때 좋았던 기억'이 있는지를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pp.25~26

'자신 마음속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들이 보지 않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이다. 우리 주변에는 '누가 보지 않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일하면 나만 손해다.'라며 눈앞의 이익과 손해만 계산하는 사람이 있다.

배려는 바로 이런 생각을 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pp.52~53

내향적인 사람일수록 '죄송합니다'를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를 배려하고 싶다면 '죄송합니다' 대신 '감사합니다'라고 말해보자. 이것만으로도 말의 인상이 확 달라진다.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

바쁘신데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pp.60~61

결정을 앞두고 느끼는 스트레스로부터 상대를 자유롭게 하는 배려의 원칙이 '한정'이다.

범위를 한정해 주면 결정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pp.94~95

정해진 일을 전달해야 할 때는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정'을 넘어 '단정'해 주면, 상대는 헤매지 않고 곧바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이거 내일까지 필요한데 시간 있어요?"

"관리팀에 가서 물어보세요."

이처럼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확실함'을 전달하는 것이다.

앞의 예시처럼 말한 뒤에, "잘 모르겠으면 언제든 저한테 물어보세요."라고 덧붙이면, 단호함에서 오는 신뢰감에 안도감까지 더해진다.

pp.104~105

질책은 단순히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일에서 교훈을 얻고, 앞으로의 행동을 바꾸는 데 있다. 개선할 점이 분명하다면, 질책은 '짧게' 하자.

상사로서 질책은 '약간 부족하다 싶은 정도'가 오히려 적절하다. 그리고 한 번 지적한 내용은 두 번 다시 언급하지 말자.

p.147

상대의 '영역'을 계속 침범하다 보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누군가를 놀리거나 비꼬는 행동이 대표적인 예다.

'상대 마음속의 벽' 너머는 함부로 드나들어서는 안 되는 '영역'임을 잊지 말자.

p.162

가와하라 레이코, <일머리보다 중요한 눈치 사용 설명서> 中

+)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며 필요한 '눈치를 기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 직장 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눈치 사용 설명서'라는 제목에서 의미하는 '눈치'는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를 뜻한다. 상대를 위한 소소하지만 진심을 담은 배려의 마음이 관계를 매끄럽게 만든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저자는 배려심을 기르기 위해 자기 마음의 벽을 넘어서는 힘을 기르고, 상대 마음의 벽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눈치 감각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행동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상대방을 배려했으나 오해를 받거나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면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그러나 그런 마음의 벽을 조금씩이라도 허물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눈치와 배려는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기에게 기분 좋은 순간을 찾아 타인에게도 배려하는 방법을 적용해 볼 것을 권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려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열린 질문보다 한정된 질문을 하는 것, 원활한 회의를 위해 회의 참여자들에게 예고하는 것,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 신뢰감과 안도감을 주는 행동을 기억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런 배려의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면 인간관계를 맺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고쳐야 할 말투나 태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바로 수정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선'이나 '일단'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었는데, 저자는 이 말들이 얼버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자신이 한 일이나 해야 하는 일이라면 변명 같은 말투보다는 당당하게 딱 잘라서 표현하는 것이 낫다는 충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꼭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감이 가고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매너 좋은 배려인이 어떤 사람인지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회사라는 조직에서 센스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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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로 만들어 줘 소설의 첫 만남 34
조예은 지음, 권서영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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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아니라 진심이야. 우리 엄마 다니는 교회 권사님 아들 김주용.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간이거든. 네 덕분에 나는 희망을 발견했어."

유미도의 얼굴은 사뭇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이유 모를 답답함과 복잡함으로 유미도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나에게는 저주에 불과한 이 능력이 희망이라고? 그것도, 내가 세상에서 첫 번째로 싫어하는 사람이 유미도에게?

20%

나는 그 모든 게 내 탓 같았다.

그날 이후로는 스스로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특히 불만, 질투, 억울함처럼 언제든지 미움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애써 무시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척, 늘 괜찮은 척, 유미도와 멀어진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게 나와 유미도, 우리 둘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이었다.

46%

"너도 참 힘들었겠다. 자기 마음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그게 사람이야? 로봇이지. 너무 스스로를 탓할 필요 없어."

유미도의 말에 심장이 쿵, 아주 무겁게 떨어졌다.

61%

조예은, <토마토로 만들어 줘> 中

+) 이 소설은 미워하는 상대방에 집중하면 그를 토마토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지닌 '도마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듯 환상적인 장면들이 그림과 함께 제시되면서, 기이하고 환상적인 소설을 써온 작가만의 개성이 이 작품에도 존재한다고 느꼈다.

남아선호 사상이 짙은 할머니를 원망하다가 토마토로 만들고, 이런 능력을 알게 된 친구 '박은해'를 의도치 않게 토마토로 만든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질투와 선망의 대상인 친구 '유미도'의 부탁을 받고 고민한다.

작가의 파격적인 발상이 재미있지만 그만큼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세 친구의 관계를 발랄하게 풀어가며, 청소년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잘 살려 이야기를 전개한다.

행복해 보이는 친구와 그 가족의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나고, 저주처럼 불행하게 느껴지는 능력을 행운과 희망처럼 보는 친구에게 놀랍고, 불편한 사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공통점이 있는 교우 관계에서 소소한 즐거움도 느낀다.

소설의 마지막이 마치 열린 결말처럼 느껴지나 청소년들에게는 통쾌한 결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듯, 토마토라고 다 같은 토마토는 아니니까.

이 소설이 담긴 시리즈는 해당 출판사에서 동화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첫 단계의 작품으로 표방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그 의미를 이해했고, 이 작품을 계기로 해당 시리즈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작품이 흥미로울까. 그리고 이 소설이 어떻게 느껴질까.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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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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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늘 고객을 웃는 얼굴로 맞이합니다. 우리는 늘 고객이 원하는 바를 성심성의껏 들어줍니다....."

서비스업에 자아는 필요 없다. 봉사 정신은 일종의 군대식 규율에서 생겨난다. 이런 합창을 매일 계속함으로써 인간은 자기최면에 빠진다. 큐레이터를 목표로 들어온 백화점에서 나오미는 빈틈없는 톱니바퀴의 하나가 되어 기계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2%

"내 생각인데 남자는 마음 어딘가에 마누라를 심부름꾼처럼 여기는 구석이 있어요. 자신의 기저귀를 갈게 하다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탁할 일은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34%

실제로 나오미가 제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버지의 폭력보다 엄마의 작은 동물 같은 눈이었다. 저항도 못하고 울지도, 소리 내지도 못한 채 계속 맞았다. 지배당하는 인간의 표정을 나오미는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다.

47%

계획에 몇 가지 우연이 겹친 까닭에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가나코를 몹시 떨게 만들었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인 만큼 마음을 고쳐먹고 행운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은 제일 먼저 나오미에게도 알렸다. 그녀도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긴 대화를 나누고 난 끝에는 "다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자"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듯 말했다.

"아무튼 인생에 딱 한 번뿐인 일이었잖아. 반성해봤자 다음은 없어."

66%

지난 일주일 정도, 가나코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듯한 신비한 느낌을 맛봤다. 그것은 도피도 아니었고, 자포자기도 아니었으며, 몸속의 본능이 있는 힘껏 세상을 차단하여 육체의 주인인 가나코를 분리시킨. 혹은 뭔가의 스위치를 파괴하여 감각을 마비시킨 느낌이었다.

97%

오쿠다 히데오, <나오미와 가나코> 中

+) 백화점 외판부에서 근무하는 '나오미'에게는 '가나코'라는 친구가 있다. 어느 날 나오미는 가나코를 만나러 갔다가 가나코의 멍든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다. 가나코는 남편의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것이다.

이 소설은 가나코가 남편의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벗어나지 못하자 친구인 나오미가 가나코의 남편을 제거하기로 결심하면서 사건이 전개되는 스릴러 장르이다.

나오미가 그렇게까지 하게 된 배경에는 그녀의 아버지 때문이다. 나오미의 아버지도 나오미의 어머니를 때리는 사람이었다.

성인이 된 나오미 자매가 집을 떠나면서 아버지의 폭력성을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나오미는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하지 않는 것을 답답해한다.

그런 내면의 상처가 있는 나오미는 가나코가 폭행 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남편을 어떻게 하면 제거할 수 있는지 많은 방법을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오래전 보았던 영화가 하나 둘 생각난다. 델마와 루이스. 나오미와 함께 남편 제거 계획을 실행하면서 조금씩 새로운 면을 보이는 가나코의 모습을 보면 영화 속 캐릭터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결말은 영화와 느낌이 좀 다르다. 이 소설은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궁지에 몰린 그들이 내린 선택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그런 결말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이 치밀하게 가나코의 남편을 제거하는 계획을 세웠다면 그게 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읽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틈이 보이는 계획이 더 현실적이었다. 그들을 이해하는 연민과 공감이 더 크게 일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유쾌한 소설만 읽다가 그의 추리 소설을 접하면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결말을 보며 역시 이 작가답다는 생각을 했다.

가정 폭력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뤘다고 느끼며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한참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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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아이들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21
이경옥 지음, 김민경 그림 / 고래책빵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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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네가 깎은 대나무가 잘 쪼개졌다고 여기느냐?"

"아닙니다요. 낙방해도 좋으니 심사는 제대로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요. 계집애가 아니라 똑같은 사람의 자격으로요."

비장은 달래의 말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당돌한 만큼 일도 잘 배우거라"라면서 달래를 심사에서 통과시켰다.

p.37

"그려도 사람이 이렇게 다쳤는데 그런 말이 나와? 넌 선자청에 들어와서 점점 변하는 거 모르지? 선자청을 잘못 들어온 거 같어."

차갑게 돌변한 만복이가 달래를 꾸짖었다.

"너도 봉길이와 다를 거 없어. 마음속에 욕심만 가득 찬 괴물이라고."

"넌 사내라서 모르겠지만 난 선자청에 들어오는 첫날부터 거부당혔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그렇게 살아남으면 뭐가 되는데?"

"뭐?"

만복이 물음에 달래는 말문이 막혔다.

pp.76~77

"너만 그렇게 사는 것도 아니잖어. 다른 노비들도 다 너처럼 산다고."

달래는 동생 동이를 보는 듯 안타까웠다. 칠두 눈가에 얼핏 물기가 보였다.

"누나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있잖어. 계집이어도 꿋꿋하게 버텨내면서 말이여. 만복이 형은 누나가 지독해졌다며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누나를 응원혔어. 남이 하지 못하는 일을 용기 있게 해냈으니까."

"넌 노비잖어. 네가 아무리 그래 봐야 세상은 꼼짝도 안 한다고."

구멍으로 반쯤 빠져나간 칠두가 달래를 올려다봤다. 얼굴이 얼음처럼 굳었다.

"노비도 사람이여. 굶어 죽어도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은 같다고."

pp.100~102

"그 아이가 잡힐까 걱정이 되면서도, 목숨 걸고 감영을 빠져나가는 용기가 부러웠고만요."

"용기라니?"

"마음속에 생각을 품는다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아서요."

p.105

글 이경옥, 그림 김민경,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 中

+) 이 동화는 신분 차이와 남녀 차별이 심했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백성들이 살기 힘들었던 시기, 먹고살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필요했던 때를 묘사하고 있다.

전염병으로 동생을 잃은 달래는 몸이 아픈 아버지와 먹고살기 위해 부채를 만드는 곳인 선자청에 들어간다. 그 당시는 여자가 부엌 일을 제외하고 감영에서 남자와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던 시대였다.

하지만 선자청에서 성공해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달래는 있는 힘껏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일을 겪으며 순수했던 열정과 노력이 과욕으로 변하고 달래는 선자청에 왜 들어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달래 외에 이 작품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모습에서 조선 시대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관습과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무더위에 지친 백성들을 위해 부채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만복, 선자장의 아들로 남녀 차별 의식이 강했지만 후에 달래의 진심과 열정을 인정하는 봉길,

관에 소속된 노비지만 헤어진 가족의 찾고자 죽음을 무릅쓰고 끝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칠두, 높은 관직을 마다하고 낮은 위치에서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그들을 돕는 정 선비 등등

이 작품은 여성으로 차별받지만 노비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닌 달래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도 차별받는 것에 민감한 만큼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또 처음에는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일로 변할 때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마음으로 지내는지, 그들을 지켜보는 이는 어떤 마음인지도 잘 담아냈다.

부채를 만드는 선자청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더불어 차별과 차이, 경쟁과 협력, 열정과 과욕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나 청소년들이 읽어도 생각할 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느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달래의 선택을 통해 어떤 일부터 하는 게 좋은지 가르쳐 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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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네버랜드 클래식 48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허버트 포즈 그림, 김주경 옮김 / 시공주니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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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틸 : 그럼요, 할머니. 저는 감춰져 있는 것만 아니면 뭐든 잘 볼 수 있어요.

요술쟁이 할머니 : 무엇이든 새로운 눈으로 본다는 게 중요해! 인간이란 참 묘한 존재들이란다. 요술쟁이들이 죽은 뒤로 인간은 제대로 보질 못해. 게다가 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심조차 안 하지.

17%

요술쟁이 할머니 : 그분들은 너희 추억 속에 살아 있으니 돌아가셨다고 할 수는 없지. 인간들은 이 비밀을 몰라. 뭐, 원래 인간은 아는 게 별로 없긴 하지만. 너희는 다이아몬드 덕분에 중요한 진실을 알게 될 거야. 죽은 사람들도 우리가 추억하는 동안은 세상에 있을 때처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28%

할아버지 : 그러게. 하기야 우리가 살아 있을 때도 그랬지. 살아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어리석어서 저세상 일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거든.

틸틸 : 할아버지, 할머니는 늘 주세요?

할아버지 : 그래, 꽤 많은 시간을 자면서 보낸단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생각해주면 그제야 깨어나지. 그러니까 그때만을 기다리며 잠을 자는 거란다. 얘들아, 삶을 다 끝낸 뒤에 잠을 자는 건 참 좋은 일이더구나. 하지만 가끔씩 깨어나는 것도 유쾌한 일이지.....

할아버지 : 뭐라고?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세상 사람들은 정말 멍청해!

틸틸 : 할아버지, 이곳은 지낼 만하세요?

할아버지 : 물론이지. 썩 괜찮은 곳이야. 괜찮고말고! 사람들이 기도만 좀 더 해준다면......

31%

행복 : 틸틸! 너희 집은 문이랑 창문이 터질 정도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우리는 늘 웃고 노래하지. 우리가 샘솟듯이 만들어 내는 즐거움 때문에 벽까지 춤추고 지붕까지 들썩거릴 정도라니까! 단지 네가 그걸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거지...... 앞으로는 우리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어! 그러다 보면 더 고귀하고 고상한 행복들을 만나게 될 거야. 이제 집에 돌아가면 행복들을 훨씬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네 미소로 그들을 격려하고, 상냥하게 감사의 말을 전할 줄도 알게 될 거야. 그들은 네 삶이 보다 경쾌하고 즐거워지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줄 테니까.

행복 : 그럼. 어떤 집에서든, 인간들이 보려고만 하면 일요일처럼 즐거운 행복을 날마다 볼 수 있어.

70%

모성애 : 물론이지. 난 더 이상 늙지 않으니까. 게다가 여기서 지내는 하루하루는 내게 힘과 젊음과 행복을 가져다준단다. 너희의 미소가 나를 한 살씩 젊어지게 해. 집에서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지만 여기에서는 똑똑히 보이단다. 그게 진실이야.

틸틸 : (놀라서 모성애를 잠시 바라보다 껴안고 입을 맞춘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옷은 뭐로 만든 거예요? 비단과 은? 아니면 진주예요?

모성애 : 아니! 이것들은 너희가 주는 입맞춤과 눈길과 손길이란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입을 맞출 때마다 달빛이나 햇빛이 옷에 더해지는 거야.

73%

틸틸 : 아, 난 정말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미틸 : 나도! 나도 정말 행복해!

아빠 : 내버려 둬.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뭐, 행복해지는 놀이라도 하는 모양이지.

97%

모리스 메테르링크, <파랑새> 中

+)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틸틸과 미틸 남매에게 어느 날 요술쟁이 할머니가 찾아온다. 이 책은 요술쟁이 할머니의 부탁으로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이들의 여정을 희곡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1900년도 초에 발표된 작품인데 환상적인 스토리가 요즘 작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이야기임에도 현실과의 연계성이 강해 더 흥미롭다.

이 책을 읽으면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 우리가 그 행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 또 그 행복을 누릴수록 우리 주변의 모든 존재들도 행복해진다는 것 등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파랑새를 찾는 과정에서 이들이 보게 되는 인간의 여러 모습은 우리를 반성하게 하고 인생을 새롭게 보는 관점을 선물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 우리에게 가족이 된 반려견과 반려묘가 이 작품에서 의인화되어 친밀하게 등장하고, 우리랑 함께하는 존재들이 요정으로 나타나고, 인간 내면의 감정과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도 우화적으로 묘사한다.

청소년들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묘사하는 철학적인 내용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 형상화되어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다.

함께하는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떠난 이들을 추억하는 자세, 행복을 누리며 즐겁게 사는 태도, 그리고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 등을 발견할 수 있는 따뜻한 책이었다.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내용의 희곡이니 연극으로 보아도 좋겠지만, 책으로 읽으니 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서 신비롭고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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