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네가 깎은 대나무가 잘 쪼개졌다고 여기느냐?"
"아닙니다요. 낙방해도 좋으니 심사는 제대로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요. 계집애가 아니라 똑같은 사람의 자격으로요."
비장은 달래의 말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당돌한 만큼 일도 잘 배우거라"라면서 달래를 심사에서 통과시켰다.
p.37
"그려도 사람이 이렇게 다쳤는데 그런 말이 나와? 넌 선자청에 들어와서 점점 변하는 거 모르지? 선자청을 잘못 들어온 거 같어."
차갑게 돌변한 만복이가 달래를 꾸짖었다.
"너도 봉길이와 다를 거 없어. 마음속에 욕심만 가득 찬 괴물이라고."
"넌 사내라서 모르겠지만 난 선자청에 들어오는 첫날부터 거부당혔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그렇게 살아남으면 뭐가 되는데?"
"뭐?"
만복이 물음에 달래는 말문이 막혔다.
pp.76~77
"너만 그렇게 사는 것도 아니잖어. 다른 노비들도 다 너처럼 산다고."
달래는 동생 동이를 보는 듯 안타까웠다. 칠두 눈가에 얼핏 물기가 보였다.
"누나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있잖어. 계집이어도 꿋꿋하게 버텨내면서 말이여. 만복이 형은 누나가 지독해졌다며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누나를 응원혔어. 남이 하지 못하는 일을 용기 있게 해냈으니까."
"넌 노비잖어. 네가 아무리 그래 봐야 세상은 꼼짝도 안 한다고."
구멍으로 반쯤 빠져나간 칠두가 달래를 올려다봤다. 얼굴이 얼음처럼 굳었다.
"노비도 사람이여. 굶어 죽어도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은 같다고."
pp.100~102
"그 아이가 잡힐까 걱정이 되면서도, 목숨 걸고 감영을 빠져나가는 용기가 부러웠고만요."
"용기라니?"
"마음속에 생각을 품는다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아서요."
p.105
글 이경옥, 그림 김민경,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 中
+) 이 동화는 신분 차이와 남녀 차별이 심했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백성들이 살기 힘들었던 시기, 먹고살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필요했던 때를 묘사하고 있다.
전염병으로 동생을 잃은 달래는 몸이 아픈 아버지와 먹고살기 위해 부채를 만드는 곳인 선자청에 들어간다. 그 당시는 여자가 부엌 일을 제외하고 감영에서 남자와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던 시대였다.
하지만 선자청에서 성공해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달래는 있는 힘껏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일을 겪으며 순수했던 열정과 노력이 과욕으로 변하고 달래는 선자청에 왜 들어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달래 외에 이 작품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모습에서 조선 시대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관습과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무더위에 지친 백성들을 위해 부채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만복, 선자장의 아들로 남녀 차별 의식이 강했지만 후에 달래의 진심과 열정을 인정하는 봉길,
관에 소속된 노비지만 헤어진 가족의 찾고자 죽음을 무릅쓰고 끝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칠두, 높은 관직을 마다하고 낮은 위치에서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그들을 돕는 정 선비 등등
이 작품은 여성으로 차별받지만 노비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닌 달래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도 차별받는 것에 민감한 만큼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또 처음에는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일로 변할 때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마음으로 지내는지, 그들을 지켜보는 이는 어떤 마음인지도 잘 담아냈다.
부채를 만드는 선자청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더불어 차별과 차이, 경쟁과 협력, 열정과 과욕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나 청소년들이 읽어도 생각할 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느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달래의 선택을 통해 어떤 일부터 하는 게 좋은지 가르쳐 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