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로 만들어 줘 소설의 첫 만남 34
조예은 지음, 권서영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난 아니라 진심이야. 우리 엄마 다니는 교회 권사님 아들 김주용.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간이거든. 네 덕분에 나는 희망을 발견했어."

유미도의 얼굴은 사뭇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이유 모를 답답함과 복잡함으로 유미도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나에게는 저주에 불과한 이 능력이 희망이라고? 그것도, 내가 세상에서 첫 번째로 싫어하는 사람이 유미도에게?

20%

나는 그 모든 게 내 탓 같았다.

그날 이후로는 스스로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특히 불만, 질투, 억울함처럼 언제든지 미움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애써 무시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척, 늘 괜찮은 척, 유미도와 멀어진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게 나와 유미도, 우리 둘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이었다.

46%

"너도 참 힘들었겠다. 자기 마음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그게 사람이야? 로봇이지. 너무 스스로를 탓할 필요 없어."

유미도의 말에 심장이 쿵, 아주 무겁게 떨어졌다.

61%

조예은, <토마토로 만들어 줘> 中

+) 이 소설은 미워하는 상대방에 집중하면 그를 토마토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지닌 '도마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듯 환상적인 장면들이 그림과 함께 제시되면서, 기이하고 환상적인 소설을 써온 작가만의 개성이 이 작품에도 존재한다고 느꼈다.

남아선호 사상이 짙은 할머니를 원망하다가 토마토로 만들고, 이런 능력을 알게 된 친구 '박은해'를 의도치 않게 토마토로 만든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질투와 선망의 대상인 친구 '유미도'의 부탁을 받고 고민한다.

작가의 파격적인 발상이 재미있지만 그만큼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세 친구의 관계를 발랄하게 풀어가며, 청소년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잘 살려 이야기를 전개한다.

행복해 보이는 친구와 그 가족의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나고, 저주처럼 불행하게 느껴지는 능력을 행운과 희망처럼 보는 친구에게 놀랍고, 불편한 사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공통점이 있는 교우 관계에서 소소한 즐거움도 느낀다.

소설의 마지막이 마치 열린 결말처럼 느껴지나 청소년들에게는 통쾌한 결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듯, 토마토라고 다 같은 토마토는 아니니까.

이 소설이 담긴 시리즈는 해당 출판사에서 동화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첫 단계의 작품으로 표방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그 의미를 이해했고, 이 작품을 계기로 해당 시리즈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작품이 흥미로울까. 그리고 이 소설이 어떻게 느껴질까.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