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사용법 - 내 몸의 조화로운 건강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김동규 지음 / 라온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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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한의학은 단지 병의 유무를 찾는 것이 아니라 몸의 흐름을 살피는 의학입니다. 장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간은 긴장되어 있지 않은지, 기운이 위로 치솟고 있진 않은지, 비위의 기운은 아래로 잘 내려가고 있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의 변화가 불편함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합니다.

한의학은 '기능의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기능이 약해지고 흐름이 틀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의학은 몸을 '돌보는 의학'입니다. 돌봄이란 고장 나고 나서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고장 나기 전에 이상을 감지하고 균형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pp.23~26

아직 병으로 진단되지 않은 작은 변화들을 먼저 감지하고, 그 흐름을 정리하는 데 탁월합니다. 한약을 복용하면서 몸의 신호에 민감해지고, 침 치료로 순환과 긴장을 풀어주며 스스로의 회복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의학이 바로 한의학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꾸준함'입니다. 너무 아프기 전에, 다시 아프기 전에, 평소에 조금씩 다듬고 정리하는 습관이 건강의 기초가 됩니다.

pp.50~51

저는 환자가 단순히 '치료받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치료의 길을 걷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설명 없이 약을 주고 침을 놓는 것보다, 지금 이 약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왜 이 경혈에 침을 놓는지, 이 증상은 어떤 흐름에서 비롯됐는지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72

이처럼 수족냉증은 독립된 병명이라기보다는, 몸 어딘가의 기능 이상에 따라 '동반되어 나타나는 반응성 증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손발이 찬 증상 하나지만, 사실은 그 안에 다양한 원인이 숨어 있는 것이죠.

결국, 손발이 차다는 건 몸이 보내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놓치지 않고, 원인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 그게 진짜 치료의 시작입니다.

p.112

한의학적으로는 이를 '습담이 쌓인다'라고 표현합니다. 탁한 기운이 위장을 감싸고, 순환이 느려지며, 소화가 더디게 되는 것이죠. 밀가루 음식, 곡물 셰이크 등도 같은 맥락에서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건강식으로 여겼던 가루 음식 대신,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이 훨씬 더 위장에는 좋을 수 있습니다.

p.124

걷는다는 건 단순히 발을 움직이는 일이 아닙니다. 걸음 하나에도 내 자세, 내 근육, 내 몸의 정렬 상태가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걷기를 잘한다는 건 곧 내 몸을 잘 알고, 잘 다스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엉덩이에 힘을 주며 중심을 잡고 걷는 연습, 좌우 균형을 살피며 걷는 습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걸음을 조절하는 지혜, 그 모든 것이 결국 내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힘이 됩니다.

p.159

김동규, <한의사 사용법> 中

+) 이 책은 한의학이 어떤 분야인지, 한의학 진료의 근본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고 있다. 한의사인 저자는 한의학이 몸의 흐름을 살피고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몸을 돌보는 의학이라고 이야기한다.

몸의 기능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는지 세세하게 관찰하여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한의학 치료는 운동과 같아서 단기간에 효과를 내려 하기보다 꾸준히 지속하며 한의사와 함께 방향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렇기에 한의학의 침 치료나 한약을 처방할 때 어떤 약이 어떤 점에서 효과가 있는지를 잘 가르쳐 주는 한의사를 만나라고 말한다.

한의원에서 진료받았던 경험을 떠올려, 한의사 선생님들의 공통된 특징을 찾았다. 한의사 선생님들은 대게 환자의 증상에 관한 질의응답과 그 외 체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꼭 갖는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런 시간이 필요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는 한의사 사용법이라는 제목이 좀 과격하게 느껴졌는데, 치료 과정에서 한의사와 환자는 동반자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이 와닿아 이해가 되었다.

아픈 곳을 치료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한의학은 왜 아픈지 그 원인을 몸의 흐름과 균형에서 찾는다. 일부 증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의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고려해 진료하는 데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걸을 때마다 다리 오금 쪽 어딘가가 아픈데, 거기가 어딘지 제대로 찾지도 못하고 한두 해 방치하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을 때 동네 한의원을 찾았다.

그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치료를 받을수록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아픈 부위를 정확하게 찾으며 왜 거기가 아픈지 가르쳐 주셨고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은 지도 설명해 주셨다.

그렇게 한동안 침을 맞으면서 몇 년 동안 아팠던 다리는 씻은 듯이 나았다. 이런 경험이 한의학에 대한 믿음과 한의사 선생님에 대한 신뢰로 남지 않나 싶다.

한의학 치료는 한의사와 환자가 함께 꾸준히 걷는 길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아프기 전에 몸의 변화를 감지해 몸을 지키고 회복력을 기르는 것, 그것을 돕는 게 한의학의 목적임을 잘 가르쳐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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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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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결국 모든 미스터리는 리얼리티가 결여된 페이크예요. 소설가는 어디까지나 가공의 이야기를 창작하는 프로죠. 그들은 살인범이 아니에요. 아무리 취재를 거듭해도 범죄 수법, 피해자의 표정과 같은 살인에 관한 디테일을 진정한 의미에서 실감할 수 없어요. 반대로 디테일을 아는 살인범은 당사자로서의 경험은 있지만 표현자가 아니기에 창작한 이야기에 그걸 담아서 세상에 선보일 수 없어요. 애초에 책을 쓰려고 살인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 '진짜'를 그린 작품이라는 건 만나볼 수 없어요."

p.42

콤플렉스는 언제나 타인이 만든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우연한 계기로 다른 사람을 통해 이상하다고 깨닫는다.

p.99

두 번째 회의 때 하토리 씨는 '자살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이왕 죽을 거면 완전범죄로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이야기'라는 찝찝한 구석이 있는 플롯을 완성해 가져왔다.

p.156

사람을 죽일 거면 좀 더 계획적으로 다양한 패턴을 예상하고,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살인'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p.174

아름다운 살인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자신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지 못할 것. 죽는 순간까지 자기가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모를 것. 알아차렸을 때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것. 증거를 남기지 않을 것.

p.179

야가미, <나의 살인 계획> 中

+) 이 책은 살인 계획을 예고 받은 편집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미스터리 소설을 전문으로 다루던 유명 편집자가 본의 아니게 그 자리에서 떠난 뒤 그에게 살인 계획 원고가 도착한다.

그 원고를 누가 왜 그에게 보냈을까. 그를 죽이겠다는 예고를 문학적으로 포장한 상대방은 과연 누구일까. 편집자의 대응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의 내용에 점점 빠져든다.

소설에는 무언가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집착의 방식이 극단으로 치닫는 데에는 대부분 타인의 폭력이 존재한다.

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혹은 다른 무엇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회악이라는 표현이 생각났던 작품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정말 많은 방법이 있고 예상외로 진짜 잔인한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보여준 작품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게 냉정한 사람들을 보며 소름 돋는 순간이 있었다.

이 작품은 치밀한 심리전과 잘 짜인 두뇌 게임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미스터리 소설을 중심 소재로 다루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나 할까.

끝없이 범인을 추적하고, 또 끝없이 이유를 상상하고, 또 끝없이 결말을 추측하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는 스릴러 소설이었다.

결말을 두세 번 읽으면서 각 인물들이 어디까지 계획하고 알고 있었던 것인지를 다시 짐작해 보았다. 독자에게 꾸준히 트릭으로 마무리를 안겨주는 소설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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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
정희숙 지음 / 큰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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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정리는 언제나 물건보다 사람이 먼저다. 물건을 줄이기 전에 자신이 어디에 있을지를 정해야 한다. 앉을 자리가 없으면 시간도 머무르지 않는다. 생각도 감정도 흘러가고 만다.

정리는 '내 자리를 다시 만드는 기술'이다. 그 자리가 생기면 비로소 삶도 머무를 수 있다. 그 한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우리는 집안에서조차 떠돌게 된다.

pp.21~22

사람은 앉을 자리, 눈 마주칠 구조만 생기면 말이 돌고, 마음이 따라간다. 정리는 식탁을 치우는 일이 아니다.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리듬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정리는 그 집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존재하는 누군가를 회복하는 일이다.

정리는 말하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모든 갈등이 큰 사건으로 시작되는 건 아니다. 모이지 않고, 부딪치지 않고, 말하지 않는 흐름이 반복되면 가족은 '관계'보다 '동거'하는 사이에 가까워진다.

그런 현상을 되돌리려면 말을 꺼내기보다 먼저 앉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pp.32~34

정리를 시작하며, 한 번에 치우는 게 아니라 '기억을 분류하는 방식'으로 정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는 '기억의 무게'를 구분하는 것 / 두 번째는 '지금의 생활'에 맞지 않는 것을 정리하는 것 / 세 번째는 방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일이었다.

pp.53~54

정리의 진짜 목표는 내 삶을 '핵심'으로 채우는 것이다. 삶에서 중요한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시간을 쓰며 집중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며, 물건보다 중요한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일이다.

p.76

  • 정리할 때 단호함을 기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작은 품목별로 정리하는 것이다. /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 질문을 바꿔보는 것이다. "버릴까 말까?"라고 묻는 대신 "이 물건이 내 삶에 어떤 가치를 더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pp.87~88

잘 비우는 사람들이 '절대 하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언젠가"라는 말이다.

잘 비우는 사람들은'언젠가' 대신 '필요할 때' 다시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쓸지 모르는 물건들을 소중한 내 공간에 모셔두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pp.103104

  • 3분 정리 습관을 실천하는 방법

매일 같은 시간에 정리한다. / 작은 영역부터 시작한다. / 타이머를 활용한다. / 정리한 후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해준다.

pp.110~111

  • 수납 원칙을 세우는 원 포인트 레슨

'한눈에 보이게' 수납하기 /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손이 닿는 곳'에 수납하기 / 카테고리별로 '묶어서' 수납하기 / 수납공간에 '여유'를 남기기 / 수납을 '사용 흐름'에 맞추기 / '투명 수납'과 라벨링 활용하기 / '작은 공간'에는 맞춤형 수납 도구 활용하기 / 정리와 수납을 습관으로 만들기

pp.178~182

처음 독립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정리법은 '최소한으로 시작하기'다.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간을 꽉 채우는 것은 미래를 묶어두는 일과 같다.

p.206

정희숙,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中

+) 이 책은 정리 컨설턴트인 저자가 여러 집을 방문해 컨설팅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정리 방법들을 수록하고 있다.

전반부에는 다양한 정리 컨설팅 사례를 제시하며 정리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우리의 일상에서 정리가 왜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정리의 의미와 목적을 분명하게 제시하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후반부에는 삶의 균형에 맞춘 5단계 정리 원칙과 인생 주기에 맞는 정리법을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가르쳐주기에 현실적으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구성 면에서 독자의 마음에 와닿도록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전반부에 저자의 컨설팅 장면을 골고루 수록해 우리에게 정리를 해야겠다는 동기를 갖게 만든 후, 후반부에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정리법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정리하려는 마음을 갖도록 유도한 뒤, 물건을 분류하며 생활 패턴에 따라 수납하거나 비우는 작업을 바로 가르쳐준다. 그렇기에 능동적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느꼈다.

무엇보다 저자는 집 안의 물건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우선시하는 게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정리해야 하는지를 우선한다.

정리의 목적을 분명히 함으로써 삶에서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인지 보여준다.

저자는 정리가 가족 구성원의 자리를 찾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가족 간의 대화를 이끌어내고 가족 구성원 각자의 역할을 살려주기에 우리의 삶을 온화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리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삶의 목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리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우리의 가족에게, 우리의 삶에 무엇이 좋은지 왜 의미가 있는지 잘 표현한 책이라고 느꼈다.

정리를 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는 사람들에게, 어수선한 마음과 환경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리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방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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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심리 처방전
김은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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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당연한 책임과 희생은 없다.

의무감, 당위성, 책임감. 이것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시대와 문화적인 가치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때로는 기능적일 수도 있지만 내가 부담을 느낀다면 기능적인 게 아니다. 세상에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으니까.

pp.30~35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인지부조화 이론을 제안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인지적으로 부조화가 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태도나 가치를 변화시키려 한다. 즉 선택한 것이 무엇이든 그 선택을 되돌릴 수 없다면 우리는 그 선택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선택하지 않은 것의 단점을 부각시켜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도를 높인다.

p.73

어떤 형태로든 삶은 이어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잘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은 변화한다. 그리고 나도 변화한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자.

p.81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라는 생각은 대표적인 비합리적 신념이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신념은 나도 모르게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를 덜 아끼고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부모에게 짜증이 날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다. 이를 부정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pp.98~99

'반드시 ~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적 생각을 많이 가질수록 심리적 장애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니 '만약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조금 ~할 수도 있다'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당위적인 의미의 말을 선호와 소망으로 바꿈으로써 '이를 충족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라는 것을 깨우치도록 하자.

pp.142~143

타인과의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때로는 서운한 마음이 들거나 나를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시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일 뿐이다.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런 관계가 좋은 관계다.

건강한 관계를 위한 평행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의 경계 안으로 침투하기보다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삶은 사람 간 심리적 거리가 필요하며, 그 거리가 적절하게 유지될 때 관계도 이어진다.

pp.206~208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자기 감정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무의식의 저 어디쯤으로 밀어내버린다. 내 감정을 수용하기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으면서 현재에 살지 않고, 과거 어디쯤에서 지배받고 있는 것이다.

pp.227~228

김은미, <오십의 심리 처방전> 中

+) 이 책은 인생에서 오십 즈음에 이르렀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오십 무렵에야말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재정비할 때라는 걸 이야기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세상에서도 너그러운 태도로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오십이 되기까지 살아왔던 날들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과 그 순간의 자신을 인정해주는 태도도 중요하다. 세상이 내 마음과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수용하며 오십 이후의 삶에는 넉넉한 마음가짐을 지닐 것을 권한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무조건적인 희생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 배려의 힘을 키우며 자기 삶을 통제할 힘 또한 기르라는 것.

마음으로 보고 들으며 작은 변화의 시도를 해보라는 것. 행복한 감정을 만끽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면서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이 책은 오십 즈음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오십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학에 바탕을 둔 여러 지혜를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살면서 깨달은 인생의 여러 면모를 수용하며 오십을 기점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볼 때, 스스로를 위한 선택과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결정력이 있어야 함을 말해준다.

짤막한 단상 형식의 글로 구성되어 이해하기 쉽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또 심리학적 근거가 다양한 사례 속에 녹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꼭 오십이라는 나이대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 읽어도 괜찮을 듯하다. 저자가 언급한 경청의 자세는 타인을 대할 때도, 자신을 대할 때도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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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앉기를 권함 - 스즈키 슌류, 마지막 가르침
스즈키 슌류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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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여러분이 깨달음을 얻기 전에 이미 깨달음은 이 자리에 있습니다. 깨달음이 드러나기에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은 언제나 여기에 있고, 이를 알아차리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이 언젠가 닿거나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pp.35~36

여러분의 마음이 맑을 때 그 맑음에 집착하지 말고, 맑지 않을 때 그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마세요. 그로부터 벗어나려 애쓸 때 여러분은 맑음에 집착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불성은 소자아가 아니며, 여러분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고 언제나 그 행동을 수용하는 대자아입니다. 무슨 짓을 하든 불성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하, 좋구나. 거기서 잘못된 건 하나도 없다." 깨달음은 언제나 그 본성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pp.56~57

사람들은 실제로는 겪고 있지 않은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어떤 문제를 두려워하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면 여러분은 실제로는 없는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여러분은 참선 수행을 할 때 아무런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자신 안에 밝은 빛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안팎으로 밝은 빛을요. 빛이 비칠 때는 아무런 문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pp.98~99

"모든 날이 좋은 날"은 그가 실제로 살아가는 매일이 '유'와 '무'를 포함하며, 그가 '있다'의 개념과 '없다'의 개념에 만족한다는 의미입니다. 뭔가가 있어도 좋고, 아무것도 없어도 좋습니다.

어쨌든 그에게는 매일이 좋은 날입니다.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있다'도 좋고 '없다'도 좋습니다. 하루하루가 좋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p.142

계율을 지키는 올바른 정신은 그 계율을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를 확신하지 않는 겁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가 바라는 말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이는 문자 그대로 계율을 지키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불성과 불심을 갖추며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p.167

깨달음은 어떤 특별한 단계가 아니며, 어디에든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어디를 향하든, 깨달음은 그곳에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할 때, 그게 깨달음입니다. 이 점은 우리의 참선 수행과 일상생활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수행은 일상생활의 일부이고, 우리는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p.184

스즈키 슌류, <그저 앉기를 권함> 中

+) 이 책의 저자는 선불교를 연구하고 따르는 스님이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선불교 사상과 명상 및 좌선 수행법을 서양인들에게 전파한 인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좌선 수행을 통해 진정한 자기 찾기의 과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저 앉기를 바라고, 그저 앉기를 권하는 것이 기본이고 핵심이다.

불교의 가르침인 '알아차림' 또한 이 책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엇을 하든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때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의미 있다고 말한다.

'있다 없다,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 등의 이분화된 잣대는 좌선 수행에 방해가 되는 생각이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으며, 옳아도 좋고 옳지 않아도 좋다. 매일을 좋은 날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깨달음이란 이미 존재하는 것이며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곧 깨달음이다. 저자가 그저 앉으라고 권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깨달음은 본성을 의식하는 것으로 우리는 좌식 수행을 통해 우리 자신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본성을 우리가 알아차리는 것. 그때 우리는 우리답게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렵고 복잡한 수행이 아니라, 좌선과 명상을 통해 우리가 알아차리는 순간을 발견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기를 바란다.

이 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실천하는 수행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앉는 것만으로도, 그저 앉는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진짜 나를 만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상의 매 순간에 집중하는 것, 오직 그 순간에 앉는 것, 그 몰입이 좌선 수행이고 명상 수행이다. 그리고 그렇게 일상의 순간을 수행할 때 우리는 우리 내면의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

단순하지만 단호한 지혜를 담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종교를 떠나 자기 내면의 자아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 나답게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감정 소비가 심한 현대인에게, 어떤 관계에서도 애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저 앉기를 권하는 저자의 조언이 위로와 공감이 되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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