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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결국 모든 미스터리는 리얼리티가 결여된 페이크예요. 소설가는 어디까지나 가공의 이야기를 창작하는 프로죠. 그들은 살인범이 아니에요. 아무리 취재를 거듭해도 범죄 수법, 피해자의 표정과 같은 살인에 관한 디테일을 진정한 의미에서 실감할 수 없어요. 반대로 디테일을 아는 살인범은 당사자로서의 경험은 있지만 표현자가 아니기에 창작한 이야기에 그걸 담아서 세상에 선보일 수 없어요. 애초에 책을 쓰려고 살인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 '진짜'를 그린 작품이라는 건 만나볼 수 없어요."
p.42
콤플렉스는 언제나 타인이 만든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우연한 계기로 다른 사람을 통해 이상하다고 깨닫는다.
p.99
두 번째 회의 때 하토리 씨는 '자살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이왕 죽을 거면 완전범죄로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이야기'라는 찝찝한 구석이 있는 플롯을 완성해 가져왔다.
p.156
사람을 죽일 거면 좀 더 계획적으로 다양한 패턴을 예상하고,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살인'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p.174
아름다운 살인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자신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지 못할 것. 죽는 순간까지 자기가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모를 것. 알아차렸을 때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것. 증거를 남기지 않을 것.
p.179
야가미, <나의 살인 계획> 中
+) 이 책은 살인 계획을 예고 받은 편집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미스터리 소설을 전문으로 다루던 유명 편집자가 본의 아니게 그 자리에서 떠난 뒤 그에게 살인 계획 원고가 도착한다.
그 원고를 누가 왜 그에게 보냈을까. 그를 죽이겠다는 예고를 문학적으로 포장한 상대방은 과연 누구일까. 편집자의 대응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의 내용에 점점 빠져든다.
소설에는 무언가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집착의 방식이 극단으로 치닫는 데에는 대부분 타인의 폭력이 존재한다.
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혹은 다른 무엇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회악이라는 표현이 생각났던 작품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정말 많은 방법이 있고 예상외로 진짜 잔인한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보여준 작품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게 냉정한 사람들을 보며 소름 돋는 순간이 있었다.
이 작품은 치밀한 심리전과 잘 짜인 두뇌 게임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미스터리 소설을 중심 소재로 다루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나 할까.
끝없이 범인을 추적하고, 또 끝없이 이유를 상상하고, 또 끝없이 결말을 추측하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는 스릴러 소설이었다.
결말을 두세 번 읽으면서 각 인물들이 어디까지 계획하고 알고 있었던 것인지를 다시 짐작해 보았다. 독자에게 꾸준히 트릭으로 마무리를 안겨주는 소설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