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즈 - 2007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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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남자를 두고 세 명의 여자가 동시에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여자들 셋이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을 공유하며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관계가 현실에서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가능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주이공 '나'가 키스를 잘하는 그와 진지지한 만남을 시작하면서부터 '그'와 연관된 여자들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여느 여자들처럼 질투와 배신으로 가득찼지만, 곧 주인공은 '그'와의 만남은 물론 '그녀'들과의 만남에도 익숙해진다. 천천히 '그녀'들과 인연을 맺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그들은 하나의 그룹처럼 연관성을 가진다. '그'를 중심으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는 걸프렌즈를 만들게 되는 매개물일 뿐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생각으로 그녀들과의 만남을 갖는지, 아니, 주인공과의 만남을 갖는지 드러내지 않는다. 작가가 걸프렌즈의 매개체가 되는 그의 목소리를 줄여 버린 것은 왜일까. 애초에 작가의 생각에는 연인 혹은 남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묘한 상황에서 지속되는 그 '관계'에 주목하면서 이 소설은 쓰여진 것이 아닐까. 조금은 황당한 이 이야기는 <아내가 결혼했다>처럼 신선하지만, 그 책과 달리 구조상의 밀도감이 좀 떨어지지 않나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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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론 큐텍스 헤어 리페어링 밤(심한 손상모발용 고농축에센스) - 120ml
나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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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끝에 바르면 부드러움과 윤기가 유지되요. 가격도 저렴하고. 만족해서 더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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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 열기 고3 예비과정 언어영역 - 2011
한국교육방송공사 엮음 / EBS(한국교육방송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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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특강 시작전에 먼저 풀어보면 좋은 교재, 종합편을 얇게 압축해놓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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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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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시인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돌아 앉아 울고 있지만 말고 그대를 목조르는 현실부터 먼저 목졸라 죽여 버리도록 하라. 어느 시대건 그 시대의 현실은 노골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예술을 살해하고 문학을 암장한다.

p.37

 

파리가 먼지에게 물었다. 넌 날개도 없는데 어쩜 힘 하나 안들이고 그토록 우아하게 날 수가 있니. 먼지가 대답했다. 다 버리고 점 하나로 남으면 돼.

p.43

 

믿음은 마음에서만 들어지고 오해는 머리에서만 들어진다.

p.62

 

 

이외수, <아불류 시불류> 中

 

 

+) 이 책은 시집도 소설도 아니다. 그저 이외수라는 작가가 떠오르는 글귀를 적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써내려간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써낸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짧은 글귀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읽을 수록 흐뭇해진다. 삶을 이렇게 유쾌하고 진중하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이외수라는 작가에게 부러운 것은 이런 여유로움이다.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여유로움. 이것은 어렵고 힘든 노력 때문이다. 견디고 견뎌서 얻어낸 노력 때문에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글에는 진심이 있고 진실이 있다. 나는 그것이 수많은 문장에서 얻어 낼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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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 창비시선 316
이기인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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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위로 떨어지는 사소한 편지'

 

 

균형을 잃어버리고 있는 내가 당신의 어깨를 본다
내일은 소리 없이 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나는 초조를 잃어버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더 좋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첫눈이 쌓여서 가는 길이 환하고 넓어질 것 같다
소처럼 미안하게 걸어 다니는 일이 이어지지만 끝까지 정든 집으로 몸을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닮아가는 구두 짝을 우스꽝스럽게 벗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밤늦게 지붕을 걸어 다니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가만히 껴안아 줄 수 있을 것 같다
벽에 걸어놓은 옷에서 흘러내리는 주름 같은 말을 알아듣고
벗어놓은 양말에 뭉쳐진 검정 언어를 잘 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매트리스에서 튀어나오지 않은 삐걱삐걱 고백을 오늘밤에는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요구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어깨는 초라한 편지를 쓰는 불빛을 걱정하다가
아득한 절벽에 놓인 방의 열쇠를 나에게 주었다
자기 중심을 잃어버린 별들이 옥상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본다
뒤척이는 불빛이 나비처럼 긴 밤을 간다


 

이기인,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 中

 

 

+) 사소한 풍경들에 시인의 시선이 닿으면 그건 사소한 것이 아닌게 된다. "오랜만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당신을 만났지요" 라고 고백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시집 전체에 울린다. "혼자서, 납작하게 살아온 어떻게 들어줄까요."([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부분)라고 말하지만 사실 시인은 이미 마음의 귀를 열고 있었다. 다만 그 낮은 것들의 숭고함을 혼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일은 나간 이가 돌아올 때까지 가늘게 흔들리겠으나 주저 않기 싫다는 토란 줄기의 약속!"([줄기가 자라는 시간] 부분)은 그의 눈에 비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다짐이다. 시인은 그 다짐에 동조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한다. 진중하게 그들을 받아들인다. 그건 현실에서 철저하게 아래로, 아래로 밀리고 있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잃지 않는 이들에 대한 응원이기도 하다.

 

"비 맞은 현대식 건물에서 정규직이 아닌 이들이 와르르 어데로 가라고 빗물처럼 쓸려나온다. / 이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아니었는데 빗소리가 이상하게 내 집 지붕위로도 떨어진다."([생의 한 가운데로 떨어지는 빗소리] 부분) 시인이 바라보는 그들은 더이상 그들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시인은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낮고 어둡고 소외된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시인은 작고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희망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전하기 위해 더 나은 내일을 노래한다. "내일은 소리 없이 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어깨 위로 떨어지는 사소한 편지] 부분) 우리에게서 피어오르는 희망의 빛이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작은 혁명이 되리란 걸 보여주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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