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남자를 두고 세 명의 여자가 동시에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여자들 셋이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을 공유하며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관계가 현실에서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가능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주이공 '나'가 키스를 잘하는 그와 진지지한 만남을 시작하면서부터 '그'와 연관된 여자들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여느 여자들처럼 질투와 배신으로 가득찼지만, 곧 주인공은 '그'와의 만남은 물론 '그녀'들과의 만남에도 익숙해진다. 천천히 '그녀'들과 인연을 맺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그들은 하나의 그룹처럼 연관성을 가진다. '그'를 중심으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는 걸프렌즈를 만들게 되는 매개물일 뿐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생각으로 그녀들과의 만남을 갖는지, 아니, 주인공과의 만남을 갖는지 드러내지 않는다. 작가가 걸프렌즈의 매개체가 되는 그의 목소리를 줄여 버린 것은 왜일까. 애초에 작가의 생각에는 연인 혹은 남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묘한 상황에서 지속되는 그 '관계'에 주목하면서 이 소설은 쓰여진 것이 아닐까. 조금은 황당한 이 이야기는 <아내가 결혼했다>처럼 신선하지만, 그 책과 달리 구조상의 밀도감이 좀 떨어지지 않나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