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야
얀네 텔러 지음, 이효숙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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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무언가가 화를 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그 무언가는 기뻐할 만한 가치도 있는거야. 만약 무언가가 기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거라면 그 무언가는 의미가 있는 거야. 하지만 그럴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걸 ... 몇 년 후면 너희는 모두 죽고 잊혀져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거야. 그러니까 너희도 아무것도 없게 되는 연습을 지금 당장 시작해보는 게 좋을 텐데."

p.12


"의미는 의미야. 그런데 너희가 정말로 의미를 발견했다면 그 의미를 늘 갖고 있을 테지. 그리고 전 세계 언론은 너희가 발견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 보려고 여전히 여기에 있었을거야. 그런데 그들은 이제 여기 없잖아. 그러므로 너희가 발견한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의미가 아니었던 거야. 왜냐하면 바로 그 의미가 지금 존재하지 않으니까!" -

p.146

 

 

얀네 텔러, <아무 것도 아니야> 中

 

 

+) 이 책은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 그리고 의미있는 것, 그리고 결국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 등등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그러나 쉽게 결론내지 못했을 그런 화제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자신들이 가장 가치있는 것과 의미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이 단순하지만 잘 드러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극단적이고 잔인하다. 마치 영화로 만들면 희대의 파격적인 작품이 될 정도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매우 잔인하다. 소름끼치도록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두려웠다. 이 소년과 소녀들의 끝에 남게 될 허무와 공허는 어쩌란 말인가.

 

이 작품은 작품성 측면에서 높이 인정받아 좋은 상을 받았다. 아이들의 기준으로 '의미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과정은 흥미로웠으나, 그 방식을 이끌어가는 스토리가 잔인하기에 나는 사실 좀 의문이 든다. 그러나 그건 어쩌면 문화의 차이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다 읽고 느껴지는 두려움과 찝찝함은 어쩔 수가 없다.) 이 책은 오히려 청소년보다 어른들이 읽는게 낫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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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 대한민국 부끄러운 보고서
김학희 지음 / 나무와숲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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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염치다. 올바르고 깨끗한 정신 상태에서 스스로 정한 내면 기준에 따라 부끄러움을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부끄럽다는 감정에서 유발되는 이성적인 반응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한다.

p.15

 

부끄러움이 필요한 여섯가지 이유

 

첫째, 부끄러움은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가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둘째, 부끄러움은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관습이나 규범을 지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셋째, 부끄러움은 내가 아닌 남을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넷째, 부끄러움은 사람을 새롭게 발전시킨다.

다섯째,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내 안에 선이 있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여섯째, 이처럼 염치가 사람에게 필수불가결한 덕목으로 자리잡고 인간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부족하면 병이 된다.

pp.16~18

 

 

김학희, <염치> 中

 

 

+) 이 책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과거사가 실려 있다. 염치를 모르는 뻔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풀어놓고 있다. 몇 천억원의 재산을 은닉한 채 비리가 전혀 없는 정치인 행세를 하는 사람부터, 아들의 복수를 대신 해주는 재벌 회장님,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적이 없는 실험에 최초로 성공했다고 대담히 거짓말을 하는 박사님, 똑똑한 제자들 논문에 숟가락 올리고 비슷하게 논문 베끼는 교수님 등등이 이 책에 등장한다.

 

물론 그와 정반대로 염치를 알고 받은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 소록도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돌보다가, 자신들이 나이가 들어 짐이 되면 안되겠기에 조용히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간 외국인 수녀님, 가진 것 없이 평생 타인을 위해 살아온 할머님이 그분들이다.

 

사람이 염치를 알아야 사람다운 법이다. 너무 뻔뻔하면 상대방은 참 어이가 없어진다. 살면서 주변에서 점점 염치없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저자의 언급대로 부끄러움은 남을 생각하게 만들고, 내 안의 나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다. 우리는 부끄러움의 미학을 잊지말고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종종 가져야 한다.

 

나는 종종 사람들이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면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비리 같은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좀 더 거품을 빼고, 염치를 아는 생활을 하면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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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
틱낫한 지음, 오다 마유미 그림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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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쉬며 몸을 고요히 하고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짓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임을 깨닫네

p.46

 

 '목탁 소리 속에서 / 모든 고뇌를 떨쳐버리네 / 마음은 고요하고 / 슬픔은 멈추었네 / 이제 무엇에도 묶여 있지 않네 / 내 고통과 다른 이들의 고통에 / 귀 기울이기를 배우네 / 마음 속에서 지혜가 솟아나면 / 자비심도 함께 솟아나네'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서 타인의 마음 속 고통도 들여다볼 수 있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서 정신을 깨우고 타인을 관찰하면 그의 고통이 우리 마음에 와 닿고 동정심이 생겨난다. 그가 겪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고통을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해감에따라 우리의 자비심도 더 많이 솟아난다.

 동정심과 이해심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서로에게 의존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조차도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는 변함없이 동정심이 우러나야 한다.

p.74~75 

 

걷기 명상의 목적은 걸음을 진정으로 즐기는 데 있다. 이를테면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걷는 것이다. 그 목적은 지금 이 순간에 있기 위함이고,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근심 걱정을 털어버리고, 미래도 과거도 생각하지 말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된다.

p.85

 

인간이기에 우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실수가 없다면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자비심을 갖는 일 등을 배울 기회도 없을 것이다.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여 죄의식의 감옥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벌써 쓰레기를 꽃으로 바꾸기 시작한 사람이다. 새로 시작하는 길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 그 길을 걸음으로써 우리는 삶을 의미로 가득 채울 수 있다.

p.158

 

 

틱낫한,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 中

 

 

+)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이 수행에서 깨어있는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읊는 게송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게송들이 적혀 있다. 특별히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니다. 그저 아침에 일어날 때, 자연을 볼 때, 통화를 할 때, 분노를 삭일 때 등등 일상에서 겪는 일들에 앞서 그 행위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게송들이다.

 

이 책은 명상 수련에 도움이 되도록 사람의 마음을 차분히 해줄 수 있는 게송들을 실어 놓았다. 종교적 색채가 있는 편이라 일반 사람들에게 살짝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편안히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함을 인식한다고 판단한다면 한결 나을 것이다. 그 무엇을 하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전달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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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엄마 -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 배상희 옮김 / 낭기열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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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아니까 틀림없이 결혼하게 될 거라고. 어쩌면 엄마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내 친구들 중에는 결혼하겠다는 애가 한 명도 없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친구들에게 말한다. 우리 가족이 너무 평범하지 않아서 한 번이라도 평범함을 느껴보기 위해 지극히 평범한 가족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그러면 친구들이 웃는다.

p.30

 

동성애자로 산다는 것은 몇 가지 특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함을 뜻한다. 하나는 세계인권선언에서 말하는 성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이고, 또 하나는 결혼할 권리다.

 

누군가 말한다. 실제로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사는 것은 어떤 권리를 얻지 못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몇몇 권리를 빼앗기는 것이라고.

p.37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두 엄마 -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 中

 

 

+) 이 책은 레즈비언 커플인 두 엄마 밑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가족 형태와 더불어 새로운 가족 형태도 존중하고 인정해주어야 함을 전한다. 두 엄마를 둔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 그들의 가족에 대해 쉽게 말하지 못하고, 그것 때문에 고민하는 두 엄마의 모습이 등장한다.

 

작가의 말대로 사람들은 성적 소수자들의 아이 입양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았냐는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해 명확히 말한다. 동성 커플의 아이들에게 그 가정이 어떤지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면서 동성 커플을 보는 어른들의 의견만이 분분한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엄마와 두 아이의 삶이 우리의 일반적인 가정과 별로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부제로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는 지금 우리 가족들의 모습은 아닐까. 아이들의 시선으로 동성 커플의 가정 꾸리기를 바라보니 훨씬 더 진솔하고 단순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편견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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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 소설.영화.방송 삼단합체 크리에이터 이재익의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이재익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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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망생들이 말한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길게도 말고 딱 1년만이라도 고시원에 틀어박혀 죽도록 크리에이티브의 유전을 파본적이 있냐고. 뭐라도 파야 나오든지 말든지 하지.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고 걱정하는 동안 그나마 있던 재능도 말라버리기 일쑤다. 크리에이터의 재능은 오기로 버티며 자신감을 북돋아줘도 솟아날까 말까하다.

p.33

 

김영하나 성석제처럼 위트 있는 작가의 소설과 산문집을 베껴 써보는 것도 좋다. 문장을 수련하는 데는 필사가 최고. 쓰면서 음미하다 보면 문장은 좋아지기 마련이다. 단, 이렇게 글발 좋은 작가들의 글을 자꾸 베끼다가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할 것!

p.64

 

평소에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많이 갖기를. 호기심을 귀찮아하지 말기를. 다방면의 문화적 자극에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노출하기를. 설령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그것이 감성 훈련의 밑바탕이 된다. 더 많은 무게를 들기 위해 근육을 키워야 하는 것처럼 더 나은 크리에이티브를 위해서는 감성을 훈련해야 하고, 감성을 불리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이 간접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p.108

 

나만의 시간 관리 원칙 첫 번째는 할 일이 리스트보다 안 해도 될 일의 리스트를 먼저 만드는 것이다.

p.111

 

차라리 시험처럼 답이 있다면 속이라도 시원하겠는데 취향의 문제까지 개입하니 욕을 먹을 때 억울함은 더 커진다.

견뎌내야 한다. 모욕마저 크리에이티브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비난 또한 크리에이티브가 감내해야 할 쓴맛이다.

p.143

 

자료조사를 하다보면 스토리나 캐릭터의 수정이 생기는데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다.

단 하나 명심할 것. 자료 조사는 인터넷에 온전히 의존하지 말라. 직접 취재하는 것이 최고, 그 다음은 책이나 논문. 그 다음이 영상자료, 마지막이 인터넷이다. 자료의 질과 깊이가 다르다.

p.164

 

 

이재익,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中

 

 

+)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의 담당 PD이자,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소설가 이재익이 이 책의 글쓴이이다. 남들은 한 가지 직업에 몰두하기에도 부족한 인생인데, 그는 세 가지 분야의 일을 해내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렇게 그를 설명하는 나같은 독자를 향해 그는 자기 만족과 보람 그리고 부지런함, 열정으로 그 답을 대신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진정 그가 크리에이터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당당한 사람은 말도 글도 당당하다. 타인이 어려워하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래도 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든, 소설가든, PD든, 무언가 창작하고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말대로 한 1년쯤 집중적으로 글쓰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재능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줄 수 있다.

 

그저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창작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드문드문 일을 한다면 곧 자신의 바닥을 보게 되어 힘들 것이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좌절과 고난, 그리고 성공하는 모습들을 직설화법으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솔직하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수많은 독자들을 향해 현실을 잘 그려준다. 또한 어떻게 한 편의 글을 창작해내는지 예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한다.

 

작가로서 이렇게 솔직히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드러내는 그를 보면서, 나는 그가 정말 스스로의 글쓰기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질투가 생겼다. 그리고 아주 작은 한 부분에는 반가운 열정이 생겼다. 이 책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가 읽어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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