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허가윤 지음 / 부크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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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오빠의 일을 계기로 나는 한 가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미루지 말자. 사소한 것이든, 큰 것이든, 별거 아닌 것들까지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바로 하자. 완벽한 타이밍과 적당한 시기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그때의 내 시간과 건강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p.31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버티기'를 그만두었다. '버틴다'는 것이 잘못됐거나 틀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버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회가 올 때까지 버티기만 하다가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인생의 허무함을 오빠의 일을 통해 간접적으로 겪고 난 뒤 가끔은 놓아줄 줄 아는 것도, 다른 선택을 하는 것도 내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가끔은'이라는 점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포기하기'가 아니라 '놓아주기'가 맞다.

나는 지금도 내가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위해 놓아주었고,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pp.35~36

처음 한 번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첫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은 참 어렵지만, 일단 시작만 해낸다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p.50

나는 위험한 상황에 안전을 위해 경적을 울려야 하듯, 나도 나의 안전을 위해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려 한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힘들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기운을 주고 싶지 않았고, 괜한 걱정을 끼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제는 나를 위해서라도 필요할 때는 망설이지 않고 나의 '경적'을 울려야겠다.

pp.107~108

일에 대한 생각, 그리고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조금씩 줄여 나가려 한다. 현재를 즐기자. 현재를 행복하게 살자.

나는 이제 초점을 미래가 아닌 현재에, 그리고 과거의 후회가 아닌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 볼까?'에 맞추려 한다. 당장 코앞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기려 한다.

p.196

"그냥 행복하자."

굳이 이유를 찾아 남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행복은 나의 것이다. 그러니 누구에게 설명할 필요도, 행복해 보이려 애쓸 필요도 없다.

p. 206

당연하게 여겨 왔던 것들이 더는 당연하지 않다고 해서 나에게 어떤 문제가 생긴다거나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런 경험을 통해 내가 전보다 더 담대해지고 강인해졌다는 것뿐이다.

p.247

허가윤,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中

+) 이 책은 저자가 일기 혹은 단상 형식으로 풀어낸 에세이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짤막한 글들을 엮어 세 부분으로 구성했는데, 그 소주제들이 이 책의 내용을 진정성 있게 담고 있다고 느꼈다.

'나를 위한 용감한 이별', '춤을 추던 나는 이제 파도를 탄다', '행복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이 세 가지 소주제가 이 책의 순간순간들을 포착하면서도 뼈대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유명한 걸그룹 포미닛의 메인 보컬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배우로 전향한 사람이다. 아직은 불안정한 배우로서의 삶을 이어가던 중에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게 되고 그러면서 저자 내면에 쌓여있던 힘듦이 폭발한다.

그렇게 한동안 몸도 마음도 아파하던 저자가 선택한 것은 발리 여행이었다. 저자는 발리로 여행을 떠나며 정말 오랜만에 행복과 자유로움을 느끼고, 그걸 계기로 아예 발리로 이주하여 살고 있다.

자신을 위해 선택하기 시작한 용감한 결정들이 힘들어하던 그녀를 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인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이끌고 있다.

발리에서 서핑을 즐기고,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며, 예전의 저자라면 두려워하고 망설였을 선택들을 과감하게 해나가고 있다.

그런 저자의 내면을 솔직하게 담아 자연스럽게 쓴 글들이 아름다운 바다 사진과 함께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파도를 즐기는 저자의 모습이 상상되어 읽는 내내 흐뭇했다.

누구나 상상 혹은 생각만 하던 선택을 그녀는 직접 실천하고 있다. 불안이 없다면 말이 안 되겠지만 우선은 현재만 생각하려는 저자의 가치관에 깊이 공감한다.

행복은 미룰 필요가 없다. 누구든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니까. 남에게 보여주려는 행복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냥'의 행복, 그것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인생에서 가끔은 현재만 생각하고 나만 생각하며 내리는 선택이 중요하다는 걸 잘 가르쳐 준 책이다. 저자를 응원하며 읽었는데, 자기 삶에서 용기 있는 선택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도 같이 읽으면 용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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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피어오르기 위한 전쟁 - 날 막아서는 건 늘 나였다
스티븐 프레스필드 지음, 송은혜 옮김 / 인간희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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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로써 오늘의 작업은 종료되었다. 몇 페이지를 썼냐고? 상관없다. 글이 괜찮냐고? 그런 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주어진 작업 시간에 전념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오늘, 정해진 작업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 저항을 이겨냈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p.18

할 일 미루기는 저항의 가장 흔한 방식이다. 그만큼 가장 합리화하기 쉬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삶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잃은 적이 없다.

지금 당장, 우리는 자리에 앉아 우리의 일을 시작할 수 있다.

pp.44~45

오래전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진정한 자유란 결국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대신 다스릴 주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p.68

나는 오래된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를 꺼냈다. 그건 무의미하고, 아무런 결실도 없으며, 그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두 시간을 버티고 앉아 쓰레기 같은 글을 쏟아냈다. 그리고 바로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그걸로 충분했다. 나는 타자기를 치우고 부엌으로 갔다. 싱크대엔 열흘 치 설거지가 쌓여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에너지가 남아 있었고, 나는 설거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중요한 건, 오랜 시간 도망만 치던 내가 마침내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pp.80~81

저항이 아마추어를 무너뜨리는 방식은 아주 고전적이다. 바로 그의 열정을 그 자신에게 되돌리는 것이다. 저항은 지나치게 야심차고 비현실적인 일정을 세우게 부추긴다. 우리는 그 열정을 끝까지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프로는 다르다. 그는 만족의 지연을 이해한다.

프로는 인내심으로 자신을 무장한다.

p.112

"할 수 있는 일이 있거든, 혹은 할 수 있다고 꿈꾸는 일이 있거든, 지금 당장 시작하라. 대담함 안에는 천재성과 마법, 그리고 힘이 있다. 지금 시작하라."

ㅡ 괴테

p.170

스티븐 프레스필드, <더 피어오르기 위한 전쟁> 中

+) 이 책의 원제는 [the WAR of ART]이다. 이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가들이 자기합리화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제안한다.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언급하는 '저항'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부정적인 힘을 말한다. 저항을 견디며 실천하는 힘이 중요함을 언급한다.

흔히 작가는 엉덩이의 힘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꾸준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글을 쓰는 습관이 작가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보여주는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끈기와 의지가 우리의 인생에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일례로 저자는 자기만의 영역 즉 공간을 설정해 매일 똑같은 시간을 글쓰기에 투자한다. 물론 그런 노력이 중요한 것이지 그 노력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즉, 저자는 몇 시간 동안 쓴 글에서 아무것도 건질 수 없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온갖 제약과 저항을 뿌리치고 스스로의 시간을 확보해 지켰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굳이 예술가의 삶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꿈꾸던 어떤 일을 행하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저항과 합리화와 싸운다. 질 때가 더 많은 그 싸움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지, 왜 승리해야 하는지 이 책은 가르쳐 준다.

책을 읽으면서 한참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수없이 많은 전쟁에서 핑계와 변명과 합리화로 미리 항복한 스스로에게 실망과 부끄러움을 가르쳐 준 책이었다.

더불어 꿈을 위해, 어떤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하는 시간의 가치는 결과물 따위랑 상관없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해준 책이었다.

왜 한결같이 노력해야 하는지를 사실적으로 시니컬하게 보여준 책이라고 느꼈다. 무슨 일에서든 중도 포기를 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진심 어린 반성과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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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4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4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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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이혼은 유감이지만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마음먹은 것은 잘한 일이야."라고 했다.

서로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오빠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공의존'이라는 낯선 단어를 썼다. 오빠는 "부모님과 너는 그런 관계야."라며 안쓰럽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p.52

"아, 딱 한 번 울었구나. 오븐 레인지를 들고나오는데 너무 무거워서 떨어뜨릴 뻔했거든요. 그 순간에 저도 모르게 남편의 이름을 부른 거예요. 한심하죠? 상처만 줘 놓고, 이제는 힘없는 아저씨가 다 됐다고 생각했으면서, 막상 아쉬울 때는 그 사람을 찾는 내 얄팍함에 스스로 기가 차더라고요."

p.87

유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자신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나 이렇게 웃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놀랄 정도였다. 앞으로도 수많은 고민거리가 있을 테고, 부모님과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앞길에 여러 난관이 펼쳐져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왠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웃을 수만 있다면 나, 괜찮을지도 몰라.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내일도 분명 괜찮을 거야.

pp.97~98

마음 깊은 곳에 남은 꿈의 잔해들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는 걸 자기 자신도 알고 있었다.

"미련이 많은 건지, 물러설 때를 모르는 건지..."

p.103

길 가는 사람, 같은 반의 남자 친구들, 심지어는 여자 친구의 라이벌인 다른 여자에게도 평등한 다정함이 여자 친구가 된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마이토는 사람을 가려 가며 대하는 방법을 모른다.

p.112

"그럴 리가, 나 완전 바본데?"

"무슨 소리야. 바보는 남한테 상처 주고도 그걸 모르는 인간들한테나 쓰는 말이야."

p.183

마치다 소노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4> 中

+) 이 소설은 1권부터 지금까지 쭉 모지항에 있는 편의점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번 4권에서도 매력적인 '시바 점장'이 등장하지만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책의 앞뒤로 나뉘어 조금씩 담았다.

물론 분량이 짧다고 그의 이야기가 사소한 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적당한 타이밍에 편안하고 배려 있는 말들로 편의점을 방문한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삶의 자연스러운 이치를 되새기는 말을 독자에게 전한다.

이 외 세 편의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 이혼 후 독립적으로 살고자 모지항 근처로 이사한 '유리', 어렸을 때부터 히어로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닌 진짜 현실 속의 히어로를 꿈꾸는 '마이토', 친구의 마음을 받아들이며 진심 어린 사과와 우정을 나누는 '다카기'의 사연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권을 읽고 중간 2, 3권을 읽지 않아서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옴니버스 형식으로 중단편 소설이 이어지고 있기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2, 3권의 내용이 궁금해져서 따로 더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쓰는 작가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이나 상상만 하고 현실적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잔잔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담아낸다.

읽는 이로 하여금 나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과 고민을 하게끔 만든다. 현실적으로 용기 내어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을 소설 속 인물들이 해낼 때, 그러면서 그들이 간직한 두려움과 걱정에 공감할 때, 그렇기에 그들의 선택을 응원할 때, 이 소설이 빛을 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잠시라도 쉴 틈이 있는 사람들에게 은은하게 따뜻함과 용기를 전하는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함께 응원하며 우리 자신에게도 잔잔한 희망을 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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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들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갑니다
챈들러 / 인디펍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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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해 끼치지 않으면서 행복했으면 해.

우리 영감이랑 잔잔하게 행복한 거, 그거면 됐지 뭐."

- 미래 할멈이 된 작가 -

p.3

"통 통 통 통"

드디어 할머니도 잠에서 깼어요.

할머니도 기지개 한 번 켜고

할아버지가 안녕한지 확인하려 했는데

한발 늦었네요. 할머니.

pp.13~16

"참나물이 향이 참 좋구먼~"

"피부에 좋디야~"

옆집 덕현이네가 갖다 준 참나물에

참기름 휘이 둘러 무치니

맛이 참 좋아요.

p.20 [아침]

"오늘은 주식장이..."

이번에는 할아버지 서재입니다.

"오! 이렇게 빨리?"

할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주식 공부를 했어요.

큰 부자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우리 할멈 목도리 하나 해줘야겠구만."

평범한 하루가 소중해서

그런 하루를 지켜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대요.

pp.42~44

"쩝쩝"

"쩝쩝"

점심을 먹다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서로가 함께 마주한 끼니가 얼마나 될까?

"가지가 달구만~"

"변비에 좋디야~"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은

뭐 하러 하나 싶어집니다.

앞으로 함께 할 끼니도 많을 테니까요.

pp.61~62 [점심]

"쩝쩝"

"쩝쩝"

드디어 오늘 하루의 마지막 끼니입니다.

"배추가 맛나유~"

"뼈에 좋디야~"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람과

비슷한 음식을 먹어도

그들은 행복합니다.

pp.91~92 [저녁]

챈들러, <그들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갑니다> 中

+) 이 책은 어느 노부부의 하루를 담은 그림 소설이다. 웹툰 형식이라 일반 소설처럼 글이 많지는 않지만, 따뜻하게 담은 노부부의 뒷모습만으로도 가슴 벅찬 메시지를 전달한다.

실제 노부부의 모습을 담은 것이 아니라, 저자가 남편과의 노후를 상상하며 그와 함께 노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소재로 삼았다.

작가는 이 책의 내용이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겠다고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현실로 다가왔다. 오히려 실제 작가가 노부부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나이 든 노부부의 하루는 어떨지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일찍 일어날 테니 하루가 무척 길 텐데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노년기라 행동에 제한이 있을 수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하루를 꾸려갈까.

이 작품 속 부부처럼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 소중하게 여기는 활동을 하고, 매 끼니 또한 소박하게 함께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별말 없이 삼시 세끼 함께하는 노부부의 뒷모습 그림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의 소중함과 부부의 정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결혼해 함께 살고 있는 부부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인생의 동반자가 나이 들어서도 곁에 있다는 게 무척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노년의 부부가 어떤 삶을 살지 궁금한 사람이나, 노후에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해준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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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어나더커버)
태수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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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달달한 사랑이나 찐한 우정도 결국 다 건강해야만 가능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사람에겐 부모도 부부도, 결국은 남이다.

어쩌면 그래서 혼자가 좋다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혼자만 될 수 있으면 이 모든 귀찮음과 짜증, 쓸모없는 대화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까. 그러나 알다시피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4%

"할미가 젤루 억울한 건 나는 언제 한번 놀아보나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지랄, 이제 좀 놀아볼라치니 다 늙어버렸다. 야야, 나는 마지막에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인 줄 알았다.

근데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었어.

그러니까 인생 너무 아끼고 살진 말어. 꽃놀이도 꼬박꼬박 댕기고. 이제 보니 웃음이란 것은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더 사라지더라."

22%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오늘을 살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생각이란 대부분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에 생각이 많을수록 오늘을 떠나보내기가 힘들어진다고.

42%

무례함은 타인을 상처 내는 데 쓰이지만 솔직함은 오히려 상처를 고백할 때 쓰였다.

44%

미련해서 꾸준한 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아서 꾸준할 수 있다. 무언가를 남겨야 해서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열심히 산다. 그렇기에 꾸준함이란 미련함이 아닌 단단함이다.

57%

어린 시절 할머니는 말했다. 살다 보니 세상에서 젤로 힘든 게 성공이 아닌 만족이라고.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던 그 말이 이제 와 사무친다.

63%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78%

우린 너무 쓸데없이 불행하고

너무 복잡하게 행복하다

98%

태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中

+) 이 책은 일상의 패턴에 지친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삶을 살아내는 것이 녹록지 않음을 이해하는 저자가 그만의 화법과 문체로 진심을 담아 글로 구성했다.

단상 형식의 에세이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은 소제목에서부터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알고 있었지만 두루뭉술했던 생각들을 저자가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비유로, 때로는 일화로, 때로는 할머니의 덕담과 지혜로, 때로는 경험으로, 저자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 전달한다.

저자의 말처럼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주변인에게 관심을 갖고 베풀 수가 있다.

또 솔직함을 빌미로 타인에게 무례하게 구는 이들을 멀리하고 좋은 사람들을 더 생각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행복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살면서 순간순간 느낀 것들을 정돈된 사유와 감정을 담아 진솔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이 책을 읽었다. 한 꼭지 한 꼭지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으며, 새롭게 용기를 내기도 했다.

잘 몰랐던 생각과 감정들을 대신 잘 정리해 준 저자의 문장들에 고마움을 느꼈다. 일상에 지쳐 잠시라도 위로와 공감의 말들을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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