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의 시대 - 진단은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는가
수잰 오설리번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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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진단은 심리적 평안과 사회적 위치에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과잉진단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질병의 검출률은 상당히 더 높아졌지만, 장기적으로 건강의 실질적인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은, 더 이른, 더 발전된, 더 포괄적인 진단이 최선이라는 가정은 너무나 강력한 나머지, 제대로 검증된 적조차 없을 때가 너무나 많다.

중요한 점은 의료계가 잘 모르는 대중에게 하는 일이 과잉의료화와 과잉진단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의학적 진단이 해결 불가능함을 우리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질병을 재해석 하는 데에 쓰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pp.29~30

중요한 점은 예측 코딩과 걸러내기가 외부에서 오는 신호를 경험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것도, 내면의 감각 경험을 바꾸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을 걱정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이런 내면 현상 중 어느 하나를 주시하고 걱정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 예상과 주의는 여기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몸에 주의가 쏠리면 정상적인 걸러내기 과정이 교란됨으로써 원래 건강했던 몸에 증상을 일으킨다.

예측 코딩과 걸러내기는 노세보 효과라는 것이 어떻게 질병이 없음에도 몸이 아프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pp.61~62

진단에는 언제나 회색 지대가 있기 마련이다.

진료에는 과소진단과 과잉진단의 여지가 있으며, 의사는 지침과 타당한 지식을 토대로 책임감 있게 이 여지를 활용해야 한다. 진단의 이 모호한 경계 덕분에 의사들은 반드시 잘못된 행동이나 과실이라고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고서도 서로 다르게 진료를 할 수 있는 폭넓은 재량권을 가진다.

물론 모든 의사와 실험실은 규제와 감독을 받기 때문에, 진료가 차이를 보이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 의사도, 검사 기관도 의료 당국의 감독을 완전히 벗어나서 행동할 수 없다. 대다수 의사는 선의를 가지고 과소진단이나 과잉진단을 피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의사, 나쁜 의사, 파렴치한 의사가 사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주관적인 영역은 여전히 많다.

pp.99~101

주류 의학에는 하나의 진단 범주에 산뜻하게 들어맞지 않는 여러 계통에 걸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 의학은 매우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각 의사는 이런 환자가 자신의 진료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며, 그 결과 환자는 이 진료실, 저 진료실을 전전한다.

p.107

두려움은 과잉진단의 강력한 추진력이다. 암은 사람들에게 겁을 주어 어떤 행동을 하도록 압박하는 무엇인가이다.

언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검진에서 발견되었지만 성장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전혀 없는 작은 일탈 세포 덩어리에 빨리 자라면서 증상을 일으키는 종양인 암과 똑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두려움의 해독제는 지식, 신뢰, 지원이다.

pp.214~215

분명한 사실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p.240

의료인은 실제로 답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 걱정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문제에 대한 일관된 설명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우리를 찾아온다.

진단을 앞두고 있을 때, 나는 사람들이 의료인과 교사의 도움을 받아서 균형 잡힌 질문을 하는 연습을 해보기를 바란다. 어떤 치료가 있을지, 그 치료의 득실은 무엇인지, 그 논의는 꼬리표 붙이기의 노세보 효과와 진단이 개인이 자기 자신과 남을 지각하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pp.315~317

수잰 오설리번, <진단의 시대> 中

+) 이 책은 의학과 과학이 계속 발전하는 시대임에도 왜 현대인은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리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신경학과 전문의로 이 책을 작성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의사와 환자를 만났다. 이 책은 헌틴턴병, 라임병과 만성 코로나 증후군, 자폐증, 암, ADHD, 우울증, 신경다양성, 이름 없는 증후군으로 소재를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질병을 겪는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환자들의 인식, 의사들의 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 등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본인도 의사이지만 저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과소진단, 과잉진단, 과잉의료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끝없이 우리 몸과 정신 상태에 대한 진단을 내림으로써 질병인지 아닌지 헷갈리던 것들도 질병으로 만들어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단순히 의사 개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소통이 어려운 의료 진단 체계와 환자들의 높은 기대치로 인해 생기는 문제이다.

저자는 과잉진단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제시하며, 질병 범위가 확대된 시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며 지내야 하는지 방향성을 보여준다.

흥미로웠던 건 신체적 질병만이 아닌 정신적 질환까지 다룬다는 점이었다. 실제 해당 질환을 겪는 환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이 겪은 현상을 과거와 현재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환자만의 괴로움과 어려움이 아니라 환자의 가족들까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 언급하기 때문에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만날 수 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는 기분이라 긴 분량의 생명과학, 의학 교양서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의학계와 의사, 환자, 그리고 사회적, 의학적 시스템을 구성하는 조직들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반성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가 필요한지 가르쳐 준 책이었다. 또 의료계의 진단 시스템에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변화가 생기길 소망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진단의 시대에서 진단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비판적인 시각으로 과잉진단의 현실을 살펴보고 싶다면, 의학 교양서를 재미있게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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