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버멘쉬 -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내 의지대로 살겠다는 선언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어나니머스 옮김 / RISE(떠오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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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었던 것들은 정말 옳았을까. 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나를 가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진짜 내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과연 내 것이 맞았을까.

이 질문들은 완전히 새로운 길로 당신을 이끈다. 낯설고 고독한 길이다. 때로는 실수하고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야 말로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

두려워하지 마라. 의심과 혼란, 그리고 고독조차도 자유를 향해 가는 과정이다. 계속 질문하라. 그 질문들이 결국 당신만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10%

무언가를 이루는 사람은, 삶이 고단하다고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고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길을 찾는다.

고민이 많다고 해서 당신이 약한 것은 아니다. 인생이 혼란스럽다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다.

정말 약한 사람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도망치지 마라. 고민하되, 행동하라.

20%

우리는 가끔 지나친 진지함으로 삶을 무겁게 끌고 가거나, 너무 가볍게 흘려보내며 중요한 것을 놓치곤 한다. 하지만 삶은 그 극단의 어딘가에 있다.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잡는 힘, 그리고 고요함 속에서도 전진하려는 열정. 그 둘이 만나야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

26%

진짜 공감은 나를 희생하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과 연결되는 것이다. 내가 무너지면, 상대에게도 온전한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먼저 내가 단단해지는 게 중요하다.

49%

사랑이 정의보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저울 없는 마음 때문이다. 정의는 정교한 저울 같아서 무게가 조금만 어긋나면 기울어버린다. 그런데 사랑은 애초에 저울을 꺼내지도 않는다.

이 무조건적인 태도에서 우리는 따뜻함과 살아갈 희망을 발견한다.

57%

평온한 삶을 살려면, 마음이 맑고 단단해야 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회의 기준에 갇히지 않으며,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야 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는 걸 인정하고, 인간이 자연을 완전히 초월할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다른 이들의 칭찬이나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다. 무엇을 억지로 증명해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희생하기보다는 자유롭게 살아간다.

73%

선함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다. 각자의 삶과 경험 속에서 빚어진 다양한 모양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선함이란 스스로를 단단히 조이는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신을 놓아주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선택들이 우연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80%

프리드리히 니체, <위버멘쉬> 中

+) 이 책은 니체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지 단상 형식으로 엮어낸 것이다.

니체가 정의한 '위버멘쉬'는 '초인'을 의미하는데 이는 자기만의 기준으로 삶을 꾸려가는 사람을 뜻한다. 규정된 도덕과 일반적인 가치에 근거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는 존재가 그이다.

이 책은 니체의 초인 개념을 잘 담아낸 인문 에세이집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를 넘어선다는 뜻이 무엇인지 엮자가 간추린 니체의 문장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자기 극복과 성장에 관한 태도, 인간관계와 감정 조절에 대한 방법,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니체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동안 받아들인 도덕적 관념, 철학적 기준, 일반적 관습 등이 고정관념으로 남아 우리를 가두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을 넘어서서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길 권하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의 생각은 꽤 확고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주저하거나 망설임이 없는 단호함이 느껴진다.

인생 선배로서 그가 겪었을 혼란, 거기서 깨달은 지혜, 그리고 그런 과정을 잘 견디고 좀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니체의 철학 사상을 어렵지 않게, 단상 형식으로 친밀하게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적당할 듯하다. 잠언 형식의 문장들이기에 읽는 이가 수용하는데 부담이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되는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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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중독 클럽
이온화 지음 / 한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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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나도 저렇게 반응해 줄걸......'

호감이 있는데도 까칠하게 대했던 건 출사에 정신이 팔려 있는 태현에게 나도 좀 봐 달라는 투정이었다. 그 어리숙함을 아낌없이 티 내고 다녔던 이도는 자기 마음을 앞세우느라 상대의 표정은 전혀 읽지 못했다.

p.37

"그냥 좋아할 수도 있는 거잖아. 존재감 없는 사람들은 잘나고 멋진 사람 좋아하면 안 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게 뭐가 문제야."

그 말을 들은 우주는 왠지 모를 고마움을 느꼈다.

p.87

"뭔가를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리 없어."

p.128

"그 형이 사진에는 영 관심이 없어."

"너랑 친해지고 싶다면 네가 좋아하는 걸 존중해 주겠지."

"좋아하는 걸 존중해줘?"

"응. 가까워지고 싶다는 감정이 진심이라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다 응원하게 돼. 전혀 관심이 없던 일까지."

p.137

그리고 연아는 태현의 마음을 정리시켜 버리는 말을, 이번에도 똑같이 하고야 말았다.

"바라보는 곳이 같으면 아무리 다른 사람이라도 친구가 돼. 그런데 바라보는 곳이 다르면 아무리 같아도 언젠가는 멀어져. 난 너랑 즐겁고 좋은 이야기만 하고 싶었어."

p.151

이온화, <짝사랑 중독 클럽> 中

+) 이 소설은 아무도 모르게 짝사랑에 빠져 가슴앓이 하는 고등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짝사랑 중독 클럽의 초대장을 받으면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네 명의 학생들은 각각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경험도 있고, 자기 마음을 전혀 모르는 상대방으로 인해 상처받은 경험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짝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결정적 타이밍이 주어진다. 거절당하기 전 혹은 고백할 수 있는 그 순간으로 시간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이들이 각자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순간으로 돌아갈 때 읽는 묘미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들의 반응에 어떤 마음으로 응해야 하는지 등을 통해 아이들은 배우고 한층 성장한다.

저자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진실한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로 돌아간 아이들의 용기 있는 선택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가 진정성 있게 표현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짝사랑 이야기 외에 이들이 함께 고민하는 이야기가 또 하나의 축으로 등장한다. 그 사건을 중심으로 아이들은 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가볍게 여긴 소문의 잔혹함, 두려움을 극복하고 친구를 위해 용기 내는 자세 등도 알게 된다.

이 작품을 로맨틱 판타지에 스릴러 장르까지 겸한 청소년 소설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스릴러 사건을 추리하며 따라가는 아이들의 동선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라면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지, 아이들의 떨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와닿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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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궁금한 너에게 - 아이의 인생 물음에 대한 변호사 엄마의 응답
김정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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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100% 내 맘에 드는 친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발전이 될 수 있는 친구가 좋은 친구라는 것,

항상 나의 마음, 친구의 마음은 변할 수 있다는 것,

지금 친한 친구가 없더라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것.

p.29

사람의 인연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산과 같은 인연과 물과 같은 인연이라고 해. 시간이 지나도 그냥 산같이 그 자리에 항상 있는 인연과 한때 나에게 자극과 배움을 주고 물같이 흘러가는 인연인데 둘 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인연들이야.

산 같은 인연은 아주 가끔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은 인연, 가족, 스승, 죽마고우 등이 있을 수 있겠지.

살면서 만나는 대부분은 물 같은 인연인 것 같아. 불교 용어에서는 '시절 인연'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어서 그 시절에 맞는 인연과 가깝게 지내다가, 또 세월이 지나 다른 시절이 되면 또 그 시절에는 맞는 인연과 친해지게 된다는 거야. 이렇게 물 흘러가듯이 인연도 흘러가는 거지.

pp.36~37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건 말건 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나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어떨까? 그런 사람은 원래부터 자존감이 높으므로 외부의 시선이나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그냥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다른 사람의 평가에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 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남이 어떻게 나를 생각하든지 나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하든지 그건 그 사람 생각일 뿐이고 그 사람 문제지 나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야. 단 내가 그 말들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건 나의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거지.

pp.53~54

타인을 어떻게 잘 이해하면서 이 세상을 살 수 있을까? 이걸 위해서 아래 두 가지를 기억하면 조금 쉬워질 것 같아.

첫째, 타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도 모두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둘째, 타인의 행동에 대한 시비를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라.

p.61

나는 필요에 따라서는 아주 열심히 완벽하게 살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아주 허술하게 털털하게 살 때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도 저 사람도 상황에 따라 완벽할 수도, 허술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

p.79

끌어당김의 법칙(시크릿의 법칙)은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상상하고 느끼는 연습을 하면 현실로 진짜 이룰 수 있다는 것. 너희들이 행복한 상상을 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면 느낄수록 행복한 것들이 계속해서 너희 앞에 나타난다는 거야.

이제 시크릿의 법칙을 알았으니 살면서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오래 느끼지 말고, 다른 행복하고 기분 좋은 것을 상상하고 느끼면서 살자. 그러면 행복한 에너지가 너희에게 끌어당겨질 거야.

호오포노포노는 고대 하와이인들의 문제 해결법이라고 알려진 방법인데 하와이어로 호오는 목표, 포노포노는 완벽을 뜻하고 완벽을 목표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의미야.

이건 너무 쉽고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인데, 어떤 원하는 목표가 있거나, 무엇인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방법으로 "미안해요, 용서해요, 감사해요, 사랑해요."를 주문을 외우듯이 되풀이하는 거야.

pp.145~146

걸림돌이 실은 디딤돌이다.

-메리 오말리

p.167

어떤 감정이든 올라온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 첫 번째 단계야. 이유 없이 짜증 나고 화가 난다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면 1단계는 끝난 거야.

두 번째 단계는 왜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지 잘 관찰해 봐.

마지막으로 만약 아무리 생각해도 그 원인을 잘 모르겠다면 그것이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나의 무의식 속에 저장된 것 때문에 어떤 감정이나 어떤 행동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추측을 할 수 있고, 그렇다면 그냥 그것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어. 내가 어떻게 생각으로 해결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는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듯해.

날씨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런 알 수 없는 반응과 감정도 물러갈 거야.

p.201

외부를 바라보는 자는 꿈을 꾸고, 내면을 바라보는 자는 깨어난다.

- 칼 융

p.233

김정선, <인생이 궁금한 너에게> 中

+) 이 책은 엄마가 딸들에게 들려주는 목소리로 작성되었다. 딸들과 대화를 나누며 딸들이 묻는 질문에 엄마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그것은 아이들이 초등학생, 중학생 때 했던 질문들이며, 그에 대한 답변을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말로 기록한 것이라 다정하고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학교생활, 교우 관계, 사회 정치 문제, 인생과 꿈 그리고 행복 등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낸 책이다.

엄마의 생각이 다정한 만큼 논리적으로 드러나는 글이라 이해하기 쉽고 읽는 이로 하여금 어떤 고민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도록 만든다.

각 글의 끝에는 그 글의 소주제와 관련된 추천 도서를 실어두었다. 저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여러 생각들에 더 깊이 있게 체험해 보고 싶다면 관련 도서를 찾아 읽어볼 수 있기에 도움이 된다.

청소년기 걱정과 고민이 많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말들이 구체적으로 수록된 책이라고 생각했다. 인생 선배로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진심 어린 조언이라 청소년들에게 함께하는 어른이 있다는 믿음을 준 책이라고 느꼈다.

인생의 방황기를 지나고 있는 어른들이 읽어도 괜찮을 듯하다. 소소한 고민처럼 보여도 본인에게는 큰 문제인 것들을 함께 생각하고 의논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위안이 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변호사인 저자가 그간의 삶을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인생을 사는 사람인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는 독자에게 위로와 응원의 손길을 보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바른 생각을 갖고 사는 저자에게 응원과 공감의 악수를 청하고 싶었다.

인생에 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보며 과거의 스스로를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더불어 지금 현재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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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사용법 - 내 몸의 조화로운 건강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김동규 지음 / 라온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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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한의학은 단지 병의 유무를 찾는 것이 아니라 몸의 흐름을 살피는 의학입니다. 장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간은 긴장되어 있지 않은지, 기운이 위로 치솟고 있진 않은지, 비위의 기운은 아래로 잘 내려가고 있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의 변화가 불편함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합니다.

한의학은 '기능의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기능이 약해지고 흐름이 틀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의학은 몸을 '돌보는 의학'입니다. 돌봄이란 고장 나고 나서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고장 나기 전에 이상을 감지하고 균형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pp.23~26

아직 병으로 진단되지 않은 작은 변화들을 먼저 감지하고, 그 흐름을 정리하는 데 탁월합니다. 한약을 복용하면서 몸의 신호에 민감해지고, 침 치료로 순환과 긴장을 풀어주며 스스로의 회복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의학이 바로 한의학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꾸준함'입니다. 너무 아프기 전에, 다시 아프기 전에, 평소에 조금씩 다듬고 정리하는 습관이 건강의 기초가 됩니다.

pp.50~51

저는 환자가 단순히 '치료받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치료의 길을 걷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설명 없이 약을 주고 침을 놓는 것보다, 지금 이 약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왜 이 경혈에 침을 놓는지, 이 증상은 어떤 흐름에서 비롯됐는지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72

이처럼 수족냉증은 독립된 병명이라기보다는, 몸 어딘가의 기능 이상에 따라 '동반되어 나타나는 반응성 증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손발이 찬 증상 하나지만, 사실은 그 안에 다양한 원인이 숨어 있는 것이죠.

결국, 손발이 차다는 건 몸이 보내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놓치지 않고, 원인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 그게 진짜 치료의 시작입니다.

p.112

한의학적으로는 이를 '습담이 쌓인다'라고 표현합니다. 탁한 기운이 위장을 감싸고, 순환이 느려지며, 소화가 더디게 되는 것이죠. 밀가루 음식, 곡물 셰이크 등도 같은 맥락에서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건강식으로 여겼던 가루 음식 대신,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이 훨씬 더 위장에는 좋을 수 있습니다.

p.124

걷는다는 건 단순히 발을 움직이는 일이 아닙니다. 걸음 하나에도 내 자세, 내 근육, 내 몸의 정렬 상태가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걷기를 잘한다는 건 곧 내 몸을 잘 알고, 잘 다스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엉덩이에 힘을 주며 중심을 잡고 걷는 연습, 좌우 균형을 살피며 걷는 습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걸음을 조절하는 지혜, 그 모든 것이 결국 내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힘이 됩니다.

p.159

김동규, <한의사 사용법> 中

+) 이 책은 한의학이 어떤 분야인지, 한의학 진료의 근본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고 있다. 한의사인 저자는 한의학이 몸의 흐름을 살피고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몸을 돌보는 의학이라고 이야기한다.

몸의 기능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는지 세세하게 관찰하여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한의학 치료는 운동과 같아서 단기간에 효과를 내려 하기보다 꾸준히 지속하며 한의사와 함께 방향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렇기에 한의학의 침 치료나 한약을 처방할 때 어떤 약이 어떤 점에서 효과가 있는지를 잘 가르쳐 주는 한의사를 만나라고 말한다.

한의원에서 진료받았던 경험을 떠올려, 한의사 선생님들의 공통된 특징을 찾았다. 한의사 선생님들은 대게 환자의 증상에 관한 질의응답과 그 외 체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꼭 갖는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런 시간이 필요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는 한의사 사용법이라는 제목이 좀 과격하게 느껴졌는데, 치료 과정에서 한의사와 환자는 동반자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이 와닿아 이해가 되었다.

아픈 곳을 치료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한의학은 왜 아픈지 그 원인을 몸의 흐름과 균형에서 찾는다. 일부 증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의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고려해 진료하는 데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걸을 때마다 다리 오금 쪽 어딘가가 아픈데, 거기가 어딘지 제대로 찾지도 못하고 한두 해 방치하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을 때 동네 한의원을 찾았다.

그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치료를 받을수록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아픈 부위를 정확하게 찾으며 왜 거기가 아픈지 가르쳐 주셨고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은 지도 설명해 주셨다.

그렇게 한동안 침을 맞으면서 몇 년 동안 아팠던 다리는 씻은 듯이 나았다. 이런 경험이 한의학에 대한 믿음과 한의사 선생님에 대한 신뢰로 남지 않나 싶다.

한의학 치료는 한의사와 환자가 함께 꾸준히 걷는 길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아프기 전에 몸의 변화를 감지해 몸을 지키고 회복력을 기르는 것, 그것을 돕는 게 한의학의 목적임을 잘 가르쳐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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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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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결국 모든 미스터리는 리얼리티가 결여된 페이크예요. 소설가는 어디까지나 가공의 이야기를 창작하는 프로죠. 그들은 살인범이 아니에요. 아무리 취재를 거듭해도 범죄 수법, 피해자의 표정과 같은 살인에 관한 디테일을 진정한 의미에서 실감할 수 없어요. 반대로 디테일을 아는 살인범은 당사자로서의 경험은 있지만 표현자가 아니기에 창작한 이야기에 그걸 담아서 세상에 선보일 수 없어요. 애초에 책을 쓰려고 살인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 '진짜'를 그린 작품이라는 건 만나볼 수 없어요."

p.42

콤플렉스는 언제나 타인이 만든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우연한 계기로 다른 사람을 통해 이상하다고 깨닫는다.

p.99

두 번째 회의 때 하토리 씨는 '자살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이왕 죽을 거면 완전범죄로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이야기'라는 찝찝한 구석이 있는 플롯을 완성해 가져왔다.

p.156

사람을 죽일 거면 좀 더 계획적으로 다양한 패턴을 예상하고,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살인'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p.174

아름다운 살인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자신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지 못할 것. 죽는 순간까지 자기가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모를 것. 알아차렸을 때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것. 증거를 남기지 않을 것.

p.179

야가미, <나의 살인 계획> 中

+) 이 책은 살인 계획을 예고 받은 편집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미스터리 소설을 전문으로 다루던 유명 편집자가 본의 아니게 그 자리에서 떠난 뒤 그에게 살인 계획 원고가 도착한다.

그 원고를 누가 왜 그에게 보냈을까. 그를 죽이겠다는 예고를 문학적으로 포장한 상대방은 과연 누구일까. 편집자의 대응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의 내용에 점점 빠져든다.

소설에는 무언가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집착의 방식이 극단으로 치닫는 데에는 대부분 타인의 폭력이 존재한다.

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혹은 다른 무엇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회악이라는 표현이 생각났던 작품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정말 많은 방법이 있고 예상외로 진짜 잔인한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보여준 작품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게 냉정한 사람들을 보며 소름 돋는 순간이 있었다.

이 작품은 치밀한 심리전과 잘 짜인 두뇌 게임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미스터리 소설을 중심 소재로 다루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나 할까.

끝없이 범인을 추적하고, 또 끝없이 이유를 상상하고, 또 끝없이 결말을 추측하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는 스릴러 소설이었다.

결말을 두세 번 읽으면서 각 인물들이 어디까지 계획하고 알고 있었던 것인지를 다시 짐작해 보았다. 독자에게 꾸준히 트릭으로 마무리를 안겨주는 소설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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