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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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담백한 삶으로 향하고 싶다. 지난 일들에 연연하지 않되, 과거로부터 미래를 배워 갈 수 있는 것. 주변의 시선으로 나의 결핍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의 결핍을 채워 줄 수 있는 삶. 건네는 다정이라거나 미움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순간의 이기심이 아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올 수 있는 정직함.

p.16 [단단하고 담백한 삶으로]

작은 것엔 딱히 예민하지 않고 모서리가 없어서, 착하다거나 참고 살지 좀 말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사는 사람들만큼 강한 사람들이 없다.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하나, 기준선 안의 세상은 이토록이나 온화하고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 재고 따지는 것을 다른 이들처럼 할 줄 알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인생의 계산을 다른 곳에서 채울 줄 아는 사람들. 깊은 마음이 때론 한없어서 선뜻 떼어 줌이 가능한 사람들. 그러나,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한순간 등 돌릴 수도 있는, 관계에 있어 키를 쥔 사람들이다.

p.18 [모서리가 없는 사람들]

날씨는 곧 걷힌다. 마음도 이와 같음을 아는 것. 걷힐 걸 알아야 삶의 비구름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삶의 만족은, 곧 멈출 것을 영원처럼 껴안고 사느냐 아니냐로 좌우되기도 한다. 부정을 대하는 여유가 있어라.

pp.38~39 [부정을 대하는 여유]

모든 흐르는 것은 길을 만든다.

p.40 [흐를 것이다]

다 설명하기 버거워서 그냥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의 몇 없는 보석 같은 사람들과는 서로만 느낄 수 있는 언어와 감정이 생기곤 한다.

p.61 [친구]

사랑과 증오는 관심이라는 면에서 같은 축을 돌고 있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관심이 있어야 좋아지고, 미워지는 것이다.

p.127 [애증]

삶은 내 안에서 고집했던 고정 관념을 바꾸는 것의 연속이다.

삶은 정답이라 여겼던 것들이 오답일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과정이며, 답이 없던 것들에게서 명료한 해답을 찾아내는 성장이지만, 그 과정이 내 뜻대로만은 흘러가지 않는다.

p.160 [시간에 맡길 때]

정영욱,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中

+) 이 책은 인간관계, 내적 성숙 혹은 깨달음, 사랑과 이별 그리고 상처 등에 관한 단상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베스트셀러 에세이스트로, 꾸준히 글을 쓰고 독자와 소통하는 사람이다.

그의 글은 관계에 대한 기록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관계란 타인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자신과의 관계일 수도 있다. 그 관계에서 저자가 느끼고 고민하고 깨달은 것들을 글로 옮겨 놓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것은 개인적인 것으로만 남지 않는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우리가 그 순간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분까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그렇기에 저자의 글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편적 혹은 대중적인 것으로 끌어내는 힘이 느껴진다. 그간 써온 그의 책을 보면서 저자가 꾸준히 글을 쓰고 여전히 사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살짝 낯간지럽게 다가오는 문장들도 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해 솔직하게 썼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이 책에서는 살면서 겪게 되는 상처 앞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저자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또 사랑할 때의 풋풋하고 순수한 감정과, 이별 후의 지독한 그리움과 추억 등의 글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어두운 감정들, 즉 우울, 애증, 미움, 결핍, 공허 등의 부정적인 것들을 피하기보다 수용하며 편안하게 인식하도록 권하는 저자의 글도 접할 수 있다.

이 책 곳곳에서 독자들을 응원한다는 저자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응원'이라는 단어를 간혹 쓰기도 했지만 그 말을 직접적으로 적지 않더라도, 본인과 같은 감정을 느꼈을 수많은 당신을 응원하고 토닥여주는 문장들이 많아 위로가 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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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나무
전호진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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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약속은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야. 말한 것을 지키는 것이거든."

"... 마음?"

"응, 약속을 어기면 내 마음이 굉장히 아플 거야! 아마 그 아픔 때문에 괴물이 될지도 모르지? 자 이렇게 소지를 걸고..."

pp.65~66

"당연한 거 아니야? 친구는 자주 봐도 또 보고 싶잖아. 난 네 친구랑도 친구가 되고 싶어. 아직은 날 싫어하는 것 같지만."

"친구... 봐도 또 보고 싶은... 그렇구나."

p.97

"괜찮아. 너 착한 사람이잖아. 근데 그거 알아? 착한 사람도 비밀이 많아질수록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

"정말?"

"응, 하지만 너무 힘들면 기억하지 않아도 좋아.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억지로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네 이야기를 듣든, 안 듣든 괜찮아. 네가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상관없어. 내가 널 친구로 대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테니까. 다만 나는 언제라도 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용기가 생기면 꼭 네 이야기를 해줘."

pp.128~129

"좋아한다는 건 보거나 떠올렸을 때 내 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거거든."

p.142

전호진, <미선나무> 中

+) 이 소설은 자기가 불행과 불운의 씨앗이라는 걸 느끼며 살아가는 한 아이가 등장한다. 본인 이름 대신 사랑하고 증오했던 다른 이의 이름으로 사는 아이, 연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알게 되는 믿음, 사랑, 우정, 약속 같은 단어를 전혀 모르고 자란 연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생긴다.

어딘가 어둡고 비밀이 많은 것 같은 아이 연오를, 매향이는 늘 밝고 따뜻하게 대해준다. 자기 주변에는 착한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믿는 매향. 약초를 캐면서 어린 풀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 같아서 마음 아파하는 그런 아이가 매향이다.

연오와 매향이 친구가 되면서 연오는 매향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매향 덕분에 만난 인연들에게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껏 연오가 느껴보지 못한 긍정적인 감정과 밝은 기운을 연오 스스로도 모르게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친구인 매향이를 마음 아프게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 혹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스토리를 구성했다고 생각한다. 착한 사람에 대한 믿음과 친구 사이의 우정, 그리고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 자기보다 연약한 존재를 지켜주고 싶어 하는 용기, 그리고 계속 마주하게 되는 슬픔에 대한 대응자세 등등을 담고 있다.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간직한 미선나무. 사실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슬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따라 슬픔은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한다. 우리는 슬픔 혹은 불행 앞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이 소설은 그 부분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 같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접하는 상황마다 고민하게 된다.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할까. 지금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소설을 읽으면서 슬프고 마음 아프지만 아름다운 색감을 지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고 생각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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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주가차트 - 주가차트 초보자를 위한 95가지 매매법
주월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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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 분석은 재무제표나 기업의 내용을 보는 것이고, 기술적 분석은 차트를 보고 접근하는 것이다. 둘은 서로 공존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이므로, 기술적 투자라고 해서 기본적 분석을 등한시하거나 반대의 상황 역시 옳지 않다.

p.19

테마군을 먼저 선점하는 방법은 유행에 먼저 도전하는 얼리어답터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도래할 테마가 어떤 것이 될지 고민해 본다면 답은 쉽게 나올 수 있다. 가장 주요하고 뚜렷한 테마군은 계절이다.

비단 계절 테마 외에 정책주, 대선 관련주, 기업의 실적 발표 예정일 등 예측 가능한 정기성 테마를 미리 알고 준비한다면 엄청나게 좋은 투자처가 된다.

pp.26~27

주식시장에는 지지와 저항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용어 그대로 지지는 주식이 특정 가격 구간을 지지해주는 것, 저항은 주식이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멈추는 가격 구간을 의미한다. 즉 지지는 바닥, 저항은 천장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상승 국면에서도 지지와 저항은 존재하고, 하락 국면에도 지지와 저항은 존재한다.

p.35

추세 추종 전략은 시장 또는 종목의 추세에 따라서 매매하는 것이다. 추세라는 것은 상승추세, 하락추세, 횡보추세가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상승추세의 종목을 잡아 매매한다.

지수와 대형주의 추세는 보통 연동된다. 대형주는 시가총액이 매우 높은 회사들을 의미하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업종 대표주들이 대형주인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 LG전자, 아모레퍼시픽, 카카오, 네이버 같은 대형주들 말이다. 이런 대형주는 코스피라는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반대로 중, 소형주들은 시가 총액이 1조 원 미만의 회사들을 의미한다. 이런 회사는 일반적으로 코스닥이라는 거래소에 속한다.

p.41

이동평균선이란 특정 기간의 주가 평균 가격을 연결해 만든 선이다. (이평선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숫자가 작은 5일선이 맨 위에 위치하고 그 밑으로 10일선...120일선까지 순차대로 자리하고 있으면 정배열이고, 역순으로 있으면 역배열이다. 정배열은 상승 국면에 있는 차트고, 역배열은 하락 국면에 있는 차트다.

골든크로스는 장기 이평선을 단기 이평선이 돌파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정배열의 시작점은 단기 이평선이 장기 이평선의 위 구간에 위치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골든크로스의 지점을 상승추세의 초입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pp.59~65

5일선은 단기 트레이딩에 특화되어 있으며, 스윙 트레이딩에 있어서 20일선은 황금선으로도 이야기하고는 한다. 120일 이평선은 시장 사이클 예측에 매우 중요한 지표로 활용한다.

p.90

자신의 성향에 따라 단, 장기 이평선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종목에 따라도 재설정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이 낮은 코스닥 종목들의 경우는 재빠르게 상승하므로 단기 이평선을 적용해주는 게 좋고, 완만하게 상승하는 업종 대표주나 코스피 대형주는 중기 혹은 장기 이평선을 적용해 매매하는 것이 좋다.

pp.101~102

-고가 : 캔들(봉)의 최상단에 있는 가격

-저가 : 캔들(봉)의 최하단에 있는 가격

-시가 : 주식시장 개장 시점에 형성되는 가격

-종가 : 주식시장 종료 시점에 형성되는 가격

-빨간색 캔들 : 양봉. 오늘 시가보다 종가가 높은 상황. 매수 세력 > 매도 세력

-파란색 캔들 : 음봉. 오늘 시가보다 종가가 낮은 상황. 매수 세력 < 매도 세력

-꼬리 : 캔들에서 고가와 저가가 실선으로 표현되는 부분

-십자모양 캔들 : 도지모양캔들. 샛별캔들. 추세 변곡을 일으키는 신호

pp.107~113

가급적 윗꼬리가 없는 꽉 찬 양봉에 매수하는 것이 좋다. 꽉 찬 양봉은 그만큼 매수세가 강하다고 볼 수 있으니 더 강한 상승추세를 일으킬 수 있겠다. 또한 이동평균선이 정배열 순을 이루며, 꽉 찬 양봉의 종가가 저항대를 넘어선 모습이면 더 좋다.

매도는 다음 날 시초가에 갭 상승 가능성이 크므로, 수익실현이 가능하다. 생각해보면 매매에 집중한 시간은 전일종가와 익일 시초 시간대밖에 없으므로, 실로 가성비 좋은 매매 방법이다.

p.321

주월, <1페이지 주가차트> 中

+)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주린이, 즉 주식 초보 투자자들을 위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주식 투자를 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공부가 필수이다. 특히 저자는 주가 차트를 보는 방법을 설명하며 주식의 기본기부터 단단히 하도록 강조한다.

주식 차트를 분석하고 매매 기법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상당히 다양하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매매 기법들을 가르쳐주고 여러 기업들의 주가 차트를 사례로 제시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

주식 차트를 제대로 볼 줄 알아야 주식 투자에 성공한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 둘 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 책에서 주식 차트 관련 기초 용어, 기본 용어부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차트 보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주린이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관련 용어를 설명하며 상승 추세와 하락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기법들도 제시하고, 매수와 매도 시기 등을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언급하며 여러 매매 기법도 제안한다.

특히 주식 차트의 기본인 추세, 이동평균선, 캔들, 거래량, 주식 고유의 성질, 핵심 보조지표, 스윙 매매 기법, 단타 매매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차트를 보는 방법도 방법이지만, 막연하게 주식 투자를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투자에 앞서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또 주가 차트를 보며 주가의 동향을 살펴보는 연습을 혼자서 할 수 있게 주린이들을 위해 친절하게 만든 책이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제시한 95가지 매매법을 천천히 한 꼭지씩 꾸준히 공부한다면 주식 투자의 기본기를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느꼈다.

근래에 읽었던 주식 투자 관련 서적은 개인적으로 좀 어려운 편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주린이로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주린이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쉽게 풀이했고 구체적인 자료 활용 등의 구성이 알찼다고 생각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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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지 (리커버 에디션) - 생각의 발견을 뒤집는 기막힌 발견
개리 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갤리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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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공학자들은 때때로 재미 삼아 클루지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것(예컨대 팅커토이 장난감으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또는 제대로 하기가 귀찮아서 클루지를 만들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클루지는 절박한 사정과 뛰어난 책략의 산물이기도 하다.

pp.19~20

다윈이 말했듯이 모든 생명은 '변형된 혈통'의 산물이다. 지금 존재하는 형태들은 이전 형태들의 수정판일 뿐이다.

나는 이것을 '진화의 관성'이라 부르고자 한다.

진화는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에 수정을 가하면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여기도 클루지, 저기도 클루지다. 이 모든 경우에 나는 인간의 마음이 형성될 때 진화의 관성이 수행한 역할을 고려함으로써 우리의 한계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이고자 한다.

클루지가 완전한 것보다 더 많든, 아니면 완전한 것이 클루지보다 더 많든 상관없이, 우리는 완전한 것에서 배울 수 없는 두 가지를 클루지에서 배울 수 있다.

첫째로 클루지는 우리가 진화해온 역사에 대해 특별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둘째로 클루지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 단서를 줄 수 있다.

pp.34~42

결론적으로 말해 신속하지만 신뢰하기 어려운 맥락 기억을 토대로 우리의 추론 능력이 발달했다는 사실은 어떤 이상적인 타협의 산물이 아니다. 이것은 그저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추론에 사용되는 두뇌 회로가 왜곡될 수 있는 기억을 가지고 작업하는 까닭은 그것이 진화를 통해 생겨난 유일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p.76

우리의 사고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빠르고 자동적이며 주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신중하고도 판별력 있게 천천히 진행되는 사고이다.

나는 첫 번째 종류의 사고를 '선조 체계' 또는 '반사 체계'라고 부르고자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이것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빠르고 자동적으로 전개되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종류의 사고를 '숙고 체계'라고 부르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체계가 하는 일이란 어떤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살피며 심사숙고하여(때로는 제대로 때로는 그릇되게) 판단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p.95

우리에게는 사실상 우리가 편향되지 않도록 막아줄 내적 장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신중한 추론의 기제를 얼마만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적인 자아의 몫이며, 때문에 우리는 (불행이든 다행이든) 우리가 원하는 만큼 편항될 수밖에 없다.

p.109

진화는 우리에게 상이한 능력을 지닌 두 체계를 남겨주었다. 하나는 틀에 박힌 일을 처리할 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반사 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틀을 벗어나 생각할 때 유익한 숙고 체계다.

우리가 이 두 체계의 장단점을 인식하고 조화를 꾀할 때, 우리의 결정이 편향되기 쉬운 상황들을 밝혀내고 이런 편향을 극복할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궁극적으로 지혜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p.160

행복과 관련해 아주 놀라운 한 가지 사실은 행복을 측정하는 우리의 능력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관적인 행복감은 다른 많은 신념들과 마찬가지로 맥락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유동적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그만큼 덜 행복해진다.

pp.229~231

공학자들은 종종 클루지를 만들지만, 클루지에는 한 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믿음직한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대개 클루지는 평생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사용하기 위해서 제작된다.

인간의 뇌 역시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이제까지 보아온) 인지적 오류들뿐 아니라, 사소한 오작동과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개인의 마음이 언제나 정상 가동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pp.241~243

  •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마라 /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pp.275~286

개리 마커스, <클루지> 中

+) 이 책은 인지과학자인 저자가 인간의 뇌가 얼마나 완벽 혹은 완전하지 않은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개념인 진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고 생각하면 된다.

저자는 진화란 인간이 더 완벽하고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과정이 축적되어 그런대로 쓸 만한 해결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이 책에서 다루는 중요한 핵심 개념인 클루지와 관련성이 높고, 그것이 어떻게 활용되느냐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클루지란 어떤 문제의 서툰 해결책을 말한다. 가장 합리적이거나 뛰어난 해결법은 아니지만 지금 임시방책으로 혹은 그런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이 그만큼 불완전하고 서툴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여러 반사 체계들과 합리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숙고 체계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클루지를 인간의 모든 일상과 관련지어 설명하며 이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한다. 우리의 불완전함과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마음이 일으키는 오류와 마음이 순간적으로 내리는 임시 선택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진화의 관성 때문에 일어난 서투른 해결책이 인간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 신기했고 놀라웠다. 저자가 진화학자들과 다른 관점에서 우리 인간의 마음과 우리가 내린 선택을 생각해보려고 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느꼈다.

또 내가 내린 선택과 내 마음의 확신에 의심을 품을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판단의 신중함을 강조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방대한 분량이지만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있어서 흥미롭고, 읽을수록 저자의 주장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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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생각 버리기 연습 - 나쁜 심리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아 심리학
스즈키 도시아키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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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속박하는 각본을 고쳐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본은 수많은 고정관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마디로, 각본은 고정관념이다. 그러므로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마음속에 굳게 자리 잡은 생각이나 관념을 바꿔야 한다. 인생을 변화시키는 열쇠는 이제까지 자신을 속박해온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pp.8~9

  • 모든 것은 금지령에서 시작된다

굴딩 부부(의학박사)는 금지령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사람은 부정적인 인생 각본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금지령이란 문자 그대로 '~하면 안 된다'라는 명령이다.

p.24

  • 인생을 바라보는 네 가지 태도

타인

자신

Ok

NG

OK

자신감이 있고 겸손하다.

자기중심적이며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NG

자신감이 없고 타인의 의견에 쉽게 흔들린다.

매사에 부정적이다.

- 나도 OK, 너도 OK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가치기 있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는다'와 같이 자신과 타인을 모두 긍정하는 태도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 중에는 행복한 인생 각본을 가지고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인격자 또는 존경할 수 있는 리더 유형이다. 아량이 넓고 다른 사람의 기분에 솔직하게 공감할 줄 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처럼 타인도 존중한다. 또 스스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긍정적이다. 작은 실수에도 기죽지 않고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려는 노력도 잊지 않는다.

pp.34~39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다섯 가지 드라이버

아이는 금지령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언행에도 영향을 받는데, 심리학자 태비 칼러는 이를 '드라이버'라고 불렀다. 즉, 아이를 행동으로 몰고 가는 메시지다.

- 완전해져라. / 기쁘게 해라. / 노력해라. / 강해져라. / 서둘러라.

분명 이것들은 우리 삶에 어느 정도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여기에 너무 강하게 지배당하면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pp.40~42

인생 각본은 금지령과 드라이버, 태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p.79

  • 고정관념의 구조와, 고정관념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외적요인 :

가족 / 교육 / 직업 / 상식

고정관념의 근거 :

객관적 데이터 / 지위나 직책 / 상식이나 평판

인지 편향 :

단정적 사고 / 욕망 / 감정 / 자기의식

사고 왜곡 :

흑백사고 / 과도한 일반화 / 마이너스화 / 결론을 비약하기 / 확대해석과 과소평가 / 감정적으로 단정 짓기 / 해야 한다 / 낙인찍기 / 자신과 관련 짓기

p.148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모호하게나마 몸이 느끼는 감각, 무엇인가 확실하지 않은 신체 감각을 '감각 느낌'이라고 부른다. 포커싱은 이처럼 말로 구체화되기 전의 감각에 초점을 맞춘다.

  • 포커싱의 네 단계

마음속에 공간을 만든다 → 몸의 내부로 의식을 향한다 → 공명을 찾아낸다 → 느낌 전환을 일으킨다

pp.190~197

몸이 기억하는 고정관념은 몸을 써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다. 마음으로 몸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조종해서 마음을 바꾸는 방법이다.

- 자세를 바꾼다 / 호흡을 바꾼다 / 표정을 바꾼다

pp.208~213

감정은 생각에 따라 바뀐다.

p.229

  • 성격을 바꾸는 네 가지 방법

행동을 바꾼다 / '척'을 해본다 / 환경을 바꾼다 / 복장을 바꾼다

pp.234~239

스즈키 도시아키, <불필요한 생각 버리기 연습> 中

+) 이 책의 저자는 정신의학자 '에릭 번'의 '교류분석 이론'을 바탕으로, 고정관념 중심으로 설정된 인생의 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그 틀을 인생 각본이라고 표현하며 고정관념으로 만들어진 인생의 각본을 우리가 고칠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우선 우리가 고정관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고정관념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원인을 찾아보고, 고정관념의 구조를 분석하며 그것을 유형화하여 정리한다. 더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과거를 돌아보며 본인에게 해당하는 고정관념의 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또 저자는 인생을 바라보는 네 가지 태도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어떤 유형의 태도를 갖고 사는지 살펴볼 것을 권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 태도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한 사람에게 두 가지 이상의 태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각 태도의 특징을 파악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저자는 인생의 각본을 진행하는 게 인생 게임이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각본을 실현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하고 그 게임을 통해 각본은 강화된다. 한마디로 돌고 도는 순환이 지속되는 셈이다. 올바른 게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미끼, 약점, 역할 교대, 혼란 등을 이용하는 게임이라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저자는 정해진 삶을 바꾸고 싶다면, 인생 각본과 인생 게임에 지배당하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리 몸과 생각에 내재된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여러 방법을 제안한다.

부정적인 자동사고보다는 긍정적인 자동사고를 하는 것, 시간축과 공간축을 바꾸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몸과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 스킨십과 말, 태도로 스스로를 쓰담쓰담(스트로크)하는 것, 좋은 일을 노트에 쓰거나 말버릇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 마음의 벽을 부수고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 것 등이 있다.

불필요한 생각을 버리기 위해, 우리 안에 잠재된 부정적인 틀을 깨기 위해, 몸도 마음도 함께 연습하고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 책이었다. 틀 지워진 사고에 안주하기 보다 그것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우리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가르쳐 준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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