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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3년 5월
평점 :
단단하고 담백한 삶으로 향하고 싶다. 지난 일들에 연연하지 않되, 과거로부터 미래를 배워 갈 수 있는 것. 주변의 시선으로 나의 결핍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의 결핍을 채워 줄 수 있는 삶. 건네는 다정이라거나 미움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순간의 이기심이 아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올 수 있는 정직함.
p.16 [단단하고 담백한 삶으로]
작은 것엔 딱히 예민하지 않고 모서리가 없어서, 착하다거나 참고 살지 좀 말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사는 사람들만큼 강한 사람들이 없다.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하나, 기준선 안의 세상은 이토록이나 온화하고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 재고 따지는 것을 다른 이들처럼 할 줄 알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인생의 계산을 다른 곳에서 채울 줄 아는 사람들. 깊은 마음이 때론 한없어서 선뜻 떼어 줌이 가능한 사람들. 그러나,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한순간 등 돌릴 수도 있는, 관계에 있어 키를 쥔 사람들이다.
p.18 [모서리가 없는 사람들]
날씨는 곧 걷힌다. 마음도 이와 같음을 아는 것. 걷힐 걸 알아야 삶의 비구름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삶의 만족은, 곧 멈출 것을 영원처럼 껴안고 사느냐 아니냐로 좌우되기도 한다. 부정을 대하는 여유가 있어라.
pp.38~39 [부정을 대하는 여유]
모든 흐르는 것은 길을 만든다.
p.40 [흐를 것이다]
다 설명하기 버거워서 그냥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의 몇 없는 보석 같은 사람들과는 서로만 느낄 수 있는 언어와 감정이 생기곤 한다.
p.61 [친구]
사랑과 증오는 관심이라는 면에서 같은 축을 돌고 있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관심이 있어야 좋아지고, 미워지는 것이다.
p.127 [애증]
삶은 내 안에서 고집했던 고정 관념을 바꾸는 것의 연속이다.
삶은 정답이라 여겼던 것들이 오답일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과정이며, 답이 없던 것들에게서 명료한 해답을 찾아내는 성장이지만, 그 과정이 내 뜻대로만은 흘러가지 않는다.
p.160 [시간에 맡길 때]
정영욱,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中
+) 이 책은 인간관계, 내적 성숙 혹은 깨달음, 사랑과 이별 그리고 상처 등에 관한 단상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베스트셀러 에세이스트로, 꾸준히 글을 쓰고 독자와 소통하는 사람이다.
그의 글은 관계에 대한 기록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관계란 타인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자신과의 관계일 수도 있다. 그 관계에서 저자가 느끼고 고민하고 깨달은 것들을 글로 옮겨 놓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것은 개인적인 것으로만 남지 않는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우리가 그 순간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분까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그렇기에 저자의 글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편적 혹은 대중적인 것으로 끌어내는 힘이 느껴진다. 그간 써온 그의 책을 보면서 저자가 꾸준히 글을 쓰고 여전히 사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살짝 낯간지럽게 다가오는 문장들도 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해 솔직하게 썼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이 책에서는 살면서 겪게 되는 상처 앞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저자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또 사랑할 때의 풋풋하고 순수한 감정과, 이별 후의 지독한 그리움과 추억 등의 글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어두운 감정들, 즉 우울, 애증, 미움, 결핍, 공허 등의 부정적인 것들을 피하기보다 수용하며 편안하게 인식하도록 권하는 저자의 글도 접할 수 있다.
이 책 곳곳에서 독자들을 응원한다는 저자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응원'이라는 단어를 간혹 쓰기도 했지만 그 말을 직접적으로 적지 않더라도, 본인과 같은 감정을 느꼈을 수많은 당신을 응원하고 토닥여주는 문장들이 많아 위로가 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