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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나무
전호진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5월
평점 :
"음... 약속은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야. 말한 것을 지키는 것이거든."
"... 마음?"
"응, 약속을 어기면 내 마음이 굉장히 아플 거야! 아마 그 아픔 때문에 괴물이 될지도 모르지? 자 이렇게 소지를 걸고..."
pp.65~66
"당연한 거 아니야? 친구는 자주 봐도 또 보고 싶잖아. 난 네 친구랑도 친구가 되고 싶어. 아직은 날 싫어하는 것 같지만."
"친구... 봐도 또 보고 싶은... 그렇구나."
p.97
"괜찮아. 너 착한 사람이잖아. 근데 그거 알아? 착한 사람도 비밀이 많아질수록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
"정말?"
"응, 하지만 너무 힘들면 기억하지 않아도 좋아.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억지로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네 이야기를 듣든, 안 듣든 괜찮아. 네가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상관없어. 내가 널 친구로 대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테니까. 다만 나는 언제라도 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용기가 생기면 꼭 네 이야기를 해줘."
pp.128~129
"좋아한다는 건 보거나 떠올렸을 때 내 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거거든."
p.142
전호진, <미선나무> 中
+) 이 소설은 자기가 불행과 불운의 씨앗이라는 걸 느끼며 살아가는 한 아이가 등장한다. 본인 이름 대신 사랑하고 증오했던 다른 이의 이름으로 사는 아이, 연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알게 되는 믿음, 사랑, 우정, 약속 같은 단어를 전혀 모르고 자란 연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생긴다.
어딘가 어둡고 비밀이 많은 것 같은 아이 연오를, 매향이는 늘 밝고 따뜻하게 대해준다. 자기 주변에는 착한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믿는 매향. 약초를 캐면서 어린 풀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 같아서 마음 아파하는 그런 아이가 매향이다.
연오와 매향이 친구가 되면서 연오는 매향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매향 덕분에 만난 인연들에게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껏 연오가 느껴보지 못한 긍정적인 감정과 밝은 기운을 연오 스스로도 모르게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친구인 매향이를 마음 아프게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 혹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스토리를 구성했다고 생각한다. 착한 사람에 대한 믿음과 친구 사이의 우정, 그리고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 자기보다 연약한 존재를 지켜주고 싶어 하는 용기, 그리고 계속 마주하게 되는 슬픔에 대한 대응자세 등등을 담고 있다.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간직한 미선나무. 사실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슬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따라 슬픔은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한다. 우리는 슬픔 혹은 불행 앞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이 소설은 그 부분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 같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접하는 상황마다 고민하게 된다.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할까. 지금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소설을 읽으면서 슬프고 마음 아프지만 아름다운 색감을 지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고 생각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